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먹고싶은 것도 많은 태균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도 많습니다. 이를 빌미로 등산다녀와야 해준다고 하니 마지못해 따라나선 길, 집 뒷문은 바로 국사봉 오르는 등산로에 접해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산을 뒷마당처럼 즐길 수 있다니 참으로 행운입니다. 내가 앞서고 태균이는 멀찌감치 따라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집 뒤 산길을 산책하듯 걸어갑니다.
어떤 생각을 정말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이 떡하니 주어진다면 이건 분명 기쁜 일이겠지요. 간밤에 시들어가는 장미를 활용해서 장미묘목을 새롭게 만드는 법을 유튜브를 통해 배우고나서 어디서 시든 장미다발을 구해오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글쎄 등산로 중간에 있는 한 캠프모텔에서 막 넝쿨장미를 정리했는지 이리저리 잘려나간 장미줄기들이 풀밭어 막 버려져 있는 것입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생각이 있는 곳에 확실히 대안이 있는 듯 합니다.
가시에 찔려가며 묘목을 45개나 만들어 심어놓았습니다.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알 수 없을지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를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시든 장미다발을 묘목으로 변신시키기 위해서는 감자와 꿀이 필요합니다. 꽃과 잎을 다 제거한 장미줄기 끝에 꿀을 묻혀 감자에 꽂은 다음 땅에 심어주면 묘목은 훌륭하게 장미나무로 빠르게 변신한다고 하는데... 마침 막 수확한 감자도 남아도니 시도해보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단지 시도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상상만은 내년 5월에 뒷담장을 화려하게 단장한 풍성한 넝쿨장미 그것입니다. 감자의 엑기스를 빨아들이며 갱생을 하는 잔인한 꽃이지만 장미는 모든 면에서 그 어떤 꽃도 따라잡기 어려운 멋진 자태와 향기를 가졌음은 틀림없습니다.
첫댓글 꿀과 감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