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12차 부작용과의 이별준비 밤사이 내린비로 촉촉히 젖은 화단의 흰철쭉이 반갑게 아침을 맞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한만큼 모든 가정에 행복이 묻어나는 달이기를 가슴으로 빌며 집을 나섰다. 긴 연휴때문인지 한산한 도로 추운겨울날 두손을 호호 불며 가던길을 아침부터 덥다고 청문을 내리고 달리고 달려 7시 18분 도착 마지막 항암치료라는 사실이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짓눌렸던 가슴을 활짝펴게 만들어준다. 북새통인 채혈실 채혈실안 환자들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월요일임을 읽어보며
병원에서 느끼는 특이한 것은 어느곳에서도 웃음소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TV에서 조차... 웃음이 치료효과에도 좋다는데... TV에서 흘러나오는 공무원연금법 담합이라는 짜증나는 뉴스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자체도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서양사람들의 감성과 우리의 감성이 틀린데 획일적인 서양음악 꼭 음악수준높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아닐텐데 우리음악으로는 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까 의문인데 다른날보다 코디간호사가 일찍 얼굴을 보여주며 늘상하는 혈압, 몸무게 체크를 해나간다. 백혈구수치 1,890 지난번보다 약간 상승 혈압 110에 73 정상 몸무게 61kg로 변동이 없다. 9시30분 종양내과 신상준교수님의 진료를 시작으로 12차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환한웃음의 교수님 이제 마지막이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백혈구 수치도 좋고 간 수치와 그외의 수치 모두 정상입니다. 해맑은 교수님의 미소 교수님이 더 좋아하신다. 마지막으로 치료 잘 받으시고 2주후에 CT, X-Ray, 피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검사결과 보러 오면 된다하신다. 교수님의 미소가 항암의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 환자에게 의사의 말한마디 표정하나가 어떤 치료약보다 효과가 좋음을 피부로 느끼며 4층 항암외래치료실 신촌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16번방 5번 침상을 배정 받는다. 항암제 주입을 시작하기전에 오심방지제를 먹어야 하기에 외부약국으로 처방전을 들고 뛴다. 오늘도 3일간 먹을 오심방지제와 가글액외에는 약 처방이 없다. 약국직원의 의아한 얼굴 구토방지제가 처방전에 없네요 빠진것 같다며 전화로 할까요 물어온다. 아니에요 구토방지제 필요 없어요 항암하는 내내 구토는 한번도 안해서 처방안해주셨다는 말에 다행이시네요 다른분들은 구토가 심해서 고생들 하신다며 간병을 잘 하셨나봐요 감사하네요라는 덕담을 뒤로했다.
10시15분 항암제주입이 시작되고 한결 편안한 마음의 아내는 2시간 기다리려면 지루하니까 병원 한바퀴 돌고 사진도 찍고 바람좀 쏘이고 오라한다. 처음 입원해 15층에서 내려다 본 세브란스의 본신인 제중관을 6개월만에 걸어본다. 파란잔디가 깔린 수경원터와 광혜원 (수경원: 조선왕조 제21대 영종의 후궁인 영빈이씨의 원묘 ) 병원 한복판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수백년은 되었을것 같은 참나무, 상수리나무, 향나무가 사방을 지키고 있다.
마지막 항암치료라 그런지 아내와 나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 아내는 항암제 주입을 하며 처음으로 잠을 자보겠다하고 나도 6개월만에 편안하게 카메라를 손에 잡아보며 수경원터인 연세역사의뜰 풍경에 빠져본다.
카메라 셧터 몇번 안 눌렀는데 한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옆 침상에서는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내는 손끝이 부어오르는 느낌과 열을 동반한 증세가 나타난다며 손을 보여준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지지만 별다른
그간의 애로사항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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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씨아똥의 하루 원문보기 글쓴이: 씨아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