돌탑은 사람들이 돌을 인위적으로 쌓아 올린 민간신앙물의 신체(神體)로서 마을수호의 기능을 갖는다. 마을에 따라서는 당산(堂山)으로 모셔져 일정한 제의(祭儀)가 따르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신앙적 의례가 전혀 따르지 않고 풍수(風水)에서 말하는 비보(裨補) 관념에 의해서 세워진다.
즉, 앞이 트여 있어 마을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땅의 기운이나 덕이 쇠한 것을 보완하지 않으면 좋지 않다는 것으로, 이처럼 허한 곳에는 돌탑 이외에도 인공적으로 숲을 만들거나 장승이나 솟대를 세우기도 한다.
공동신앙 대상물인 탑의 명칭은 매우 다양하여 탑, 조탑, 조산, 돌산, 돌무덤, 토담, 수구막이, 거리제, 거리제 잡숫는 탑, 거리제 탑, 거리탑, 독닥거리, 정탑 등으로 지역에 따라 다르며, 존경의 표현으로 어른 혹은 어르신네, 거리산신님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 쌍으로 세워져 할아버지탑·할머니탑, 남자탑·여자탑, 남탑·여탑, 내외탑 등 성(性)이 부여되기도 하며, 위치에 따라 바깥탑·안탑으로도 불린다.
탑의 외형은 기본적으로 기단부, 본체, 윗돌로 구성되는데, 종교적 상징물로 불상 내부에 넣어지는 복장(腹藏)이나 불탑 안의 사리장치와 같이 돌탑 속에 물건을 넣기도 한다. 이러한 탑 속 봉안물로는 숯과 소금, 쇠스랑, 솥, 부적, 오곡이 든 단지, 두꺼비 심지어 금이나 주걱도 있는데 이러한 물건들 역시 탑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오곡단지는 풍농을, 쇠스랑은 풍요를 기원하기 위함이며, 숯과 소금, 솥은 화재를 방비하기 위함이다.
탑은 마을을 어떤 재앙으로부터 막기 위한 방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낭당처럼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갖고 인위적으로 조성된다. 이러한 탑은 대개 지관이나 무당들의 권유에 의하여 마을 사람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세워지며, 그 수는 1쌍이 일반적이나 1기, 3기, 심지어는 5기가 세워지는 경우도 있어 일정하지 않다. 위치는 보통 마을 어귀 양쪽이나 마을 앞 혹은 뒤에 세워지며 당산으로 모셔지는 경우는 대체로 마을 뒤쪽에 세워지는 공통성이 있다.
돌탑은 자연스럽게 쌓는 무더기 형태지만 사진처럼 위아래 크기가 같은 둥근 원통형이나 쌓으면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무덤형 등이 있다. 이러한 탑위에 얹어지는 윗돌은 기능과 형태에 따라 머리돌, 입석, 선돌, 탑돌, 탑선돌, 동자석, 남근석, 상부입석, 돌뚜껑, 미륵, 상투, 대왕대신, 상수, 어른 등으로 불린다.
어느 마을이든 어귀마다 상징처럼 존재했던 돌탑은 지난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 당시 ‘미신타파’라는 명목으로 장승이나 솟대와 함께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고, 헐어진 탑돌은 제방이나 돌담을 쌓는 데 이용되었다. 하지만 탑이 사라진 후 마을 청년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이유 없이 죽는 등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자 돌탑은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 등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이러한 경향은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최근까지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