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종열 시인의 5시집으로
4집 이후 더욱 단단한
역동적이고 활기찬 언어로
삶의 진정한 면을 들려준다.
<출판사 서평>
이번 제5시집에 상재한 이종열 시인의 언제나 끊이지 않는 웃음과 활발한 행보는 마치 강변에 고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서 은빛 갈기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억새의 도도한 모습으로 독자에게 햇살을 악보로 추는 춤사위를 보여줌으로써 무기력하고 단조로운 삶에 활기와 역동성을 가지게 한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것이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타인의 것으로 오해하며 살고 있다.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에 기인한 삶으로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든 것이 타인에서 시작하여 자신에게 오듯이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모두 남의 탓으로 여기고 있다. 이종열 시인은 자신의 것을 자신에게 물어보는 자아 확립의 정신으로 긍정을 전제로 한 긍정의 물음을 던지면서 활기찬 삶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지고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제5시집의 언어들로 들려준다.
<지은이 소개>
*월간 한비문학 시, 수필, 소설 등단/계간 아람문학 시, 수필부문 신인상/한국문인협회 회원/대구문인협회회원//월간 한비문학 운영위원장/한비문학회 회원/시인과 사색 회장
*수상_미당 서정주 시회 문학상/2012년 한비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수상/한비작가상 수상/한비문학상 수상/시인과 사색 선정 올해의 시인/광주문학세대 전국 빛고을 창작 공모 일반부 대상 수상
*시집 <내 마음 담은 곳>, <시간이 남긴 그림>,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 <텁텁한 감꽃이 달콤한 사탕되어>,
*수필집 <그리움은 가슴마다>
<시인의 말>
인생은 살아가면서 대부분은
협곡 같은 길을 넘나들며
힘든 삶과 숱하게 싸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다친 상처가 곪아서
썩어갈 때 사람과는 도움이
불가능한 느낌이 왔을 때
천사같이 다가와 널따란 천을 깔아놓고
곪아서 삭은 마음을 다 뱉으라고
등 두드리며 쓰다듬어 주는 존재가 바로 시다.
시를 잘 쓰느냐 못쓰느냐
그런 것은 나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이 쓴 것이면 좋은 시가 아니겠나,
깊이파고 들어가서 쓴 시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포근하게 내려앉으면 좋은 시가 아닐까
내 시를 읽는 분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고 또 그렇게 바라는 바이다.
<목차>
1부-아스라이 저 먼 끝에서
꽃물에 취한 세상
아름답고 정겹다
삶에 에너지도
펑펑 솟게 했다
-꽃물 중-
나의 보물/육남매 나들이/초록빛 사랑/수련꽃/노래교실/꽃물/자연의 법칙/매미와 인연/초대 합니다./궁금하다./밤하늘 /눈에도 노환이/빨초노의 인생/너의 향기/문우의 정/가시사랑/감기몸살/한치 앞을 몰라/그해 가을/가요무대 /고유의 명 /서울동서
2부-보랏빛 길 황혼녘에 혼자 걸으니
호호 백발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마음은 이팔청춘
아름다운 여자이다
-여자의 마음은 중-
울고 있는 바람/엄마란 이름 /거울 속 여자 당신의 꽃물/무슨 일로/그대여/조화에 속은 눈/수성 못/대구역 플랫폼 /구제불능/저려진 마음/세월은 추억 창고/서울나들이/여자의 마음은/아이처럼/커피숍 사장/오징어야 미안해/이마음도 데려가라/땀구멍/그제야 제 맛이다/희망사항 /외로운 길
3부-황금 목걸이 내 목을 안았다
덜커덩덜커덩 엉덩이를
춤추게 했던 고향 길은
만날 때마다 반갑고
정겨웠는데 아스팔트
고향 길은 낯설기만 하더라,
-어렸을 때 고향 길 중-
나의 벗 나의 사랑/귀여운 새/저렇게 생겼을까/2014년 크리스마스/마음의 낙원/왜 이러나/시냇물 꽁꽁/겨울 여행 / 힘들게 하는 너/청개구리 세월/그 옛날에/어렸을 때 고향 길/그리운 마음/아직 청춘인데/엄마가/어떻게 왔을까/신천 강변을/마파람이 좋아/고독한 밤/비가 내린 후엔/가로등 /낙엽을 밟으며
4부-겨울 눈꽃을 따라 그렇게 왔느냐
차창 밖을 내다보니
산비탈 언덕배기에서
두 여인이 평화롭게
쑥을 캐고 있었다.
-향수에 젖다 중-
야속한 밤/삼월의 끝자락/가을이 왔다/언제 오려나/봄과 사랑을/마음과 날씨/추억을 심는 섬/덧없는 세월/추억은 활력소/너와나의 우정/향수에 젖다/오월의 장미꽃/도심의 야경/고희를 맞이하려니/그리움을 찾아서/그 하나의 빛 /꽃과 나비/현충일/할머니의자동차/중앙로에서
5부-창문 두드리는 소리 반가워라
좋아하는 마음이
당신에게 생겼다면
그건 행운이 온 겁니다
다른 그 어떤 것도
바라지는 말아요,
-좋아만 해요 중-
풀 향기 같은 너 /이른 아침 빗물소리/대구3호선개통/대구3호선 지상열차를 탔다/괴로운 밤/굵어진 손마디/고요한 시간/좋은 세상/아버지의 참외/힘없는 어깨/보리피리 /선물 받은 사과/고향의 봄/좋아만 해요/짧은 인연의 끈/모든 것은 운명/물어보자/막걸리 한잔/슬픈 낙엽/마음/기적소리/시대 따라 명절도/사랑의 길
<작품 소개>
꽃물에 취한 세상
아름답고 정겹다
삶의 에너지도
펑펑 솟게 했다
묘한 것들
꽃물아
예쁜 꽃물아
많이 취하게는
하지를 말라
후회할지도 모른다.
꽃물이란
그런 것이더라.
<꽃물>
아이도 아줌마도 아닌
할머니가 길을 가다
엎어져 무릎이 깨지고
바지도 찢어졌다
피가 흐르고 아픈데
울음 대신 엄마를 불렀다
사방 어디에도 없는
엄마를 할머니가
부르고 있었다.
행인들의 시선은
할머니께로 모여드니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할머니는 오래전에
고아가 되었다
세상 그 어디에도
할머니의 엄마는
계시지 않는다.
그래도 할머니는
가끔 엄마를 찾는다.
<엄마란 이름>
늙은 어미는
아들 앞에서는
어린아이여라
아프지 말라며
건강을 챙겨주는
아들이 엄청
크게 보인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응석을 부리면서
주사는 무섭다고
맞지 않으려 떼쓰는
투정부리는 어미를
애기 다루듯이
다독이며 주사를 주니
행복에 감전되어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메려했다
아들 앞에 앉으면
늙은 어미는 아이어라
<아이처럼>
어쩌다 눈 한번 마주칠 때도
왠지 모르게 밉기만 한데
그때마다 날 보고 웃고 있다
소중한 나만의 뜰에
못생긴 나무 한 그루
보기만 하여도
오만 정 달아나는데
뽑아 버리려니
튼실한 뿌리가 뻗어있어
뽑을 수가 없다
긴 세월 동안
눈앞을 가리어
고통이 너무 컸다
곱게라도 자랐으면
눈이라도 즐겁지
울퉁불퉁 못생긴
저 나무는 오늘도
미운 모습으로
날 바라보며 웃고 있다
<저렇게 생겼을까>
이른 봄날 여행가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산비탈 언덕배기에서
두 여인이 평화롭게
쑥을 캐고 있었다.
사색에 젖었던 영혼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차는 육신을 싣고
멀리까지 갔는데 어쩌나
달아난 내 영혼
돌아오지 않는다.
봄의 향기가 풍기는
그 곳이 좋은가봐
아주 오래전 산비탈
언덕 빼기에 그려졌던
고향의 봄 여인상을
오늘 다시 보게 되었다
반갑고 감미롭다
<향수에 젖다>
노란 참외 한 박스가
우리 집에 왔다
탯줄을 막 끊은
싱싱한 참외들이다
예쁘게도 키웠다
아버지 생각 간절했다
그 옛날에
땀과 사랑으로 키운 참외를
예쁘고 잘 익은 녀석들만 골라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에게
아버지는 돈을 받고
보낸 녀석들이 아니었나,
그 예쁘고 잘 익은 녀석들이
오늘 우리 집에도 왔다
어떤 분이 키운 녀석들일까
내 아버지를 닮은 분일까
싱싱한 참외마다
아버지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아버지의 참외>
지금 좋아하는 마음이
당신에게 생겼다면
그건 행운이 온 겁니다
다른 그 어떤 것도
바라지는 말아요,
멀리 떠날지도 몰라요
지금처럼
좋아하는 마음만이
행운을 가질 겁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냥 그대로 좋아만 하세요,
그러며 당신은
끝없이 없는 꽃길을 걸을 거예요
당신에게 행운이 찾아온 겁니다.
무조건 좋아만 하세요,
<좋아만 해요>
해가 갈수록
명절날도 쓸쓸해진다.
근대화에 들어서는
명절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몇 해 전만해도
하루 전날부터
소란했던 거실도
당일에서야 몇 시간
시끌벅적거렸다
밤새도록 둘러앉아
얼룩진 마음들을
씻어주던 명절은
세월의 일부분에
추억이 되어간다
<시대 따라 명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