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조그만 소리에 몹시 놀라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전화가 오면 목소리가 자동으로 변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언제나 90도로 누구에게나 배꼽인사를 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유치한 물건에 욕심이 생기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쓰레기나 재활용 물건이 보이면
"이것으로 뭘 만들면 우리반 아이들이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몸에도 맞지 않는 작은 의자에 내 몸을 맡기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허리가 안아픈날이 없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내가 없을때 혹시나 무슨일이 생기진 않을까 몹시 걱정되
마음놓고 화장실조차 못가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작은 상처 하나에 가슴이 철렁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도, 혹시 아주 슬픈일이 있어도
언제나 상냥하게 웃어야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똑같은 질문이 10번 넘게 반복되어 화가 차올라도
이내 진정시키고 밝게 대답해야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가위질을 정말 초 스피드로 할수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이 떨어뜨린 밥풀자국이 정말 힘겹게 느껴지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소풍갔다가 돌아오는 차안, 아이들은 모두 피곤해 잠이 들어 있어도
쉬지않고 돌아다니며 가방검사를 해야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약했던 비위가 점점강해져 아이들의 뒤처리와 오바이트까지
아무렇지 않게 처리할수 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을 혼내다가도 긴장한 표정이 너무 귀여워 이내 웃으며 안아주고 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주말에도 오전 10시가 되면 자동으로 정리가 하고싶어지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작은 아이들을 대할땐 무릎꿇고 눈높이를 맞춰주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초스피드로 먹어야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반찬을 다 나눠주고 반찬이 남지 않으면
김치만으로도 밥을 맛있게 먹어야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소풍날 아이들이 가져온 과자를 종류별로 먹어볼수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쇼핑이라도 갈땐 혹시 학부모님이 계시나 눈이 레이져로 변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문구점이나 화방에 있는 재료들의 명칭을 거의 다 알수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출근길에 어린이집이 보이면 '화내지말자.' 다짐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모든 상황을 쉬운 단어들로 골라 설명할수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피아노,미술,영어,노래,컴퓨터등 다방면에 재능이 있어야 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동화를 읽어줄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아기등의
목소리 외에도 도깨비, 동물등 모든형태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내야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너무 많을땐 어떤 목소리였는지 헷갈리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혼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박물관과 같은 견학지에선 구경은 뒷전이고 하루종일 인원수 체크하기바쁜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집에선 못잡는 벌레를 어린이집에서는 용감하게 잡을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이 생기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가끔 투명한 도깨비와도 대화를 나누기도하고 들리지도 않는 경찰아저씨와 통화도 하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맘놓고 아플수도 없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어린이집에 들어갈땐 예쁜모습으로 하지만 나올때는 완전 폐인이 되어버리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땐 거울한번 제대로 못보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하루종일 천사들과 함께하고 그 천사들의 우상이며 그 천사들의 스승인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언젠가 그 천사들이 내 가르침을 받고 자라
우리나라에서 큰 존재가 되길 바라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