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 위험한 소문>-'찌라시'가 아닌 '위험한 소문'에 방점을!
제우스 엔터 오디션장.
카메라는 잔뜩 긴장한 채 연습에 열중인 아이들로 가득한 대기실을 가로질러 한 여학생 앞에서 멈춰선다.
그냥 조용히 앉아있을 뿐인데도 소녀의 아우라는 햇살처럼 빛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게 있다. 그 날, 미진이를 처음 본 그 날. 그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우곤(김강우 분)으로 시작 된 내레이션의 주체는 어느덧 제 3자로 바뀐다)
미진(고원희 분)에게 첫눈에 '필' 이 꽂힌 매니저 우곤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려다 실장에게 폭행당하고 회사를 나오게 된다.
그런 우곤을 찾아온 미진은 다짜고짜 자신의 매니저가 되어 달라고 떼를 쓴다.
거절하던 그는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며 말한다.
"나 줄게 이것 밖에 없어. 그래도 할래?"
그의 손에서 재빨리 동전을 낚아채 보물처럼 손에 꼭 쥐는 그녀.
두 사람은 마주보며 미소짓는다.
그렇게 그들의 특별한 인연은 시작된다.
열혈 매니저 우곤 덕분에 단막극을 시작으로 단독 CF를 거쳐 드디어 월화 미니시리즈 주연을 따낸 미진.
세상을 다 가진 듯 흥분한 우곤은 미진에게 외친다.
"미진아, 우리가 다 죽여버리자, 알았지?"
하지만 신인 배우 최미진의 이름 석 자가 속칭 찌라시라 불리는 사설 정보지 가십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순간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절망의 구렁텅이로 추락하게 된다.
미진과 국회의원 남정인(안성기 분)의 스폰서 관련 찌라시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근거도 없는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건 말 그대로 삽시간이다.
연예부 기자 남수(이준혁 분)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우곤과 미진은 모든 걸 잃는다.
겁에 질린 미진에게 우곤은 말한다.
"난 니 매니저야, 넌 내가 지켜"
다음 날, 텅 빈 기자회견장에서 우곤은 또 한 번 절망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기는 우곤.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이 그들을 깎아지른 벼랑끝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같다.
우곤은 전화를 받지 않는 미진을 찾아간다.
정체 모를 불길함이 텅 빈 그녀의 집안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노크에도 반응이 없자 조심스럽게 욕실 문을 연 우곤은 신음을 토하며 주저앉는다.
그는 그렇게 미진을 잃는다.
너무도 허망하게, 영문도 모른 채로.
그녀의 장례식 때도 비가 내린다.
난장판이 된 사무실에서 미진의 흔적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우곤.
그는 남수를 찾아가 찌라시를 직접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을 묻고, 어렵게 업자 번개(윤영균 분)와 접선하지만 그가 기자가 아님을 눈치 챈 번개는 잽싸게 도망치고 만다.
200 미터 육상 선수 출신 답게 우곤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도심을 가로질러 번개의 차를 쫒아 미친듯이 달린다.
땀에 젖은 그의 절박한 등이 안쓰럽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아스팔트에 주저앉는 순간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번개의 차.
그는 어느 허름한 건물 지하로 들어가고 있다.
흥분한 채 야구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는 우곤에게 박사장(정진영 분)은 말로 하자며 사정한다.
왜 하필 미진이었을까.
박사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배달의 기수'일 뿐이고 '반죽'은 '저 위'에서 한단다.
'대가리'를 잡을 때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우곤에게 박사장은 정보회의의 실체에 대해 말해준다.
그리고 알아낸 놀라운 사실, 소문의 출처는 남정인 의원의 전 보좌관 한성호(한철우 분)였고 그 위에는 청와대 정책실 수석비서관인 조우찬(임형준 분)이 있다는 것.
남수의 만류에도 끝내 조우찬을 만난 우곤은 국정원 현장 요원 출신 해결사 차성주(박성웅 분)에 의해 죽도록 맞고 손가락이 부러진 채 길가에 버려진다.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우곤은 미치게 알고 싶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한 쪽 다리에 보조기를 찬 박사장과 손가락에 깁스를 한 우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번개의 빈자리 때문이라는 핑계에도 박사장의 우곤에 대한 호의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배경이 숨겨져 있는 듯 보인다.
"찌라시는 예언이다"
박사장은 청와대 정책실 박영진 실장(김의성 분)과 남정인 의원이 대립하는 지점에 '신도시 개발 인허가 관련 사항'이 얽혀있고, 오엔씨 그룹의 '드림시티'와도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 힘겨루기 과정에서 어이없게도 미진이 희생된 것이다.
우곤은 박사장, 도청 전문가 백문(고창석 분)과 함께 오엔씨 홍보실장 오본석(박원상 분)을 도청하기 시작하고, 그를 떠보기 위해 미끼를 던진다.
호외 제목은 '남정인-최미진 스캔들에 청와대 정책실 박실장과 오엔씨 연루'
다급해진 오본석은 차성주를 보내 우곤 일행을 협박한다.
(우곤의 손가락은 모두 세 차례 부러진다. 하지만 잔인한 차성주의 폭력에도 그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연예부 기자로 위장한 우곤은 '정보회의'에 들어가 오엔씨와 박실장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오엔씨 회장(장광 분)과 박영진 실장의 회동을 도청하는 과정에서 오엔씨가 정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
"대한민국에선 아무도 그 놈들 못 이겨, 지금까지 이긴 사람이 없어"
과거 오엔씨의 비리를 캐다 다리를 잃은 박사장은 우곤을 만류하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우곤 일행의 공격에 '최미진 동영상'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는 오엔씨.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기는...정말 죽고 싶어?"
드림시티 공사 현장 돌더미 속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우곤을 몰래 구하는 백문.
병원에 누워 미진의 꿈을 꾸던 우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가여운 미진을 두 번 죽게 했다는 죄책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우곤은 찌라시 사무실 미스김(이채은 분)의 조언대로 차성주의 회사로 잠입해 금고 속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한다.
동영상의 실체를 확인한 그들은 분노한다.
미진의 집에 침입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던 조우찬은 정체가 발각되자 우발적으로 미진을 살해했고, 차성주는 그녀의 죽음을 자살로 둔갑시켜 사건을 조작했던 것이다.
백문이 유튜브에 올린 살해 동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차성주에게 납치 된 우곤 일행은 백문의 신고로 겨우 묵숨을 건진다.
남정인 의원은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미진이 그의 숨겨진 딸임을 고백한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 것 아니냐'라고 우곤은 일갈한다.
결국 차성주와 조우찬을 포함한 악의 무리들은 진실을 전하는 수많은 '손가락들'에 의해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매니저로 새출발한 우곤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찌라시가 처음부터 찌라시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밀이 진실을 잃는 순간 그것은 찌라시가 된다-
찌라시의 95%는 가짜라고 우곤은 말한다.
그리고 김강우는 말한다.
'찌라시'가 아닌, '위험한 소문'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글/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