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들꽃들 이름 속에 "벼룩'이 들어가는 식물이 대여섯가지가 있다는데..
개벼룩,벼룩이울타리,벼룩이자리,벼룩나물....
그런데 내가 만난 '벼룩'은 벼룩나물과 벼룩이자리 두 종류뿐이다.
내가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오직 내가 만난 꽃으로만 이야기하는 고로...저 두 종류외에는 여기다 옮길 이야기가 없을 듯 하다.
그 녀석들은 백두산이나 몽골쪽으로나 가야 볼 수 있다니...그저 내겐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열정이 많은 내 꽃친구들은 백두산으로 몽골로 그녀석을 만나고 와서 떡 하니...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지만
애초에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보여야 염장을 지르면 머리에서 김이 나거나 하는데...아예 가망이 없으니 그럴 일은 없다.ㅎㅎ
벼룩나물은 석죽과에 속하고 ,논둑이나 밭에서 자라며 4~5월에 흰꽃이 핀다.
'나물'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으니 짐작을 하겠지만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그리고 '벼룩'이라는 말은 아주 작는 말이다.
'벼룩이 간을 빼먹는다' 속담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대로다.
이꽃이 피는 시기가 보리고개 일때니...산에 들에 나는 것은 무엇이라고 뜯어다가 입에 풀칠을 해야 하는데
나물이라고 하는 이 녀석은 아무리 뜯어도 소쿠리에 차지 않으니..차라리 벼룩이 간을 빼먹지 했을 법하다.
그래서 그럴까? 벼룩나물의 향명은'보리뱅이'다 보리고갯때의 구황식물이었으니까..그런 이름이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내가 만난 이 벼룩나물은 위에 설명해 놓은 보통의 벼룩나물들 보다 퍽이나 개성이 강한 녀석이다.
4~5월에 꽃이 피는 것이 정상인데..저 녀석은 11월에 피어있었고..그것도 논둑이나 밭이 아닌 산에 피어 있었다.
꽃이든 사람이든 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넘들이 꼭 있다.
논둑이나 밭에서 자라는 녀석이 어쩌다 팔공산 골짜기까지 올라 갔는지 그 별남도 재미있고..
그것도 봄에 피는 다른 친구들이 다 사라지고 난 뒤인 이 늦가을에 꽃이 피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꽃을 좋아하고 꽃을 만나러 다니다 보면 "정말 이것이었구나~~"싶은 때가 있다.
수능 시험치기 전날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던 것은 수험생을 둔 엄마들의 간절한 기원을 담아보고자 해서 였는데
집을 나선 목적은 분명 그것이었는데... 정작 갓바위에 올라서는 내가 애초에 목적했던 그 어머님의 얼굴은 담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갓바위 정상 부근에서 세찬 바람을 견디며" 며느리밥풀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밥풀꽃을 보자 말자 내뱉은 말은
"오늘 나를 불러 낸 것이 너였니?" 였다.
그런 줄 알고 있었다. 오늘 나를 여기까지 오르게 한 것은 며느리밥풀꽃이었구나...그랬는데
정작 이 '벼룩나물"을 만나고서야...며느리밥풀꽃도 아닌 것을 알았다.
며느리밥풀꽃이야 가을꽃이다보니 이곳이 아니라도 눈여겨 보면 아직은 곳곳에서 자주 눈에 띄이는 꽃이다.
그런데 벼룩나물은 참으로 생뚱맞은 것이다.
그래서 완전 얻드렸다.
이 녀석의 반항이 반가워서..
벼룩이자리.
개미자리.
벼룩도 작고..개미도 작고...개미니 벼룩이니 이런 이름이 들어가면 작은 녀석들이라고 보면 된다.
첫댓글 내가 몰랐기에 옆에 피어있는 작은 생명도 무심히 밟고 가길 수차례였습니다..
자유님의 식물도감(?)을 본 뒤로는 행여나 뭔가 밟힐까 참~조심합니다..
오늘도 글을 읽고는 옳타쿠나~하고 무릎을 탁~쳐봅니다~
깨달음의 행동표현이죠~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남서방님의 음악적 내공에 아주 놀랐습니다. 그 감성의 어디서 나오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공부 잘하고 갑니다...
꽃언니 자유님 벼룩나물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기원해 봅니다.
몽골이나 백두산 여행객이 돌아올 때 바지춤이나 신발끈에라도 개벼룩,벼룩이 울타리 씨가 붙어와서
이 땅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기를요.
그래서 우리 자유님 염장지르는 친구 입이 쏘옥 들어가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