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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먹방과 유행가만큼 추억을 소환 해주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요새 <백반기행>과 <싱어게인 4>이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연극처럼 참여하는 재미 때문에 허밍(Humming) 하는 느낌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6일 먹는 돌솥밥 먹방도 결국 추억을 먹는 것이 아닐까요? 허영만 형님(1947, 79세)과 함께 전국 일주를 하다 보면 바로 기억이 파지로 순간 이동하는 타임 머신을 탄 것 같습니다. 손 엽서로 맺는 에필로그도 상큼 발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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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만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나이 팔십에 저런 일을 한다는 게 멋지지 않습니까? 에예공! 글쓸 때 첫 줄을 가급적 짧게 잡으시라!(시작이 반이다)인트로가 독자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작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글을 써도 머릿 속에 상념이 많아서 한 줄도 못 쓸 때가 있더라. 생각해보니 글쓰기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고, 글쓰기는 행동이다" 생각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글쓰기는 머리가 아닌 종이에 낱말을 늘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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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열정적으로 쓰고 정직하게 알몸으로 쓰시라! "재미로 쓰라" 자신을 위해 말이야. 글쓰기가 종종 스트레스를 준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시선, 그리고 의무감으로 써야하는 것들이 글쓰기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한다. 남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해서 쓰라. 글을 쓰는 본인이 즐거워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도 즐겁게 글을 읽어주지 않기 때문이다.(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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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매일 글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조그만 칭찬을 해주면 기분이 업되고,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먼저 나의 즐거움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글을 쓰시라! "무조건 쓰라" 글을 쓰다보면 보이지 않는 장벽들을 만난다. 권태를 느낄 수도 있고, 글의 내용에 대한 회의도 들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무조건 쓸 때에 결과의 열매를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작하라" 모든 것을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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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양의 싸움이다. 출판을 위한 글이든, 자신을 위한 글이든 다작이 길이다. 90%로의 글이 버려진다고 해도 남머지 10%로를 위해서 많이 쓰는 것이 필요하다. 아비가 2025년도에< 삼국지 95편>, <토지54편>, <녹두꽃24편>, <미스터선샤인24편>을 리라이팅하면서 현대철학을 진도를 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다작이다 닥치는 대로 인풋을 하다보면 아웃풋이 쉬워질 것이다. 경험해보니 이렇게 만든 포트폴리오가 언제 가장 유용하냐면 내가 힘들 때 위력을 발휘한다. "몽상가는 꿈을 꾸고 작가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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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21회>입니다. "동학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살육할 것(다케다)" "전하! 조선과 일본의 연합군이 동비들과 결전을 앞두고 있다합니다(김종집)" "그만하라지 않느냐!(고종)" "만에 하나 동비들이 승리하면...결단코 연합군이 패배해서는 아니됩니다(민비)" "저도 토벌대 군영에 데려다 주세요...토벌대 군영에 데려다 달라 그랬습니다. 멀리서나마 이강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자인)" "이현아! 군량미는 무사히 당도 했다(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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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행수는 지금 어딨습니까?(자인)" "그 사람 여각 관두고 나갔는디라(홍가)" 우금터 인근 동학군 진영입니다. "대장! 총알 좀 구할 수 있는가라(억쇠)" "조총 한발 쏠 때 양총은 30발을 쏠 수 있그만이라(버들)" 결국 죽창으로 하는 육박전은 지프라기 무기일 뿐입니다. "죽이삘던가 살려주던가 양단간에 빨리 결정해라(행수가 이강에게)" "장군하고 얘기 끝났어 꺼내 줘!...가서 송봉길이 한테 전혀 절대 편하게 되지지 못할 것이라고(최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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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긴 어딜 가! 내가 동학쟁이는 동의 못 해도 왜놈들이 우리 땅에서 칼들고 설치는 꼴은 못 본다...속죄하는 마음으로 싸우겠습니다(최행수)" "전쟁 끝나면 포수 말고 점쟁이 해야 쓰것네(이강)" "나도 대장만 생각하면...이상하게 이놈 하나만 보면 든든하당께(버들)" 일찍 자둬! 버들 접장! 접장도 나한테 제일 믿음직한 전우여!(이강)" 송자인+이강 커플보다 버들+이강 커플이 더 섹시하긴 합니다. "지금 횃불의 산이지만 내일이면 시체의 산이 되어있겠지?(다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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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좀 자 두게 내일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네(전봉준)" "내일 싸움이 결전이겠지...허면 저것이 자네가 말한 그 경계인 셈이로구만(황진사)" "살아돌아가면 자네 집에서 빗은 국회주 한잔 얻어 마시게 해주게!(전)" "올해는 국화주 대신 머루주를 빗었거든...편해오시게(황)"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모가지에 힘주고 눈깔에 힘주고 대구박에 힘주고...꿈이로다...세상은 모두 꿈이로다...너도 나도 꿈속이요...이것 저것이 꿈이로다...꿈에 나서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네...(동록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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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11.9.우금티입니다. '사생결단의 날이 밝았소! 오늘 만큼은 단 하나,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만 생각하시오!...전군! 출격!(전봉준)" 웅변이 기똥찹니다. 나도 온 몸의 솜털이 쮸볏쮸볏 전율이 오니 말입니다."돌격!" "놈들은 기껏해야 조총이닷(일군)" 녹두꽃 클라이맥스입니다. 전쟁 씬도 내가 본 한국 드라마 중에 가장 많은 분량입니다. M16과 M1의 싸움은 게임 자체가 않됩니다. 개틀링 기관총이나 대포는 중화기이고 더군다나 성에 있는 적을 이기기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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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드라마 찍으면서 열이 많이 받았을 터, 역사 왜곡이라고 너무 지적질 하지 마시라! "이거 뭔일이라 남서방이여!(홍가)" '저들도 이제 힘의 차이를 깨달았을 것입니다...이제 그만 항복을 권유하시죠(이규태)"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게 해야 합니다(오니)" "지금까지처럼 우리 뒤에서 버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이강이 전봉준에게)" 돌격대가 전열을 정비해 나갑니다. "또 공격을 해온다고(이현이 홍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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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동록개가 총을 맞았습니다. "아부지!" 탕! 이성계가 총을 맞았습니다. 탕! 방원이가 총을 맞았습니다. "방원아! 성계야! ...자석들 놔두고 가길 어딜 가! 먼저들 가소!...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은 못 간단다...가보세 가보세....(동록개)" 동록개 패밀리가 몰살 당했습니다. 쾅!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녹두장군)" '이보게 녹두! 지도자는 실패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네...안타깝지만 우린 자네가 말한 그 경계를 넘지 못할 지 싶네(황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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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싸울지 말지 의병들이 결단하게 해주십쇼!(이강)" "두 의견이 있소!...쌍놈들 천지구만...오늘 죽은 우리 별동대원 이름이 동록 개요...목숨을 붙이긴 해도...양반이 있던 자리에 왜놈이 올라 타 같고... 그래서 나는 싸운다고...찰라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것다 그말이여!(이강)" 만세! 만세!" 무려 40차례의 접전 기록이 있습니다. "내가 틀렸구만...경계를 넘지 못할 거라는 말...우금티가 경계가 아니었네...(황)" "저들은 그걸 뛰어 넘었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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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생각하지라...심란하지라(유월이 명심에게)" "백번을 양보해서 남서방은 몰라도 이강이는 임자 아들아니여(백가 처)" "남서방만 보내 놔도 마음이 이렇게 껄적지근한디 자네는 오죽하것는가?...다들 무사히 돌아오라고 지성으로 두들겨 보자고....(백가 처가 이화/명심/유월에게)" "이현아! 우덜 조선군이 뚫렸다!(홍가)" 홍두께질이 이런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탕! "덕기 성!"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송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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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태워버려(다케다)" "접주님! 우금티에서 기별이 왔는디요....참패했답니다(김접장이 김개남에게)" "녹두는...분명 어딘가에 살아있겠구먼...어쩌긴... 이길 때까지 싸워야제 남원으로 후퇴해서 다시 거병을 도모할 것이여 알것는가! 알것는가!(김계남)" 홍가가 시체 속에서 전리품 챙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강이 보셨습니까?(자인)" "...안 뵈던디...고래갖고는 못 찾는당게(홍가)" "명령이랍니다. 편히 보내주세요!(오니가 자인에게)" "놔! 놔! 최행수!(자인)" "자인아! 니 아부지 너무 미워하지 마라..울지 마라 아제 잘 살다 간다(최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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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잘못했어...아제...(자인)" 행수의 처형에 자인이 오열합니다. "애비보고 인사도 안혀!(봉길)" "그 전에 봐야할 것이있구만(자인)" "덕기야!...(봉길)" "큰일 났소이다 의병들이 우금티에서 참패을 당했답니다...2만 거의 전멸입니다(사또)" "자네가 데리고 다니는 종놈, 길잡이로 좀 써야겠어...무엇보다 집강소가 건재하지 않은가?(다케다가 오니에게)"
2.
먹방과 유행가는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추억을 불러낸다. <백반기행>의 돌솥밥 한 숟갈, <싱어게인4>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는 머리가 아니라 몸의 기억을 깨운다. 허영만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타임머신이다. 79세의 만화가는 전국을 유랑하며 밥을 먹고, 마지막엔 손 엽서 한 장으로 에필로그를 남긴다. 그 담백함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먹방은 결국 추억을 씹는 일이라는 것을. 쓰고 싶다는 욕망, 늙어서 더 멋진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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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만화 작가가 되고 싶다.” 이 문장은 꿈이 아니라 선언이다. 나이 팔십에 창작을 한다는 건 젊음의 연장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한 태도의 증명이다. 첫 줄을 짧게 잡으라는 말, 인트로는 독자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작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통찰, 여기서 글쓰기는 더 이상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다.” 이 문장은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다. 생각은 글이 아니고, 고민도 글이 아니며, 오직 종이에 적힌 낱말만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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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쓰지 않으면, 아무도 즐겁지 않다 이 글의 미덕은 글쓰기를 신성화하지 않는 데 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 타인의 평가에 대한 예민함, 의무감으로 채워진 문장들 이 모든 것이 글쓰기의 순수함을 좀먹는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남을 위해 쓰지 말 것-재미로 쓸 것-알몸으로 정직하게 쓸 것-글쓰기는 노동이 아니라 행동이고, 행동은 반드시 반복될 때 힘을 갖는다. “글은 양의 싸움이다.” 2025년에 <삼국지 95>, <토지 54>, <녹두꽃 24>, <미스터 선샤인 24> 이 숫자들은 성취가 아니라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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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는 버려질 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글쓰기는 가벼워지고, 대신 지속된다. 그리고 이 다작의 포트폴리오는 가장 의외의 순간,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구해낸다. “몽상가는 꿈을 꾸고, 작가는 글을 쓴다.” <녹두꽃 21회>는 동학농민군의 패배를 다루지만, 정신의 패배는 아니다. “동학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살육하라” “항복을 권유하시죠” “찰나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 죽겠다” 이 회차의 핵심은 전투가 아니라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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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대포 앞에서 죽창이 무기일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동록개 가족의 몰살-우금티의 40차례 접전-끝내 내려진 해산의 결정, 여기서 황진사는 말한다. “우금티가 경계가 아니었네.” 경계는 지형이 아니라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있었다. 그리고 전봉준은 답한다. “저들은 그걸 뛰어넘었네.” 쓰는 일과 싸우는 일은 닮아 있다. 먹방은 추억을 불러오고, 글쓰기는 현재를 증명하며, 우금티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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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왜 멈추지 않는가? 답은 단순하다. 기억은 가만히 두면 사라지고, 글은 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으며, 존엄은 싸우지 않으면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먹고, 쓰고, 끝내 우금티까지 간다. 그것이 사람처럼 살다 사람처럼 죽고자 했던 모든 이야기의 공통된 이유다. 우리는 왜 추억을 먹고, 왜 끝내 쓰고, 왜 우금티까지 가는가?
2025.12.17.wed.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