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블로그를 통해 나름 꽤 친해진 프랑스 P블로거의 블로킹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사진을 보았다.>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한 장의 사진에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3년 정도 지났다. 나의 블로그에다 옮겨두고 가끔씩 보며, 이 사진에 대한 에세를 세 편 정도 썼다. 큰 나무 사이로 길바닥에 털썩 앉아 책 읽기 삼매경에 빠진 남자도 멋지고, 다리 위에서 그들 삶에 치열한 사람도 좋고, 물도 흑백이지만 푸른 도나우강이 연상되고.....등등 하여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정말 좋았다. 그러다 며칠 전 내가 관심두는 한국 사진 작가의 블로그에서, 이 사진을 찍은 작가를 알았다.
세상에나마상에나! 앙드레 케르테츠 Andre Kertesz (1912-1984)다. 사진의 전설 케르테츠의 작품이었어! 고급 카메라가 아니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로 찍어 세계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레전드 케르테츠! 사진작가를 소개하는 책자에서 대충 그런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오래 본 사진이 그의 작품이라니!
P가 친절하게 설명을 붙여 놓았다면 불란서 사전 찾아가며 대충 알아보고 말았을 텐데, 친절한 설명 없는 것이 나로 하여금 긴 스토리를 낳게 했다. 어쩌면 습관적인 지나친 친절이 상상력을 가로막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순일 수도 있는데..... 케르테츠의 유쾌하고 명상적인 순간의 미묘한 이미지들을 사랑한다. (마침내 이 사진의 족보를 찾았다. Andre Kertesz, Le pont des arts,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