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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재 강의실
 
 
 
카페 게시글
근이재 교육칼럼 스크랩 잘못된 음식문화를 바꾸는 교육
근이재 추천 0 조회 73 09.01.24 12:4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잘못된 음식문화를 바꾸는 교육


李達雨(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엊그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원, 한국음식업중앙회, 식품의약안전청, 환경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책임자들이 모여 ‘남은 음식 재사용 안 하기 운동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서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업소에 대해서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제까지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 협약의 성패 여부를 떠나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 음식문화의 잘못된 관습을 고치려는 이러한 시도는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1983년에는 ‘주문식단제’를 도입하였다. 음식물의 낭비를 줄이고 위생적인 식단을 지키기 위해 고추장, 간장, 된장 이외의 반찬은 주문에 따라 제공하고 식대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하였고, 또 업주들도 이를 기피하여 실패하였다.

  1988년부터는 ‘위생식단제’를 도입하였지만 강제성을 띠지 않았고, 또 권장사항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1992년 이후에는 ‘좋은 식단제’로 이름을 바꾸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알뜰식단 운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 또한 위반업소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모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지난 20여년 동안 음식문화 개선을 위해 도입한 여러 제도들이 “제도와 소비자 인식간의 차이가 컸고, 국민실천운동으로 연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동안의 노력이 실패한 이유를 잘 분석하여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협약을 맺는 자리에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자도 있어야 했다. 좋은 제도와 강력한 시행방침을 강구하는 한편 그러한 제도의 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를 위한 교육적 노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수십 가지의 반찬으로 빼곡하게 차려진 식탁을 보면, 구미가 살아나기보다 그야말로 입맛이 싹 가신다. 한 지인이 말하기를 자기는 언제 어디서든 한정식을 먹게 될 경우, 새로 끓여서 내온 국에 밥을 말아 먹을 뿐, 다른 반찬은 일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어느 지역엔가 출장을 가서 아침에 해장국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아홉 가지 반찬이 나왔다. 양도 엄청나게 많아 그릇을 넘칠 정도였다. 반찬은 일별도 않은 채 해장국만 먹고 바로 나왔다. 기분도 상쾌하지 않았다. 재탕이 아니라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잘못된 우리의 음식문화를 고치는 방법으로 한식, 일식, 양식의 장점을 절충하면 어떨까 한다. 음식은 우리처럼 인심과 정을 듬뿍 담되 배식은 일본처럼 개인별로 한다. 개인별 배식으로 하되, 식사량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뷔페식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풍성하면서도 위생적이고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식사문화가 될 것 같다.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남은 음식 재사용 안 하기 운동’이 실패한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그 동안 잘못된 우리의 음식문화와 관습을 고치려는 노력이 실패한 것은 이러한 방법을 모르거나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방법이나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이다. 건강과 위생, 자원과 환경, 경제적 효율 등에 대해 소비자와 업주 그리고 정부가 종합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통한 의식(意識)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삶의 세계를 올바로 볼 수 있는 종합적인 안목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야만 우리 삶의 행위가 일시적인 기분전환이나 단편적인 지식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과 포괄성을 띠게 된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다시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교육만이 잘못된 음식문화를 고치는 가장 근원적인 대책이라고 본다.

  이번에도 어쩌면 정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국민실천운동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방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습관이 형성되는 것만은 못하다. 조선조의 사림들이 왜 그토록 소학교육에 몰두하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다. 무슨 일이든 어려서부터 습관에 굳은살이 박일 만큼 익숙해져야 실천에 옮기는 것이 순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음식을 대할 때마다 나는 늘 두렵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다. 이처럼 음식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경건하게 대하는 나의 의식과 행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밥알 하나라도 허실하면 불호령을 하시던 할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다. 수확이 끝난 논바닥에서 벼이삭을 줍던 갈퀴처럼 거칠어진 할머니의 손길로 다듬어진 것이다. ‘남은 음식 재사용 안 하기 운동’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밥상머리 교육을 말하는 것이 엉뚱하게 보일지는 모르나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백제저널 2009 신년호(웅진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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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1.24 13:59

    첫댓글 교수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이번 설에는 음식욕심을 버리고 알맞게 만들어 적당히 먹도록 다시한번 각성해야겠습니다.

  • 작성자 09.01.24 14:14

    신 동지! 반갑습니다. 오랜만이군요. 고맙습니다. 그러니 동지인 것이지요. 몸과 마음이 두루 강건한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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