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료 8만원 2번 내게 해 대학들 수십억 수입 올려…
학부모·학생 항의에도 "경쟁률 몰라 어쩔 수 없다"
서울 M여고 3학년 심모(18)양은 8일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됐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심양이 지원하려는 경희대와 광운대의 논술시험 날짜가 오는 10월 3일로 겹치는 데다 두 곳 모두 시험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양 어머니 안모(45)씨는 "아이가 많이 불안해한다"며 "시험 시간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두 군데 다 원서를 내게 해 (대학이) 8만원씩 하는 전형료만 챙기려는 속셈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양은 "시험 시간이 다르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응시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두 군데 모두 원서를 접수했다.
대학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8일 일제히 시작됐지만, 수도권 중·상위권 일부 대학들이 논술시험 날짜만 공지하고 시간은 알리지 않아 수험생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논술시험은 대부분 주말에 치러지기 때문에 시험 날짜가 겹치는 대학이 많다. 오는 10월 2일엔 건국대·숭실대·상명대·한국외대가 시험을 치르고 3일에는 경희대·아주대·숭실대·광운대·이화여대 시험이 있다. 이 중 한국외대· 경희대·광운대는 시험 시간을 아예 공지하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논술시험이 겹칠 경우 응시하지 않는 대학은 포기해야 하는데, 대학들은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정보공시센터에서 지난 6월 발표한 2009학년도 입학전형료 수입 현황에 따르면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 182곳의 전형료 수입은 1026억원이었고, 최대 52억원의 수입을 올린 대학도 있다. 서울 D고교 3학년 한모(18)군은 "한국외대 시험시간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날짜가 겹치는 건국대가 오전 10시 시험이라 외대 시험시간이 오후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원서접수 첫날인 8일 일부 대학 입학처에는 논술시험 시간을 문의하는 학생·학부모들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외대 입학처 관계자는 "오늘 학부모들 문의 전화가 많긴 했다"면서도 "지원자가 2만명이 넘으면 고사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 시험 시간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응시자 수를 정확히 알아야 시험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경희대 입학관리처는 "예년 경쟁률은 20대1 정도"라면서도 "고사장이 한정돼 있어 지원자 수를 파악하고 나서 시험 6일 전인 27일 시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운대 입학처도 "경쟁률이 많이 높아지면 논술시험 시간을 오전, 오후로 분류할 수도 있어 일단 공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경희대 시험을 포기하고 이화여대에서 시험을 치렀던 권모(19)씨는 "당시 다른 대학으로 시험 보러 간 친구들이 많아 고사장마다 몇자리씩 비었다"며 "시험시간을 미리 알았더라면 중복 지원으로 아까운 전형료를 날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D고교 한군도 "시험 시간을 공지하면 우리가 가려서 지원해 응시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고 출신 재수생 이모(19)씨는 "대학들이 도서관까지 고사장으로 쓰면 2만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지 않으냐"며 "주변 중·고등학교에 양해를 구해 미리 섭외해두고 원서 접수 끝나자마자 최종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 불만이 커지자 8일 시험 시간을 공지한 대학도 있다. 숭실대는 "학생 편의를 돕고 우리 학교 응시율도 높이기 위해 오늘 오전 시험 시간을 공지했다"며 "다른 학교와 시험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입학선진화과 관계자는 "대학마다 고사장 규모 같은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규정상으로도 아무 문제 없고, 일차적 책임은 지원자들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출처 : 맛있는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