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되는 이유
2016.12.23 12:11 by bliss in Information 2 Comments
캐나다 수돗물에 대한 오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으나 캐나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나 심지어는 신문지에서조차 수돗물에 대한 글이 나오면 거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나는 것을 봅니다.
첫째, 캐나다 수돗물은 석회수이다.
둘째, 그냥 마시면 안 되며 마시려면 끓이거나 또다시 정수를 해서 마셔야 한다.
셋째, 석회수라서 계속 마시게 되면 결석, 담석 등 몸속에 돌이 생기는 질병이 생긴다.
넷째, 캐나다에서 가장 좋은 물은 사 먹는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생기는 현상 같은데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많은 의사 아닌 의사, 공학자 아닌 공학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각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조차 한 소견으로 밖에 얘기해 줄 수 없는 정보들을, 사람들은 이것이 정답이라고 못박아 사실화합니다. 지금부터 캐나다 수돗물 대한 오해를 하나씩 짚어 보기로 해요.
수돗물에서 있는 석회수가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석회수는 영어로 lime water인데요. 캐나다 수돗물이 유독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에게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영어 lime이 한국말로 석회이기 때문에 건축에 쓰이는 석회가루같이 몸에 해로운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 수돗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는 캐나다 일부 지역의 수돗물에 칼슘 농도가 높은 것을 보고 몇몇 한국 사람들이 수돗물을 석회수라고 불렀던 것이 와전되어 오늘날에도 석회수라고 종종 불리는 것 같아요. 칼슘은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 중 다섯 번째로 풍부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수돗물의 칼슘 농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칼슘 농도가 높다고 해서 경수(센물)를 석회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석회수는 분자식 Ca(OH)₂를 갖습니다. 분자식에서 볼 수 있듯이 석회는 칼슘(ca)으로 물에 녹았을 때 수산화칼슘의 포화 수용액이 됩니다. 즉, 석회수는 칼슘이 녹아 있는 물로 무색투명의 알칼리성을 띱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센물의 일종으로 석회수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석회수는 칼슘만 함유하고 있지만, 센물은 칼슘 이온, 마그네슘 이온 등 천연에 존재하는 미네랄이 함량이 많은 경수로 성질이 다릅니다. 참고로, 센물(hard water)과 단물(soft water)는 경도 수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물에 포함된 칼슘(Ca2+)과 마그네슘(Mg2+) 양을 탄산칼슘(CaCO3)으로 환산해서 1㎎/ℓ를 1경도라 합니다. 150 이상이면 센물(경수), 0~150 미만이면 단물(연수)입니다. 즉, 석회수를 먹지 말라는 이유는 영어 명칭과 센물의 정의에서 혼란이 생겨 오는 오해 같습니다.
캐나다 수돗물이 결석을 유발한다?
한국 사람들이 석회수라고 부르는 캐나다 수돗물 중 경수와 결석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같은 거라곤 둘 다 ‘석’자가 들어간다는 것뿐입니다. 전 세계 어느 학술 논문에도 그런 연구 결과는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는 여러 편 발표된 적이 있답니다.
칼슘 농도는 어느 정도이고 정말 안전한가?
의학적으로 칼슘 하루 권장량은 1200mg쯤 됩니다.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토론토(Toronto) 수돗물에는 1리터당 120mg의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종합비타민 1알에 약 200mg 정도의 칼슘이 들어 있고, 칼슘 보강제에는 약 300-500mg 정도의 칼슘이 함유돼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하루 물 섭취 권장량 2.5리터를 수돗물로 마신다고 해도 칼슘 섭취량은 300mg로 칼슘 보강제 1알 분량입니다. 게다가 성인 1명이 하루 평균 마시는 물이 1리터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수돗물로 인하여 몸에 흡수되는 칼슘은 소량인 셈입니다. 먹는 물로 칼슘과 마그네슘 섭취가 문제가 된다면, 종합 비타민, 칼슘제 등 영양 보충제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되어 버리는 거랍니다. 따라서 지역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 정부에서 공급되는 캐나다 수돗물은 안전하고 믿고 마셔도 됩니다. 실제로 캐나다 레스토랑과 커피 체인점에서 물을 달라고 하면, 수돗물을 컵에 받아서 주는 곳이 매우 많습니다.
캐나다에서 정수기는 정말 필요 없는가?
한국은 거의 모든 가정이나 요식업소에서 정수기를 사용합니다. 특히 역삼투압 방식이 제일 많이 보급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사람들은 흔히 브리타로 알려져 있는 활성탄을 사용한 간단한 정수장치를 사용합니다. 정수기가 아닌, 작은 저수통이나 수도꼭지에 필터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수질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가지 더 안전장치를 두기 위해서 사용하는데요. 수돗물은 믿고 그냥 마셔도 되는 게 맞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먹다 버려지거나 배설되는 의약품의 잔여물(pharmaceutical residual)이 물에 녹아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리타(Brita)와 같은 활성탄 필터가 의약품 잔여물 제거에 매우 탁월합니다. 대신,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역삼투압 방식은 가급적 쓰시지 말아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삼투압 방식이 필터 성능이 너무 좋아서입니다. 물에 들어있는 미네랄까지 완전히 제거해 버리기 때문이지요. 최근 연구에서 미네랄이 없는 물을 계속 마시는 것은 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또한, 정수기로 정수가 잘 되더라도 보관통과 필터 교체 등의 문제로 실제 마시는 물은 오염의 소지가 있다고 봐 한국처럼 정수기 사용이 대중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캐나다 수돗물 관리와 공급의 주체
캐나다 수질 및 원수 관리는 연방(federal), 주(province), 시(city) 정부 이렇게 세 단계의 정부가 유기적으로 관리를 합니다. 수질에 대한 직접적인 기준과 법률은 주 정부가 담당하고, 수돗물의 최종 공급 책임은 각 지자체에 있습니다.
캐나다는 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나라인데요.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민물의 1/3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땅이 넓고 수량이 풍부하다 보니 캐나다의 수돗물은 다 같은 수돗물 같아 보여도 한 도시에서조차도 물의 원천이 다양하다고 해요. 원천이 다르다 보니 각 지자체가 공급하는 물속에 들어 있는 미네랄의 성분과 양도 기준 내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캐나다 수돗물은 절대 석회수가 아니며, 결석과도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캐나다 정부 공급 수돗물은 그냥 드셔도 좋으나, 브리타 같은 필터를 이용하시면 금상첨화라는 사실 기억해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