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人 최성수
최성수는 유난히 맑은 목소리를 가졌다. '풀잎사랑', '동행', '해후', '남남' 등의 노래에는 그만의 쪽빛 음성들이 알알이 새겨져 있다.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1995년까지 최성수식 발라드라는 이름표가 새겨진 음악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놨었다.
그가 홀연히 대중음악팬들 앞에서 사라진 건 1995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듣지는 못했지만 그의 여덟 번째 앨범인 <당신은 사랑입니다>를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다.
대중 앞에서 사라진 그는 버클리음대에서 학생의 모습으로 다시 시작했다.
버클리의 학생이 된 최성수는 Performance Professional Music, Song writing을 전공했다.
이제 그는 해맑은 웃음보다는 넉넉한 웃음을 영롱한 고음보다는 여유 있는 중저음을 지닌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최성수는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이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이 아니고 최성수 스타일의 노래를 듣고싶어 했기 때문에 성인들을 위한 그만의 로맨티시즘 음악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좀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돌아왔다.
'천년의 해후'---Whisky on the Rock
'최성수 9집'은 국민가수급 아티스트의 복귀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거물급 가수의 부재는 진정으로 우리 가요를 가슴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세대들에겐 얼마나 아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본 '최성수 9집'은 그가 7년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한장의 음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이번 앨범은 13곡의 신곡과 7곡의 히트 곡 리메이크가 담긴 2장의 CD로 구성 되어 있다. 앨범의 시작은 섬세한 피아노와 기타의 어커스틱한 사운드의 '한 여자를 사랑했다'로 시작된다. 최성수 특유의 깊은 슬픔이 진하게 가슴으로 다가오는 노래이다.
시작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은 전자음 보다는 자연음이 강조된 음악이 주가
되어있다. 전곡에 거의 빠짐없이 나오는 통기타의 선율이 그 공통성을 유지하며 앨범의 컨셉을 설명하고 있다.
가벼운 라틴 리듬의 '순정'을 지나 앨범의 타이틀곡 '천년의 해후'는 세련된 최성
수만의 팝 발라드의 시도가 돋보인다. 유려한 현 오케스트라와 곡의 말미에 터지는
강렬한 드럼 사운드가 가슴을 메운다. 가사는 남북이산 가족의 상봉과 이별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아타까움을 노래했으며, 프로듀서 이두헌을 영입하여 전체적인 수준향상과 최고의 편곡과 작곡가 이호준의 가세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그의 미국 유학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Whisky on the rock'은 30,40대가 공감하고 열광 할 수 있는 강한 비트의
록 스타일로 최성수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생일인지도 모르고 생활하면서 느낀
중년의 소외와 고독이 진한 노랫말과 함께 가슴에 다가온다.
이미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여러차례의 앵콜과 반복을 요구받았던 최고의 곡이기도
하다. 그 외 한 여름을 싱그럽게 만들 라틴 맘보풍의 Blue summer dream 과 KBS 드라마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의 주제곡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들이다.
7곡의 리메이크는 편곡과 그 시도에서 그리고 그의 창법의 변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창조되었다. 그의 데뷔곡 '그대는 모르시더이다' 와 ' 불멸의 히트곡 '해후' 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편곡자이며 피아노 연주자인 이호준과 미 보스톤 음대 시절을 함께했던 다섯손가락 출신의 프로듀서 이두헌의 기타 연주로 즉흥적으로 녹음된 자연음을 들려준다. 그외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던 풀잎사랑, 기쁜 우리 사랑은, 남남, 동행등도 새롭고 신선한 편곡으로 팬들에게 기쁨이 될 것이다.
'최성수 9집'은 한 곡도 빼놓을 수 없는 곡들과 치밀한 준비를 느끼게 하는 프로듀싱 그리고 오디오 전문가인 그의 감각이 느껴지는 훌륭한 녹음으로 그동안 그를 애타게 기다렸던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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