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좋은생각 이지유작가님의 과학의눈
동지로부터 105일 후, 4월 5일이나 6일을 한식이라고 한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에 속한다.
한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음력으로 결정하기에 해마다
날짜가 다르지만 한식은 고정되어 있다.
24절기 역시 양력으로 날을 쇤다.
그 가운데 하나인 청명과 한식은 날이 같거나 하루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라는 속담이 생겼다.
어떤 일이 조금 이르거나 늦게 생겨도 결과는 별 차이 없다는 뜻이다.
한식과 청명은 식목일과 시기가 비슷하다.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고 씨를 뿌려 땅을 초록빛으로 만들 준비를 한다.
이는 기후 변화가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나무를 심은 일은 이제 지구 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혀 춥지 않았던 지난 1-2월을 떠올리면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한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기후 변화를 실감한다는 건 아주 이상하고도 위험한 일이다.
왜 그럴까?
일기, 곧 날씨는 하루에도 10도씩 차이 나고 당장 내일 날씨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작년 4월 5일에 날씨가 맑았다고 올해 같은 날도 그러리란 법이 없다.
당연히 내년 날씨는 누구도 정확하게 맞힐 수 없다.
가후란 이와 같은 날씨를 수십 년 동안 모아 평균을 낸 것이다.
내년 4월 5일의 날씨를 오차 없이 맞힐 수 없지만
그날 봄바람이 불리라는 점은 알 수 있고, 여름이면 장마와 태풍이 오고
겨울이면 얼음이 얼 정도로 춥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이 기후다.
기후는 일기의 평균값이며 경향성이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고
역사 이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이 해마다 한식과 청명을 절기로 정한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경향이 깨지고 있다.
하루에 1도가 변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백년 동안의 기온을
평균한 값이 1도 오르는 건 심각한 문제다.
과학자들은 기후가 변하는 요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춥지 않은 겨울에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섬이 사라지는 등
그 증거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원인이 뭘까?
바로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체다.
만약 없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휠씬 낮아진다.
그래서 이를 온실 기체라고 부르는데,
적당할 때는 보온 효과가 있어 좋지만 너무 많으면
지구 온난화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본적 없는 고농도
이산화탄소 속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짙어진 이유는 지난 이백 년 동안
석탄 등 화석 연료를 마구 태워서다.
수억 년 전 지구상에 존재한 식물은 광합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지신의 몸속에 가두었고 그대로 석탄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이 석탄을 마구 태워 고대 식물들이 품고 있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풀어 놓았다.
우리가 할 일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 심기다.
불에 탄 목초지, 지력이 떨어진 농경지, 채굴로 황폐화된 땅,
침식이 심해 계속 깎여 내려가는 경사지, 버려진 땅 등
오십 년 이상 나무가 없었던 곳에 심어야 한다.
나무와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양껏 마시면 광합성 할 것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가 변하더라도 인간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면 식량 위기가 찾아와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지고
인간 또한 살아남기 힘들 테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자
한식에 나무를 심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