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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주사’ 남용하면 근육약화 등 불러 | |
체중 5㎏ 늘면 관절하중 20㎏ 증가 | |
뒤로 걷기, 수중운동…최고 예방법 |
김숙자(64·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씨는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유난히 고통스럽다. 날씨가 쌀쌀할수록 무릎이 시큰거리고 쑤시는 증세가 심해지기 때문.
그의 병명은 ‘퇴행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이란 관절의 연골이 손상되면서 국소적으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30~50대의 비교적 젊은 층에서 빈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과 달리 노화로 인해 뼈의 연골이 약해서 오는 관절염이다. 즉 물렁뼈가 닳아서 뼈마디가 부딪치거나 뼛 조각이 주변을 찔러서 통증이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은 흔히 무릎, 엉덩이 관절, 척추, 손가락 끝마디 등에 생긴다. 특히 체중을 견뎌야 하는 무릎과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고 저녁이나 밤에는 통증이 더 심하다.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잦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2년 12월에 발표한 ‘2001년 국민건강 및 영양조사’에 따르면 관절염 환자는 인구 1000명당 315명으로 발병 및 유병률 1위를 기록했다. 50대 이후 여성에게 많은 대표적 노화 증상이기도 하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파스를 사다 붙이고, 각종 건강보조식품에 쉽게 빠져든다. 심지어 스테로이드 제제 주사를 맞기 위해 각종 의료기관을 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흔히 ‘뼈 주사’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과용할 경우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뼈 주사’를 놓아 달라고 조르는 환자들은 십중팔구 다른 병원에서 통증 완화 효과를 맛본 이들이다. 실제로 관절염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간 총 5회 이상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78%나 됐다는 통계도 있다. 심지어 이중 10회 이상 투여받은 환자가 55%에 달했고, 20% 이상이라고 답한 환자도 21%나 됐다.
이처럼 상당수 관절염 환자들이 뼈 주사, 즉 스테로이드 제제에 탐닉하는 이유는 탁월한 통증 완화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염증 효과는 일시적으로 나타날 뿐, 이미 닳아 버린 연골을 재생시키거나 퇴행성 관절염을 궁극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한다. 즉 응급상황에서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 통증을 완화시키지만 남용할 경우 근육 약화, 골다공증 촉진, 당뇨 및 피부궤양 등 부작용도 부를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약물의 치료 효과를 저하시키고 관절 치료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치료를 위해 쓰더라도 1회 5~7㎎ 정도로, 1년에 3~4회 이하로 제한해 투여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관절염 환자는 자신이 투여받은 약물이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 주치의에게 묻거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주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최근에는 히알루론산이 부작용 없는 관절염 치료제로써 쓰이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환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질환이지만, 예방 습관을 생활화하면 충분히 증상을 늦추거나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관절이 굳고 근육이 위축되지 않도록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자 치료법이다. 인간의 몸은 2주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골밀도가 떨어진다. 운동 중에서 특히 효과적인 것은 뒤로 걷기. 발 앞쪽이 먼저 지면에 닿아 무릎에 주는 충격이 적다. 무릎 관절의 온도를 높여 통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 전 5~10분의 스트레칭은 필수이고, 울퉁불퉁하거나 가파른 길보다는 평지가 좋다.
물 속에서 관절은 거의 충격을 받지 않으므로 수중 운동도 좋다. 굳이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물 속에서 빨리 걷기만 해도 효과적이다. 반면 계단 오르기, 등산, 쪼그려 앉기, 무거운 것 들기 등은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피한다.
운동은 매주 3회 이상, 매회 20~40분간 한다. 시간은 관절이 가장 부드러운 늦은 아침이나 이른 낮이 좋다.
항상 표준체중을 유지,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체중이 늘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4~7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체중이 5㎏ 늘어나면 평지를 걸을 때 20㎏의 압력이 추가로 무릎에 가해진다. 고정된 자세는 관절에 부담이 되므로 자주 자세를 바꿔 주고 관절은 추울 때 더 쉽게 손상받으므로 몸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한다. 되도록 바닥보다는 의자에 앉고 좌변기를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도움말:인천 힘찬병원 정형외과 이수찬 원장
최서희<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