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말 훼방꾼 '서울시'를 특감하라 |
이대로의 우리말글 살리기(6) 감사원장에게 드리는 글 |
2004/07/14 리대로 논설위원
우리는 우리말과 겨레 얼을 지키기 위해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하는 시민모임입니다.
서울 거리엔 법과 규정을 어긴 외국말 간판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말글살이를 하고 있어 겨레 줏대가 흔들리고 겨레 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를 바로잡는 데 힘쓰지 않고 오히려 외국말 섬기기에 열심입니다. 한글 단체는 그 잘못을 알려주면서 우리말 살리기에 힘써 줄 것을 여러 번 건의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고 있어 서울시와 시 공무원의 독선에 절망하고 나아가 정부까지 불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우리말을 지키고 겨레 얼을 살리고 겨레 줏대를 바로 세우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서울시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청합니다.
1. 서울시는 지난 7월 1일, 새 대중 교통 체제를 펴는데 맞추어 시 예산 수십억 원을 들여 버스 색깔을 다시 칠하고 버스 노선과 정류장 표시를 했으나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많은 불편과 불만만 안겨 주었습니다. 여러 한글 단체는 몇 달 전부터 버스와 정류장에 쓸데없이 영문 로마글자를 쓰는 것은 시민 교통 생활에 도움을 주기보다 우리 말글살이만 비뚤게 하는 일이니 곧바로 거두어들일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고 언론에도 알렸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의 소리를 무시했습니다. 그 때 우리의 건의를 귀담아 듣고 영문 로마자를 크게 쓴 자리에 버스 노선표를 잘 보이게 썼더라면 시민의 불편은 많이 줄었을 것입니다.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버스 노선 표시보다 영문 로마자를 크게 쓴 것은 시민을 고통 속에 밀어 넣는 잘못된 일이고 예산을 낭비한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은 서울시장과 공무원의 태도를 따져서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2. 옥외 광고물 관리법 시행령 13조에 옥외 광고물은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때만 외국 글자를 함께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 감독을 지방 자치 단체가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내에 이 법과 규정을 어긴 외국말 간판이 즐비한 것은 서울시가 책무를 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와 그 산하 단체인 각 구청과 관련 공무원이 얼마나 어떻게 이 업무를 수행했는지 감사하여 업무를 태만히 한 서울시와 지방 자치 단체 그리고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서울시는 'Hi Seoul'이란 표어를 만들고, 지난해부터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하면서 서울 거리 곳곳과 택시에까지 'Hi Seoul'이란 영문을 써 붙이더니,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하면서는 'Hi 서울 Green 청계천'이란 영문 혼용 선전문을 거리와 지하철에서 광고했습니다. 이는 나라의 국어 정책 방향을 거스르는 일이고, '한글 전용법, 옥외 광고물 관리법, 정부 공문서 규정'을 어긴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우리 모임에서는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으며 그 잘못을 알려 주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서울시 직책 이름을 '마케팅팀, 미디어팀' 같은 영문 이름으로 고치고, 이번 7월 1일 교통개편 때엔 선전 현수막에 'hi seoul my bus' 같은 영문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나라의 국어 정책과 겨레의 국어 생활을 뒤흔드는 일이므로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온 나라가 엄청나게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번 교통 체계 혼란을 불러온 담당 부서가 바로 앞에서 말한 영문 이름을 붙인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말과 우리 글자를 얕보고 짓밟는 서울시장과 관련 공무원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4.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이란 땅 이름을 중국어로 표기하겠다고 서울 한자 이름을 공모(서울특별시공고 제2004-215호)했습니다. 중국에서 서울을 '漢城(한청)'이라 부르기 때문에 양국 간에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서울의 한자 명칭을 만들어 중국에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에 공모한 것 가운데서 '서우얼(首 ), 서우우얼(首午 ), 서우워(首沃), 중징(中京)'을 뽑았으며 5월에 확정한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에 바탕을 두고 한 일입니다. 우리가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일을 할 때, 베이징을 중국 글자로 '北京'이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한글로 '서울'이라 쓰도록 해야 하는 것이 바른 생각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와 외교통상부가 힘을 모아 중국에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입니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땅 이름입니다. 우리가 쓰는 이름, 중국 사람이 쓰는 이름, 일본 사람이 쓰는 이름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쓰고 부르든 오직 하나 '서울'이라야 합니다. 잘못된 정책과 이에 따른 예산 낭비는 감사의 대상이고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5. 중국과 미국이 아무리 큰 힘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도 그럴수록 우리는 줏대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줏대를 다른 말로 바꾸면 겨레 얼입니다. 그리고 겨레 얼이 깃들고 자라는 보금자리가 바로 우리말입니다. 우리말이 힘을 잃으면 겨레 얼이 사라지고 겨레 줏대는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우리말과 겨레 얼과 겨레 줏대는 우리나라와 한몸입니다. 따라서 우리말을 살리는 것이 곧 우리나라를 살리는 오직 하나 뿐인 길입니다.
서울시는 영어 섬기기와 중국 눈치보기에 얼이 빠져서 우리말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는 겨레 얼을 죽이고 겨레 줏대를 꺾어서 끝내 우리 겨레와 우리나라를 죽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랏법을 어기는 일입니다. 먼저 한글 전용법과 옥외 광고물 관리법, 정부 공문서 규정과 그밖에 여러 국어 관련법을 어긴 일, 그리고 잘못된 정책으로 많은 예산을 낭비한 일,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한 정책을 감사하여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7월 14일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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