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성직자의 명칭과 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하여
- 천주교 신자가 지나가며 남기는 글
1. 성공회 성직자의 명칭에 관한 생각
개인적으로 성공회 성직자를 목사라고 불러야 하는게 옳다는 말을 개신교(성공회에서도 저교회나 혹은 성공회가 아닌 교단 사람들)나 천주교(성공회에는 사도전승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사람들이 많이 합니다.
그런데 사실 성공회 내에서 자신의 성직자를 사제, 신부라고 표현하는것을 다른 교단등에서 비난할 일이 되지는 못한다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천주교에서 성공회 성직자가 사제(신부)가 아니라 주장하는 이유는 사도전승이 없어서->실체변화가 불가능하다->따라서 서제(신부)가 아니다. 라는 논리를 펴는데,
성공회는 실체변화(화체설)을 주장하지 않는 교단인만큼 이러한 논리에서 오는 (무쓸모한)비난은 전혀 상관없는 딴지에 불과하겠죠.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개신교단이나 일본 성공회처럼 목사라는 명칭을 사용해야한다는 주장 또한, 신부라는 단어에 동정성(결혼하지 않음=독신)이 있다 여겨 그런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다른분들께서 지적하신 대로 신부라는 단어에 동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것은 잘못된 현상이며 한국 내에서만 주류적인 생각일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불교에서는 성직자의 결혼등에 대해 확실하게 못박듯이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한국의 조계종 스님들은 물론 결혼을 하지 않지만 다른종파 스님들은 결혼을 하고, 진각종의 경우에는 결혼한 사람이 아니면 성직자가 될수 없습니다.
불교의 예를 들어 말하고 싶은 요점은 신부(혹은 스님)라는 말에 동정성이 있다고 하는것은 너무 확대해석된 한국 안에서만 통용되는 생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부나 목사라는 단어 자체는 성과 전혀 관련이 없이 단지 영어등 그 단어의 원류가 되는 단어를 어떻게 한자로 표현하느냐에 따른 차이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성공회에서 성직자를 신부라고 부르기로 결정하거나 혹은 이미 그렇게 부르고 있다면, 그것을 남(천주교)이나 혹은 잘못된 생각으로 논쟁을 벌이거나 할 필요가 하등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 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해
요 이삼년 성공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주 목격할수 있는 글이 바로 성공회의 정체성이 도데체 무엇이냐, 아니면 이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야 하느냐, 또는 이것이 문제니 이렇게 고쳐야 한다...
이런 종류의 글을 계속 보게 됩니다.
성공회는 일반적으로 개신교의 범주 안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개신교단과 달리 종교개혁 이전의 천주교적인 요소(형식적인 요소와 성사, 영성)를 이미 처음부터 지니고 있는 교단인 것도 사실입니다.
천주교인의 입으로 말하기는 뭣합니다만 대부분의 천주교인은 일반적인 개신교인 처럼 자유로운 기도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한다고 해도 단어 그대로 '화살기도' 다시말해 한두문장으로 끝나는 15초안에 아멘할수 있는 기도가 대부분입니다.
개신교의 경우에는 밤새워서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운 기도를 오랫동안 할 수 있습니다.
성공회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그랬듯이 공도문을 사용하는 교단으로 천주교와 동일하게 공식적인 기도서가 있는 교단입니다.
또한 성공회는 개신교에 들어가는 만큼 공도문에 실린 기도 이외의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기도를 이미 처음부터 하고있는 교단입니다.
다시 말해 기도문에 있는 기도만 반복하는 천주교와 기도문이 없이 자유기도만 하는 일반 개신교단의 두가지 기도양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개인적으로 기도에 있어서 가장 밸런스가 잘 잡힌 교단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성공회 내에서 일반 개신교인들 처럼 기도를 한시간 두시간 하는게 문제다(=주로 고교회적인 분들)이나 너무 틀에박힌 신앙생활만 한다(=주로 저교회적인 분들)라는 두 말이 다 맞지만, 두 말 모두 사실은 쓸모없는 말이 아닐까요?
개인적 자유기도를 한두시간 하는것을 좋아하시는 분은 틀에 박힌 기도만 하는분이 마음에 안들수도 있고, 공도문(기도서)에 있는 양식을 지켜가며 기도하시는 분들은 자유기도를 한두시간 밤새서 하시는 분을 이해하기 힘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틀에박힌 기도만 하는 천주교인의 입장에서 성공회의 이런 다양성은 오히려 한 교단 안에서 다양한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보석에는 다이아몬드만 있는게 아니라 루비도 있고 진주도 있고 에메랄드 사파이어도 있듯이 성경을 더 많이 읽는 신자가 있고 자유기도를 많이하는 신자가 있고 주일 감사성찬례만 참여하는 신자도 있겠죠.
하느님의 시각으로 봤을때 이사람들은 다 같은 신앙(보석)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모습이 다른(보석의 종류)것일 뿐일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기도 이외에도 성공회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감사성찬례 후 공동식사와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초대교회의 전통을 가톨릭보다 잘 지키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세례와 성체의 두가지 성사와 다섯가지 성사적 예식으로 교회의 전통을 (다른 개신교단보다)상대적으로 잘 지키고 있으며, 그만큼 영성 분야에 대해서도 개신교와 달리 처음부터 그 심오함을 버리지 않고 지니고 있는 교단이라 생각합니다.
잘못 이해한 것일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성공회의 영성은 가족의 영성이라 생각합니다.
주로 저교회적인 분들이 싫어하시는 이 영성은 물론 그분들의 말처럼 새신자가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듯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이 가족의 영성이라는 것은 성공회 안에서 같은 하느님을 예배하고 식사나 기도회등 다른 활동들을 통하여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이 되는, 세속에서 자신이 속한 집과 동일하게 그만큼 하느님 안에서의 가족과 함께 주님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새로운 충전으로 다시 사회에 나갈수 있는 천상의 가정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뭐 특히 천주교신자로서는 감사성찬례 후 공동식사를 진행하는 부분에서 이런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세계 성공회의 각 관구가 동등한 위치에 있으면서 서로 완전한 상통관계 속에 있는 것 또한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공회 공동체라는 말은 다시말해 하느님 앞에서 모두 평등한 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거든요. 물론 그 쓰임에 따라 사제가 있고 주교가 있고 평신도가 있고 기도를 많이하는 사람이 있고 성서를 많이읽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모두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서로와의 상통관계 안에서 각자의 받은 모습대로 신앙생활을 할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천주교인인 제가 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해 왈가왈부 할 자격같은건 없겠습니다만 천주교인의 입장으로 봤을때 성공회의 가족적인 분위기와 그안에 담긴 영성은 오히려 천주교보다 성공회가 초대교회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뭐 솔직히 말해 부럽기도 합니다.
3. 마치며
물론 성공회 신자가 아닌 사람의 짧은 생각입니다만 외부(다른교단)의 입장에서 봤을때 성공회 안에서 정체성이나 단어(목사/신부)하나를 놓고 논쟁이 일어나는걸 보면 '왜이렇게 쓸데없는걸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 성공회는 그대로 신부라는 호칭을 사용하는게 좋다, 성공회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문제도 있지만 훌륭한 것이며 개인의 신앙생활의 모습이 달라도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 괜찮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 것이지만, 뭐...
천주교 신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해 자유롭게 기도할줄 모르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결여된 천주교와 달리, 공도문이 있으면서 자유로운 기도를 누구나 잘 하고, 초대교회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는 성공회의 '부러운'영성이 그 내부에서 비판을 받고 있으면 쪼~금 묘~합니다...
글: 김가아님 <대한성공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