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원래 말이 없다. 그렇지만 만약 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수락산과 불암산은 할 말이 꽤나 많을 것 같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아름다운 두 산이 건너편에 있는 도봉산과 북한산의 명성에 눌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에는 울산바위가 있고 서울에는 불암산이 있다. 울산바위는 금강산의 일원이 되고파 금강산으로 가다가 설악산에서 멈추어 앉았다고 한다. 불암산은 조선조가 한양으로 도읍지를 옮기자 금강산에 있던 빼어난 봉우리 하나가 한양의 남산이 되겠다고 먼 길을 떠났는데 지금의 자리까지 도달하여 한양의 남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이미 산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실망한 불암산은 한양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지금의 형상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불암산의 참된 아름다운 자태, 금강산의 모습은 아무래도 남양주시 별내면 쪽에서 보아야만 한다. 수백년 전부터 내려오는 불암산에 얽힌 이야기다.
그렇다면 별내면 어느지점에서 바라다보는 불암산이 가장 아름다울까. 그것이야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흥국사 일주문에서 조금 내려와 불암산 정상이 정남으로 바라다 보이는 곳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은 불암산이 아닌 수락산 속이다.
[목향원]
1998년 6월 수락산 흥국사 일주문 앞에는 `목향원`(031-527-2255)이라는 아주 아담한 전원카페 하나가 문을 열었다. 초가지붕과 장독대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 있는 장작개비에서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의 짙은 향내가 물씬 풍긴다.
천여평의 좁지 않는 공간에다가 아름답고 멋진 산막을 지어놓고 산사람들을 기다린다는 이 집 주인 한성우, 정혜금씨 내외는 이런 집을 마련하기 위해 10여 년 세월 온갖 고생을 다 참아가며 돈을 모았고 땅을 구입하고는 2년 반 만에 이 집을 지었다고 했다.
남향의 대문 밖과 초가집 남쪽 벽 전면 유리창 밖으로는 불암산 정상부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음력 보름 때 이곳에서 불암산 위에 걸린 달을 보면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이지만 전철 4호선 당고개역에서 승용차로 10분거리다. 당고개역에서 별내면 청학리간 덕능고개를 넘는 마을버스 33번을 타고 흥국사 입구에서 내려 350m만 걸어 올라가면 된다.
문화공간으로도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있는 `목향원`에서는 비싸지 않는 대중적인 음식과 술이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산채비빔밥, 수제비, 낙지덮밥, 버섯덮밥, 파전 등의 먹거리가 있다.
[등산로입구 식당가]
전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로 나서면 바로 마주치는 음식점 하나가 있다. 순대와 갈비 전문점 `아바이순대와 막국수`(938-6225)가 바로 그 집이다. 옥호 그대로 함경도 아바이순대를 잘하는 집으로 수락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많이 이용하는 명소이다. 특히 음식도 음식이지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만남의 장소`로 잘 이용되고 있다. 산행 때는 일행 모두가 이 집에서 만나 커피 한잔 나눈 다음 출발을 하고 하산 때는 하루의 산행을 마치는 해단식을 위해 이 집에서 모인다.
12,000원짜리 푸짐한 순대 한 쟁반이면 요기와 술안주로 족한 집이다. 떡갈비, 함흥냉면, 춘천막국수도 먹을 수 있다.
수락산역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별도로 차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고 길 양쪽으로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등산로 들머리는 작은 음식점 골목이 되었는데 바로 이곳에 별미집으로 크게 소문이 나 있는 수락산 `항아리수제비`(939-0392)가 있다. 항아리에다가 감자수제비를 얼큰하게 끓여 담아낸다. 감자 전분을 섞어 수제비를 뜬 것이다. 감자수제비, 감자전, 감자송편, 감자만두가 있다.
이곳에는 돌솥보리밥을 먹을 수 있는 `갈월가마솥두부보리밥`(933-5301)이라는 긴 이름의 식당이 있다. 옥호대로 돌솥보리밥과 검은콩두부를 먹을 수 있는데 새로 시작한 집이라 그런지 음식이 깔끔하고 정성과 의욕이 대단하다.
`수락골두부이야기`(951-8585)라는 두부전문점도 만날 수 있는데 통념상 `두부`하면 우리는 손두부를 떠올리는데 이 집에서는 최신 기계로 두부를 뽑아낸다. 식당 전체가 눈부시게 밝고 환하다. 원하는 손님에게는 비지를 무료로 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