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세우기 (7)
천진암 성지의 이론적 사목적 난제의 극복 방향 (2)
천진암 성지는 그 역사의 출발부터 특이한 점이. 스님들 수도하는 절에서(佛敎), 유학의 성리학을 주로하는 학자들이(儒敎), 참된 도를 추구하며 여러 학설을 검토하다가(道敎), 이 모든 것을 초월하고 포괄하는 참된 진리인 천주학을 발견하고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天主敎)
그리고 이들은 어떤 권력자가 강제로 학설을 강요하거나, 거대 자본을 가진 자산가가 학자들을 매수해서 상업적 논문을 만든 것도 아니고, 이상한 사술로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이 아니고, 권력에서 소외되어 있던 당시 남인 신서파 계열의 학자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당대 최고 지성으로 꼽히던 권철신 선생을 모시고, 치열한 토론과 연구를 통해서 찾아낸 결과이고 방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이곳에서 그러한 역사적 문화적 종교 화합적인 의미를 새기는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천진암 성지의 모습은 이러한 바램이나 목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되어있다. 백년 대성전의 모습과 그 건축 방향이 잘못된 것임은 앞에서도 지적하였거니와 현재 외적 조형물로도 너무나 엉뚱하게 높이 약 15미터라고 하는 ‘파티마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1917년 포루투깔에서 발현하신 파티마 성모님의 상을 정작 발현한 장소인 파티마에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로 왜 하필이면, 1779년을 기점으로 하는 한국 천주교 발상지인 천진암성지에 세워 놓아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모습으로 해서 시간이 지났어도, 불교계에서 계속 비난과 반발이 계속되고, 식견있는 지성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며, 심지어 천주교 내부에서 더 나아가 같은 수원교구 내에서조차 공감을 못 얻고 오히려 외면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천진암 성지는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보배롭고 상서로운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산의 선중씨 또는 권철신 묘비명과 다뷜리 주교의 비망록 기록을 읽고, 이벽과 초기 선구자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조용히 천진암 성지를 산책해보면 그 영감과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된 도(道)를 추구하는 커다란 이상(理想) 안에서 스님들과 유학자들이 한데 어울려 도학을 논하고 거기서 유교 성리학과 불교의 한계를 뛰어넘는 참된 진리인 천주학을 발견하고 이를 종교적 신념인 천주교의 신앙으로 발전시키고, 마침내 이 한반도 한민족 수천년의 역사에 처음으로 참된 신앙의 불꽃을 타오르게 한 그 모습은 얼마나 신비롭고 장엄하며 또 길이 기념할 모습이 아닌가.
이 역사를 아는 많은 이들은, 우리 한국 천주교 믿음의 고향인 이 천진암 주어사 성지에서 그러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러한 의미를 되새기며 그러한 기운과 영감을 느끼기를 원하는 것이다.
30만 평의 천진암 성지를 마련하고, 중요한 창립 선조들의 묘를 모셔놓은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발전시키고 성화시키나가지 못한다면, 마치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채택하고서 군부독재나 유신독재와 같이 역사적 과오를 범하고 그 의미를 오히려 훼손시킨 것과 같이, 오히려 우리 신앙선조들이 추구한 참된 도(道)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2023년 11월 16일 북여주 성당.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첫댓글 천진암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역사적 사실과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논문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오래 전에 주교회의에서도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있고, 이에 따라
수원교구를 제외한 15개 교구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교구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교구의 고위 성직자들의 눈치나 살피고 모른 척
해오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여겨왔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날카롭게
제반 문제를 제기해주신 신부님의 커다란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을 담아 기대해 봅니다.
박용식 스테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