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MBC TV의 '1박2일'은 한국의 미를 찾아서, 유홍준 교수가 가이드 역할로 나선, '경복궁 7대 숨은 그림 찾기'란 테마로 잊고 있던 궁궐을 찾아서 우리 선조의 건축미학을 둘러보는 시간이었군요. 유교수의 지론처럼, '아는 만큼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면으로 한번 더 정리해봅니다.
유교수 말하길, "경복궁을 찾은 이유는, 경복궁의 모든 것을 보는 것도 되겠고... 오늘 함께 공부할 내용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3가지 한국의 미 3대 걸작 중에 첫번째 것을 지금부터 공부하겠습니다."
광화문은 경복궁(景福宮)의 정문으로 원래 동십자각과 서십자각이 서로 연결돼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삼청동 길을 내느라 끊어진 담장으로 인해 지금은 섬처럼 홀로 떠 있는 동십자각이 됐다고 한다.
경복궁 광화문 앞의 큰 해태상, 그위에 웬 꼬마가 올라가 있다. 순경이 뭐라 안하려나?
유교수 또 한 말씀 광화문 앞에 도착, "대한민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이상하게도 스케일에 대해 뭔가 조금 열등의식이 있어가지고... 중국 자금성에 비해 경복궁이 작다고 생각하기 쉽고 또 자금성을 보고 경복궁을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자금성보다 25년 먼저 지어진 경복궁이다. 자금성이 이걸 보고 지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그걸 보고 한 게 아니라 우리만의 독자적인 궁궐"이라고 강조.
첫번째 숨은 그림! 힌트는 유머감각!
궁궐이라는 엄숙한 공간과 어울리지 않게 유머감각을 표현한 뭔가를 찾아라!
"아주 웃긴다? 호랑이 조각상? 이게 웃긴 거? 호랑이가 혓바닥을 내밀고 있어요."
궁궐로 통하는 다리 옆의 조각상인데, 궁궐이기에 아무 조각이나 할 수 없는 일... 궁궐을 수호하는 영물로서 천록(天鹿,: 임금이 선정을 베풀면 나타난다는 전설 속의 동물) 조각상을 뒀다. 한데 무섭고 엄숙한 궁궐 한구석에 건축가가 숨겨놓은 웃음 한 조각!
이제 근정전(勤政殿)을 보자. 국보 223호. 1395년(태조 4년)에 경복궁이 창건된 이후, 국왕의 즉위식이나 대례, 사신 접견 등을 거행하던 장소. 경복궁의 중심이 되는 정전이며,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건축물. 무심코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위엄이 있지 않은가.
근정전 넓은 마당.
그리고 근정전 박석(薄石).
얇고 넓적하게 뜬 돌로서 통행에 편리함을 주거나 적이 지하로 침입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깔아놓았다.
박석의 미학적인 관점으로는 포스트 모더니즘처럼 다양성을 고려, 위엄이 넘치는 궁과 대비되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돌의 배치가 돋보인다. *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 기성적 가치와 이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문화조류. 획일적이기를 거부하며, 개성을 중시함.
모든 건축에 있어 배수는 중요한 문제.
그래서 고안한 방법. 근정전 뒤편을 앞마당보다 70cm 정도 높여 설계함으로써 빗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했다.
동서로 놓인 회랑이 3단으로 되어 있는데, 각 단이 약 35cm 차이가 있게 설계된 것.
폭우가 쏟아지는 날 와보면, 박석 사이로 순식간에 빗물이 빠져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데...
박석이 담아내는 빗물의 아름다움일 게다.
두번째 숨은 그림찾기!
경복궁을 찾는 이들이 스쳐지나가는 경복궁의 두번째 비밀.
태웅이 왕이었다면 그럴 법도...
귀빈들이 타고온 말이나 마차를 묶는 용도(김종민). 땡!, 천막을 세우는 용도(태웅 정답!)
사극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연회 장면.
근정전 돌난간.
이 석견(石犬)에도 귀여운 디테일이!
아까 그게 닭이 아니었구나... 종민이 '닭'이라 감탄(?)했던 건 주작인 것.
유교수, 모서리에 있는 조각들은 (그 정체가) 아직까지 학계에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월대에는 십이지신상이!
그중 정남향에는 말(馬)이 있는데...
십이지는 자,축,임,묘,진,사,오,미,신,유,술,해. 자시, 축시 등 십이지간은 하루를 12 부분으로 나누어 부르던 시간의 옛이름
그래서 열두시 방향에 놓인 말... 낮12시를 정오(正午)라고 하는데, 정오의 오(午)가 바로 말(馬)이다.
퀴즈 3 - 세번째 숨은 그림은 근정전 뒤편의 '드므'라는 것.
'드므', 이것은 또 어디에 쓰던 물건인고?
궁의 위엄에 가려져 눈여겨 보지 않았던 그것, 근정전 뒤편에 놓여 있는 드므는 과연 어떤 용도로 만들었을까?
"불을 때는 데", "비의 양을 재거나..." 줄줄이 오답.
힌트 - 뭔가를 담았었다는데...
답답한 출제자, 한번 더 힌트 - 목조 건축물 옆에 있다.
바로 느낌 온 수근, "불을 끌 수 있는 것?" "정답!"
조상들의 재치있는 발상.
왕실의 상징인 근정전을 위한 수호의 마음을 담은 항아리를 그 자리에 둠으로써
화재를 경계하는 상징도 되고,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는 물항아리다.
근정전이 외교의 공간이리면, 그 뒤에 있는 사정전(思政殿)은 왕이 집무하는 공간.
"보통은 근정전을 보면 경복궁을 다 보았다고 여기는데 이제부터가 정말 왕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야."
지원, 한번 둘러보고서 "이야, 나도 한번 왕이 돼봤으면 좋겠다."
유교수 - 임금이 되기 위한 왕세자의 고충을 모르는구나.
조금만 풀어져도 '아니아니, 아니되옵니다' 그리고 걷는 품을 보고도 의젓하고 점잖게 걸으셔야...
지원 - 또 그런 스트레스가!
승기 - 제가 드라마에서 곧 형 같은 왕을 보여줄게요.
사정전까지는 치정(治政) 공간이었고, 이제 가볼 곳은 왕이 생활하던 공간.
강녕전(康寧殿): 왕이 생활하던 침전(寢殿). 용마루가 없는 무량각지붕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
퀴즈 4 - 왕과 왕비의 침전에는 왜 용마루가 없나?
왕의 침소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소(交泰殿)에만 없다?
용마루란, 지붕 가운데 부분에 높이 올린 틀로서 용을 상징.
오답- 비오니까 잘 내려가라고... 하늘의 기운을 더 받으려고!
힌트 - 상징적으로 접근할 것.
태웅 - 왕이 바로 용인데, 왕 위에 용마루가 있을 수는 없다!
정답! 임금이 곧 용이니, ' 한 집에 용이 두마리 있을 수 없다'하여 왕과 왕비의 처소에는 용머리를 두지 않았음.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 조상의 재치와 멋을 느끼는데...
퀴즈 5 - 강녕전에 굴뚝이 안 보인다? 강녕전의 굴뚝은 어디에?
강녕전의 굴뚝을 멀리 둔 이유는?
전통 난방 방식 중 단연 훌륭한 것은 우리나라의 온돌!
서양식 벽난로는 굴뚝으로 연기가 빠지면서 열기도 배출되는데, 당연히 열손실이 클 수밖에 없음.
그에 비해 온돌의 방식은, 연기만 빼고 열기는 보존하는 셈.
굴뚝이 멀면 좋은 점 - 연기가 빠져나가는 시간이 길어 그만큼 온기를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음.
그리고 여기에도 빠질 수 없는 디테일! 붉은 벽돌과 하얀 강회를 이용해 만든 무늬와 글자.
무늬만 있는 게 아니라 전서체로 된 글자가 숨어 있음.
만수무강(萬壽無康) : 왕이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의미.
글자 디자인도 세련됐는데, 글자 속에 춤추는 종민 있다.
굴뚝 하나에도 이런 세심한 손길이 닿아 있으니... 왕, 할 만하다!
승기 - 이거요! 정답!
강녕전의 굴뚝은 바로 뒤에 있는 교태전(왕비의 처소) 앞에 있음.
교태전으로 들어가는 양의문 양 옆에 있는 굴뚝. 앞 건물인 강녕전의 굴뚝을 멀리 빼놓아 세운 것이 특징.
굴뚝을 멀리 둔 이유를 설명하자면...
전통 난방 방식 중 단연 훌륭한 것은 우리나라의 온돌!
서양식 벽난로는 굴뚝으로 연기가 빠지면서 열기도 배출되는데, 당연히 열손실이 클 수밖에 없음.
그에 비해 온돌의 방식은, 연기만 빼고 열기는 보존하는 셈.
굴뚝이 멀면 좋은 점 - 연기가 빠져나가는 시간이 길어 그만큼 온기를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음.
그리고 여기에도 빠질 수 없는 디테일!
무늬만 있는 게 아니라 전서체로 된 글자가 숨어 있음.
굴뚝 하나에도 이런 세심한 손길이 닿아 있으니...
왕비의 침전으로 중궁 또는 중전으로 불리웠음.
교태전의 굴뚝은...
건축에 있어서는 거추장스러운 굴뚝. 하지만 그 굴뚝마저 화려한 장식으로 승화!
국모가 누릴 만한 기품있는 정원.
자, 다음은 또 어디로?
자경전 - 대왕대비의 침전으로 가본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격조 높은 궁궐 건축으로의 담!
퀴즈 5 - 대왕대비가 거처했던 자경전, 건물 전체가 보물인 자경전에 또 보물이 있다?
과연 궁궐 가장 은밀하고도 깊숙한 곳에 숨겨진 보물은 무엇일까?
힌트 - 자경전 건물 부속물 중 하나.
정답은? 십장생 굴뚝! 안내문 팻말이 있어 바로 맞춰버려. (이 사람들이 참, 미리 좀 치워놓지 않구서!)
궁궐과 한몸이 되어 여인의 품격을 드높이는... 은은하게 기품있는 굴뚝.
현재는 경복궁의 25%만 복권된 상황.
"저기 이상한 집이 있는데..."라고 가리키는 유교수의 말을 따라간다.
거대한 산을 정원으로 들이는 궁궐. 후원 깊숙이 가니...
고종과 명성왕후 부부의 바람이 담긴 집.
경복궁 내의 별궁으로 고종의 정치적 독립을 상징함. 사대부의 집 형태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가 사용된 곳.
이곳에서 나라의 근대화, 부국강병, 자주독립의 꿈을 키웠건만...
건청궁 대문너머로 보이는...
조선시대 운동장! 식량창고! 김칫독! (승기, 정답에 근접한 걸 눈치채고 한번 더) 장 담는데!
유교수, 좀더 구체적으로! 답을 유도하는데... 된장 쌈장!(종민)... 된장 쌈장이 뭐지?(지원) 아, 장독대!
경복궁 여섯번째 숨은 그림은 궁중의 장독대였다.
경복궁의 장독대(장고)는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이번에 특별히 촬영 허가된 특별제한공개구역이라고.
궁중의 담을 넘어,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더욱 분주하던 곳.
왕의 수라상에 맛을 입히다. 전국 팔도의 독이 모여 있는데,
다음은... 새 왕조의 궁궐, 그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가볼 차례.
국보 224호: 태종 12년(1412년) 창건, 고종 4년(1867년) 재건
인공연못에 견고하게 세운, 단일평면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목조누각.
"청소를 하려고 연못에 물을 완전히 뺀 적이 있어."
경회루 숨겨진 이야기는 또 하나! 지혜로운 연못물 순환시스템. 자연적으로 순환하게 설계된 인공연못.
600년 전 계산된 자연순환의 원리.
그리고 이 연못의 또 하나의 비밀. '경회루전도'(慶會樓全圖)에 "불기운을 막기 위해 구리로 만든 용 두마리를 연못에 넣는다"는 기록이 있었다는 것.
"1997년 청동용 한마리 발견! 한마리는 못 찾았어. 발견된 건 요 옆에 있는 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드디어 경복궁 마지막 숨은 그림 찾기!
"경회루 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액자에서 경복궁 최고의 그림을 찾아!"
그래서 찾아 올라가는 길. 밑바닥인데 이런 부분의 디테일까지 다 신경 쓴 걸 발견할 수 있다.
일반 누각처럼 그냥 다 뚫린 공간이 아닌, 3단으로 실내 구조가 짜여져 있다는 것 자체에 놀라게 된다.
경회루 가장 깊숙한 공간으로... 왕이 직접 경연하거나 연회를 베풀던 바로 그곳!
숨은 그림 찾기에 나선 멤버들...
(수근) 경회루에서 바라본 북악산의 운치?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정답!
낙양각(落陽刻 : 햇빛을 조각하는)을 액자로 하고 풍경을 그림으로 삼아 세상의 경치를 내것으로 만든 최고의 숨은 그림.
숨은 그림 중 최고의 그림.
피디- 밑에서 볼 때는 그냥 궁궐 유적 같은데, 위에서 보면 아직도 번성하는 도시를 바라보는 느낌이야.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의 공존.
지폐의 뒷면에 잠들어 있던 경회루. 그 속에 들어와서 보니 600년 세월의 무상함이 아닌 역사의 깊이늘 느낄 수 있다.
(유교수) 경주남산 답사때도 얘기했듯이, 불상 자체가 아닌 부처님이 바라보는 곳을 볼 때 더 큰 감흥을 느낀다.
건물을 볼 때 밖에서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찬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어 관람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에 아기자기한 디테일의 정수(승기), 그리고 교수님의 멋진 한마디는 정말...(수근) 하는데,
문화유산여행 다음 주 2회는... '사라진 유교수님을 찾아라! 유교수님은 도대체 어디에?'라는 부제하에 계속된다네요.
환상적인 도시야경. 그리고 아름다운 한옥에서 펼쳐질 '한국의 맛, 한정식' 저녁식사 코너가 준비돼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