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항해 2

[김붕래]

<자유를 향한 항해. 2  . 본론>   / 김붕래 


  1. 갇힌 현실 - 묵과할 수 없는 삶의 현장(조해일. <임꺽정>1))
 이 단편 소설을 통하여 우리를 부단히 묶고 있는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가혹한 삶의 연장인지를 볼 수 있다.
임꺽정은 큰 뜻을 품고 숨어 사는 선비들을 찾아 나선다.
때는 탐관오리가 날뛰는 난세였으니 선비들은 다 몸을 숨겨 세상에 나가기를 마른 발로 젖은 데를 딛듯 꺼렸다.
남산골에 사는 허순이라는 선비가 경륜이 높다는 말을 듣고 임꺽정이 그를 찾았을 때는 해질녘이었다.


  “대당의 수령이신 임 장사께서 어인 일로 이런 모옥을 잦으셨는지?”
  “난 허순이란 선비가 학식 높구 뜻이 깊단 말을 듣고 선비님의 높은 경륜이나 배울까 해서 찾아 왔수.”
  “ 허허, 학식 높구 뜻 깊은 선비님들이야 다 죽었지. 그렇게 졸라대며 내 얘기를 듣고 싶은 게 뭘까?”
  “얘가기 따루 있겠수? 못 배운 놈이 아는 것 많은 선비한테 들으면 다 약이지.”
  “허허, 숫제 생떼구려, 그럼 내 대접삼아 애기 하나 하리다.


 전라도 안내골이란 데서 일어난 이야기다.
그 아낙의 남편은 대장간의 용인이었는데 아내의 해산달이 되었을 무렵 대장간의 일이 끊어져 두 내외는 꼬박 굶고 있었다.
그 남편의 주변도 그렇고 대장간 주인도 인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위인이었다.
그들이 굶기를 사흘째 되던 날 관가에서 포졸이 나와서 그 남편을 잡아갔다.
그는 밀린 세금 때문에 치도곤을 맞고 옥에 갖혀 있었다.
이런 저런 사정을 까맣게 몰랐던 이웃에서 일이 생긴 것을 알았을 때는 그로부터 대엿새 후였다.
인기척 없는 그 집 사정이 수상해 이웃 여편네가 쓰러져가는 사립문을 열었을 때
아낙은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무엇을 먹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잔뼈가 소롯이 쌓여 있었고 동산만큼 불렀던 만삭의 배가 언제 그랬느냐 싶게 홀쭉해 있었다.
  “무얼 먹소?”
  “배가 고파 누워 있으랴니 열린 사립문으로 실진 암탉 한 마리가 걸어옵디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게로구나 하고 지금 잡아먹고 난 참이라우. 이제 좀 살겠소.”
 마음에 집히는 게 있어 방으로 달려 들어가 보니 있어야 할 아기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끔찍한 생각과 측은한 마음. 돌봐주지 못한 죄책감. 들끓어 오르는 분노가 뒤엉켜 대장장이 집으로가 불을 질렀다.
 점점 사람이 모여 관가로 몰려가 싸우다가 수십 인이 잡혀 곤장을 맞았다. 허순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여보 임 장사. 임자가 진닌 큰 뜻도 짐작하고 나 같은 보잘 것 없는 서생을 찾아온 연유도 알만 허우.
 임 장사가 나 말고 여러 선비들을 찾고 모두 실망하였으리란 것두. 허나 잘 못 오셨소. 나도 제갈량은 못 된다우.
 무얼 좀 알게 될 때까지 세월을 기다릴 수밖에.”
 “식은 소리 작작 허우, 난 가우.”
 문을 나서는 임꺽정은 저녁상을 들고 들어오는 허순의 아내와 마주쳤다.
 소반에는 보리죽과 김치짠지 한 한 보시기뿐이었다. 임꺽정의 관자놀이가 뜨끈해졌다.
 이튿날 새벽, 허순의 집 앞에 쌀 한 섬이 쿵 하고 던져졌다.
 며칠 후 전라도 아무 고을에 임꺽정이 나타나 관아를 불 지르고 원의 목을 베어 말꼬리에 매달고 달아났다는 소문을 허순 선비는 들었다.


 조해일의 <임꺽정>을 읽으며 우리는 일제 치하의 암울한 현실에 목매인 이상의 시를 기억할 수도 있다.


   이슬을 아알지 못하는 다알리아 하고
   바다를 알지 못하는 금붕어하고가 수 놓여져 있다.
   수인이 만들은 소정원이다.
   구름은 어이하여 방 속으로야 들어오지 아니하는가.
   이슬은 들창 유리에 닿아 벌써 울고 있을 뿐.
   계절의 순서로 끝남이로다.
   산반(算盤)알의 고저는 여비와 일치하지 아니한다.
   죄를 내어 버리고 싶다. 죄를 내어 던지고 싶다.
                        - 이상(李箱). <수인(囚人)이 만든 소정원>)


-------------------------
1) 현대문학 1973. 3월호,   조해일. <임꺽정에 대한 일곱 개의 이야기>. 2000년. 책세상

[GS / 이인재]

매주 일요일이면 새벽에 나와 카페에 한 줄 인사도 드리면서 올려주신 글들을 읽어 보곤 합니다.
그런데 요 몇 주 전부터는 우리 사업장에 들어오신 고객 분 들 맞이하느라
교수 님 글을 다 읽어 보 질 못했는데.
오늘은 시간 내서 글을 읽어 보기로 작정을 하고
사업장 판매 가격을 대폭 인상했더니 역시 들어오는 차가 많지 않아서 편한 마음으로
교수 님 글을 다 읽었습니다. ㅎ ㅎ
감사합니다.

[김붕래]

명품은 고가일수록 날개가 달리는데
화서제일주유소 고객들은 안목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청정 에너지로 승부하여 장마철 검은 구름 모여들듯
대형차가 모여들기를 -
너무 바빠서 까페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시게. ㅎ ㅎ

[청진 I 이미영]

너무 바빠지실 날이 도래 했습니다 ㅎㅎ
글의세계에 광고가 나갔으니 까요^*^

[김붕래]

시작이 반이라니
벌써 중간쯤은 왔나요
그러고 보니 10월도 코앞이네
세월 한 번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