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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무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실제로 사형 전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나는 죄를 지어서 죽는 게 아니니까요." 당당하게 형장으로 걸어간다. 무심한 태양 아래, 치매노인처럼 숭덩숭덩 잘린 은빛 머리카락과 헐렁한 평민복 차림의 왕후는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과 조우한다. 사치와 요부로 알려진 젊은 왕비는 온갖 야유와 비난 속에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왕비는 다이아몬드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에르**에 관한 솔직한 후기(세상의 모든 과대광고를 야전삽으로 어둠 속 들짐승 때려죽이듯 날려버릴, 원초적인 알몸뚱이의 후기! 더 이상 솔직할 순 없다.) 너무 솔직해서 미안합니다. 뮤수. 일부러 특정 상표를 노린 건 아니에요.
Only On(1970~)
누군가를 격려하거나 칭찬하는 게 아닌 말과 글은 자제를 부탁합니다. 남을 힐난하거나 비난하다가는 당신의 인생이 꽈배기, 줄다리기용 새끼줄처럼 배배꼬이게 될 것입니다. 행여 소중한 당신의 인생을 망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입니다. 경험을 통해서 겨우 알게 된 철없는 내 인생의 승정원일기처럼 멀지 않은 옛날의 이야기를 오픈 마인드인 소중한 당신께만 올립니다. SOMEONE SPECIAL!
<이 글을 쓴 이유>
명품의 기준은 없다. 상품을 모시기 전 명품의 몰가치성과 흑백영화 같은 미래를 사랑할 수 있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돌려까기로 사람을 가스 라이팅 하지 말라! 즉 길들이지 말라는 말이다. 정직은 변명할 필요가 없는 인류사상 가장 강력한 삶의 도구이다.
이보다 더 강하고 섬뜩하게 아름다운 무기는 없었다. 호구나 호갱이 되더라도 마음 다치지 말라! 살벌한 경고문을 써서 명품관 입구에 "정무문" 현판처럼 걸더라도 당신은 흑우가 될지도 모른다.
일단 "돈이 있어도 절대 못 산다."라는 말은 정말 개구라이다. 세상에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건 "건강" 뿐이다. 물론 이 말마저 이제 곧 거짓이 될 가망성이 상당히 높다. 건강의 많은 부분은 돈으로 땜방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언가인 "바바 반가"나 "노스트 라다무스"가 아니어도 곧 "암"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말은 남길 수 있다. 경기가 어렵거나 힘들어질수록 사치품들은 중고 시장에 판을 칠 것이며 실제로 새것 그 자체로 나와있다. 시대가 어수선할수록 수많은 천국과 지옥이 여기저기 개업 소식을 알리게 될 것이다.
마치 결혼 전날 전쟁이나 재앙, 질병으로 초야도 못 치른 카슈미르(인도 분쟁지역)의 생과부나 반과부가 된 여인들처럼 매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질마재 신화 속 새 신부처럼 연지 곤지 찍고 음전하게 앉아있다. 다시 돌아보면 재로 바뀐 아름답고 처연한 새색시 같은 명품 백들이 경기 침체로 중고 매장에 수천 개가 다소곳하게 불상처럼 놓여 있다.
당신이 원하는 게 얼마든지 있으니 수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과 같이 골라 먹기만 하면 된다. 당신의 재정상태만 파악하시라. 아님 당신의 배우자나 애인의 지갑 상태를 확인하시라! 한번 사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사지 말아야 하는 게 명품에는 정답이다. 물론 생각은 자유이다.
호구나 호갱 되지 않기를 바라는 노파심과 먼저 걸어간 자의 낮은 자세로 몸뚱어리 절반이 흙에 묻혀있는 나이에 이보다 더 솔직한 후기는 없을 것 같아서 글로 남긴다. 초로에 내가 무엇을 지녔다고 첩이나 재벌 집 사모님처럼 보이지 않기에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글, 누군가에겐 궁금했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우연히 들른 명품 아닌 명품 매장, 면세점, 진열 대위, 액세서리에 손을 대서 검은 양복의 남자한테 혼났다. 장례식장도 아니고 흰 장갑 낀 직원이 "손으로 만지시면 안 됩니다."라고 강력하게 말해서 "그냥 제가 살게요."했다. 그리고 남편한테 혼났다.
명품일수록 고객에게 잘해야 하는 거 아닌지? 장갑 끼고 유골함 다루듯 상품을 만져야 한다는 기이한 발상이 존경스럽다. 특허 출원해야한다.마치 고대 미라나 석관을 다루듯 해야 한다. 먼지도 고대 유물 발굴하듯 붓으로 떨어야 하는 요란함의 퍼포먼스도 괜찮을 것 같다.
수많은 명품 후기를 봤으나 온갖 찬양의 허울뿐이다. 반드시 있어야 성공한 것처럼 보이거나 행복해 보이는 것처럼 속이는 글들로 넘쳐난다. 인간의 속내를 자극하는 획책이다.
난 사실 꼰대다. 명품이라는 이유로 고객을 동아줄로 막은 한편에 세워두고 대기 시키는 모양새가 아주 꼴사납게 보인다. 은행 VIP 룸 과장님처럼 커피 주고 문밖까지 배웅해야 명품을 파는 진정한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기하고 사라고 한다면 난 절대로 안 산다. 공짜로 줘도 사양한다.
손님을 동앗줄 뒤 세우는 불쾌한 상술을 일률적으로 자랑하고 이제 끼워팔기에 눈이 멀어서 상도덕을 잃어버렸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줄은커녕 대부분이 텅 비어 있어서 음료수도 대접받았는데 날로 위상이 높아져서 이젠 햇빛 쨍쨍한 날, 고객 위의 검은 우비처럼 군림하고 있다. 백화점 최고 명당에 자리 잡고 월세도 안 내고 온갖 특권을 누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명당은 시름을 풀 수 있는 곳이라 했는데, 명품 매장 갔다 오면 심신이 피곤하다. 터를 잘못 잡은 것일까? 거꾸로 타는 아궁이처럼 명품 열기에 세상이 돌아가는 중이다.
당신의 삶을 당당하게 저당잡히지 말고 욕하지 말고 대충 쓰고 버릴 용기가 있거나 그냥 마음으로 누렸다는 사실만으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사서 마르고 닳도록 경험하고 물려주거나 재활용품에 던질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당신 자신이 그냥 명품이라 생각하고 초월해 살면 그게 가장 멋있다.
내 모자람과 학식의 짦음과 고귀한 왕족의 혈통이 갖지못한 자격지심을 가릴 도구가 필요해서 그토록 명품을 열망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볼품없는 외모에 타인의 눈길을 끄는 명품으로 눈길을 돌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님 그들의 교묘한 상술에 속아버린 천만 번째 호객님일 수도 있다.
<버킨 >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상품인 버킨은 런던과 파리 사이 하늘에서의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에르메스 회장 장-루이 뒤마(Jean-Louis Dumas, 1978~2006)와 제인 맬러리 버킨(Jane Mallory Birkin, 1946년~2023년, 잉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배우)이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났다. 그녀의 온갖 용품들이 바구니 밖으로 쏟아지는 것을 보고 멀미용 종이 백에 환상적인 디자인을 그렸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중후하고 세련된 남자가 당신만을 위한 백을 디자인하는 모습은 일생에 겪을 수 없는 선물이다. 이런 남자가 있다면 난 그가 털북숭이 야수여도 버짐이 얼굴에 가득 핀 바보여도 좋다. 헌화가 속 황소 잡고 가는 노인이어도 사랑할 자신이 있다. 아니 게이였음 더 좋을 것 같다.
아주 멋진 행운의 부적 같은 친구 한 명 있는 기분일 것 같다. 어린 시절 종이 인형을 주문만 하면 척척 그려주었던 친구 같은 그런 최고의 남자! 오로지 나만을 위해 대가리 큰 엘사 같은 여인들을 지치지 않고 수제작해 주었던 아득한 그 시절, 서울로 이사 간 그가 그리워진다.
버킨백은 당신이 드퀘르뱅, 터널 증후군 환자이거나, 골다공증이 예상되는 시기라면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 당신에겐 비추이다. 이백을 들고 다니는 순간, 손목, 팔목 신경통, 온갖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냥 가지고 싶은 열망에 병이 날 것 같다면 병원비를 미리 모아놓고 손목 강화 운동이나 도르래 팔근육 운동으로 몸을 만든 후 사야 한다.
언제나 몸이 먼저이다. 젊은 시절 비 오는 주차장에서 루이**백을 끌어안고 세바퀴 굴렀다. 오른쪽 발목이 아직도 수십 년째 뚝뚝 소리를 내고 있다. 명품백을 지키다 내 몸이 부서진날, 신이준 아름다운 맨몸의 나를 알았다.
호위무사를 데리고 다닐 자신이 있음 그때 사야 한다. 훗날, 동물 애호가인 제인 버킨 자신도 그 백을 싫어했다. 평생 라탄 바구니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이름이 가방에 사용되지 않기를 원했다. 난 책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강박관념과 늘 온갖 잡동사니를 들고 다녀야 하는 편집증 대문에 어울리지 않는 뻐킹(fucking) 버킨 35로 샀다.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하필 가장 무겁고 큰 가방을 가족들이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골랐다. 문학과 지성사 시집 2권 달랑 들고 다닌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이상의 물건들이 들어가면 아빠를 불러 수행장으로 함께해야 한다. 파킨슨병 환자인 아빠는 그 나이에 딸 잘 둬서 명품 가방 든다고 부러움을 받았고 난 "효녀"라고 칭찬을 들었다.어디든 딸이 부르면 달려와 옆에 꼭 붙어서 가방 지킴이가 되어주는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다.시험용으로 짝퉁 사서 미리 경험해 보고 맘에 들면 그때 고려해 봐도 절대로 늦지 않다. 거부인 지인은 "벤틀리" 빼고 다 짝퉁이다. 시계, 허리띠, 옷, 다 베트남에서 사 왔다.
"사장님, 차는 왜 진품 타시는 건지요?"
그의 답은 차는 짝퉁이 없다는 것과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아주 쉬운 것이었다. 에포트리스 시크(effortless chic; 꾸안꾸)가 자신 있는 사람이 소유해야지 진열대 만들어 놓고 유골처럼 모시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여자들의 고질병을 부추겼다. 어느 누구 하나 솔직하게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상당히 쓸모없는 물건이다. 허세용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키가 170 정도는 돼야 어울린다. 나 같은 사람이 들면 거북해 보인다. 빈 가방만 들고 다닌다. 마치 드라마 속 텅 빈 냉장고나 빈 옷장을 보는 느낌을 준다. 내가 버킨백을 들고 나타나면 조카들이 용돈을 못 받는 날이다. 현금이 든 지갑을 빼고 온다는 걸 영악한 아이들이 이미 눈치채고 있다. 신발장까지 인사하러 나오지 않는다.
각이 죽을 가봐 온갖 비닐 다 넣어 보관해야 한다. 하루 종일 백을 위한 지킴이를 동반하던가 당신을 찍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기용 아니면 비추이다. 몸과 마음이 무거워서 눈꺼풀 들기도 귀찮아 죽어가는 늙은 낙타처럼 휴식이 필요한 내게 짐 같은 가방이다.
무인도에 혼자 남겨져도 들고 다닐 자신이 있으면 사야 한다. 당신이 만약 타이태닉호에 타고 있다면 백을 잡을 것인가? 구명조끼를 먼저 챙길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가면 구워먹거나 삶아 먹을 예정이다.
돈만 있음 구**나 필** 매장에서도 신상품 백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누구의 눈물일까? 상상해 본다. 욕망과 허세 사이의 틈새를 노린 약삭빠른 마케팅에 속지 말아야 한다. 수십 년 전, 많은 분께 못 드려 죄송합니다. 특별한 당신께만 드립니다. 썸띵 ***!!! 매일 밤 12시, 라디오에서 신뢰가 두둑하게 드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말했다. 미끌미끌한 그의 은밀한 초대를 믿었다.
SOMETHING Special!! 그러나 실상은 수퍼마켓 주류 매대에 가득 놓여있고 심지어 창고에 더 있다고 친절한 사장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상당한 배신감이 들었다. 팔고자 하는 자들이 당신을 갖고 노는 것에 낚이지 말라. 아무도 상표를 모를 때에 내가 입은 몽클**와 모두가 다 아는 **레어는 이제 의미가 없다. 당신을 궁금해하도록 모든 것을 드러내지 마라! 가능하면 당신을 신비롭게 포장하라!
허리띠는 정말 넉넉하게 사야 한다. 허리에 맞는 거 샀다간 후회한다. 3칸 모두를 쓸 수 있게 여유롭게 치수를 재야한다. 무턱대고 꼭 맞는 사이즈로 샀다가 다시 구멍 만들려면 본사로 가서 한 달 넘게 걸린다. 살이 찌게 될 경우엔 초등학생 조카에게도 안 맞아서 물려줄 사람도 없게 된다.
밥을 많이 먹거나 운동할 때는 흠날까 빼야 해서 나이 들면 몸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를 돈 들여 산 물건 때문에 고문 당하게 된다. 내 몸뚱어리를 구속하는 요물을 지니게 된다.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은 속물에 분명 존재하지는 않는다. 개고생해서 번 돈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아야 한다.
<에블린>
에르메스 가방 중 가장 싸고 실용적이다. 이름도 사랑스러운 에블린이다. 부담 없이 외제차는 꼭 갖고는 싶은데 자금이 없을 때 행복을 돈으로 사고 싶을 때 사는 폭스바겐 같은 가방이다. 실용성은 단연 최고이다. 가장 가볍고 열고 닫을 일이 없어서 좋다. 상표가 과하지 않아서 에르**제품인지 몰라서 좋다. 펀칭의 H 로고가 있고 외양도 사랑스럽다. 말의 안장에서 영감을 얻은 멋스러운 디자인이다. 그냥 크로스로 매고 700페이지 넘는 소설책 한 권은 넣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
<팔찌 >
팔찌 하면 클레오 파트라가 떠오른다. 가녀린 손목에서 야리야리한 팔뚝까지 가득 둘러싼 팔찌를 한 여왕이 떠오른다. 하얀 피부에 푸른 도자기 빛의 기운이 넘칠 것 같은 에르메스 클릭 아슈 H 팔찌가 그녀의 팔을 휘감고 있는 상상을 한다. 황금빛과 고대 바빌론 왕국 신전의 벽돌을 잘라 만든 전설 속 아득한 찬란함이 느껴진다.
명품의 기운을 받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차고 나갈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라. 그래야 알아보는 자들이 있어서 이름값한다. 집 순이인 분들에겐 수갑일 수도 있다. 왕족의 혈통이 되지 못한 현세의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라 생각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찬양한 바빌론의 영광과 네부카드네자르 2세 (Glory of Babylon and Nebuchadenezzar Ⅱ)의 사랑스러운 이국의 아내 아미 티스가 된 기분이 든다. 생각보다 중고 시장에 싼값에 넘쳐나니 에르**의 기분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번 질렀다 다시 팔면 된다. 물론 돈을 버는 자는 중고 거래상이다. 액세서리는 금이나 은처럼 자산증식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하루 종일, 지친 일상에 무게를 더하고 싶다면 족쇄 같은 팔찌는 언제나 좋은 품목이다. 남편이 아침에 채워주고 갔는데 그날 하필 술 마시느라 신데렐라보다 늦게 와서 씻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빼려고 시도해 보다 눈물만 났다. 몇 시간 더 늦었다면 진심 쇠톱으로 자를뻔했다.
< 집시에르>
어깨 통증이 오고 열고 닫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뚜껑이 넙적. 두툼. 무겁. 열고 닫기 상당히 불편하다. 전쟁 나면 구워 먹거나 삶아 먹기에 좋은 식감이 느껴진다. 나이 들면 어울리지도 않는다. 명품 백사서 재테크 한다는 말도 구라이다. 중개인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내 돈 내 내가 산 백은 제값은커녕 반값도 어렵다. 차라리 그 돈으로 채권을 사는 게 낫다. 도대체 이 불편한 가방은 신들림 받아 지른 게 분명하다.
베트남 관광 가서 한국 체인 은행에 적금 들어 두면 이자로만 공짜 여행 갈 수 있다. 물건보다 추억을 사야 한다. 죽기 전, 좋은 기억이 많아야 행복하게 눈 감는다. 두툼한 스테이크를 먹는듯한 두께감이 불편하다. 나이 들어 이가 시원찮아서 이젠 대패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 순간엔 고난이도의 맛이다. 가방 가죽을 이젠 버리고 그냥 기저귀 가방을 강추한다.
<스카프>
천으로 된 것은 중고를 가급적 사지 말아야 한다.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다르다. 미사용이라면 물론 찬성이다. 낡아진 천 쪼가리에 맘 다칠 수 있다. 새삥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어야 한다. 중고로 사지 않기를 강력 추천한다. 장밋빛 스카프처럼 나와 노래가 하나가 될 만큼 수시로 목에 두르고 다녀야 한다. 아끼다 똥 된다. 그냥 행주나 걸레처럼 친근하게 땀으로 적실 자신을 갖고 사야 한다. 상징이 되도록 마르고 닳도록 써야 한다.
벽에 걸어놓고 자랑하거나 전시용 목적이라면 그냥 맘 접는 게 편하다. 편하게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갈 때도 무심코 목에 훅 두를 수 있어야 가치를 뽑는다. 명품이 내가 받들여 모셔야 할 대상이 되면 심신이 불편해지고 내 위에 올라탄 낙타처럼 군림한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와 한 몸이 되어도 아깝지 않은 것들이 명품이다. 세월과 함께해 나와 함께 낡아가야 명품으로 환생한다.
신발은 절대 명품은 사절이다. 일단 발이 편해야 하는데 명품들 대부분이 잔뜩 멋부린 보여주기 진열식이라 발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것들이다. 내 발은 내가 안다. 더군다나 여기저기 차이고 부딪치면 스트레스받고 화병 나서 하루 종일 촉수 내밀고 느리게 몸으로 밀고 가는 달팽이가 된다.
신발은 편하고 싸야 한다. 누가 신발 봐주기만 기다리며 발만 보다가 하루가 갔다. 생각보다 당신의 신발이 당신의 신분을 올려주거나 자존감을 높여주지 않는다. 착각하면 안 된다. 나처럼 키가 작은 호빗들은 적어도 5센티 이상을 신어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사라진다.
상당히 불편한 진실이지만 내 자존감이 뚝 떨어진다. 루이**신발은 두 번 신고 발목 부러질 뻔해서 신발장에 장식용으로 십 년 넘게 있다가 폭삭 삭아서 재활용품 수거함에 버렸다. 신기하게도 신발은 안 신어도 신어도 망가진다. 인간의 땀과 냄새로 생명을 불어넣어 줘야 오히려 오래간다.
중고로 팔려다 부상당한 구매자가 소송 걸 것 같아서 바로 버렸다. 양심을 팔고 싶지 않다. 내가 못 신는 신발 타인에게 팔고 싶지 않다. 인간이 신을 수 없는 쓸모없는 디자인을 만들어낸 회사를 욕하고 침 한 번 동쪽으로 뱉고 육두문자 날리고 버렸다. 그냥 버릴 순 없다. 나도 가오가 있지! 나에게 위험한 건 다른 이에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런 위험한 신발은 만들지도 팔지도 말아야 한다. 명품이란 이름으로 갑질하는 세상에서 사람 위에 물건이 없기를 소원해 본다.
난 경험을 사고 싶어 산 것이다. 이제 어떤 미련도 없다. 욕망을 경험함으로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는 명품>
이미 다 누렸으므로 더 이상의 미련이 없다. 끔찍했던 나의 삶은 조금도 위안을 물건으로부터 얻지 못했으며 살아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희열들은 나를 비켜갔다. 제 마음대로 날뛰는 심장을 재울 수 있는 것은 어디에 있을까?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헛되기 전 다 누려라. 그리고 과감하게 마음 버려라. 택배가 오기 전,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언박싱 순간에도 물론 좋다. 온몸을 과감하게 드러낸 여인이나 벌거숭이보다는 아찔하게 가리고 있는 순간이 최고이듯, 온몸으로 겪은 불편한 진실은 그저 그런 벗고 싶은 그물일 뿐이다. 지옥에서 보낼 한철을 대신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다. 일상의 처진 어깨를 활짝 펴게 만드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허영의 거푸집들뿐이다.
생애를 바쳐 콜로세움처럼 스스로의 홀로 세움을 지으라! 명품에 의존해 말하지 말고 스스로 명품이 되고자 노력하라! 자신의 그림을 기증하고 떠난 영국인들이 사랑한 풍경화의 셰익스피어 조지프 말로 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년 ~ 1851년 )의 콜로세움이야말로 명품 중 명품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파트라슈와 "네로"처럼 평화롭게 잠들고 싶다.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에서 11번째 방까지 다 보고 망막에 파스텔톤 빛을 담아 가고 싶다. 그의 예술혼이 몽롱하게 몽환의 안개로 화한다. 영혼의 여행이 있다면 신의 문 앞에 서있다면 이런 노을을 볼 것 같다. 켈리 맥주랑 정신과 약을 안주로 먹다가본 몽글몽글 뿌연 느낌을 사고 싶다. 미안하게도 난 내 탐욕의 뇌를 길들이지 못했다.
시간을 거꾸로 되집어 가야 겨우 철이드는,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요즘, 엉성하고 공허한 내 현장 검증의 이야기는 어설픈 자기 환멸의 노래로 그냥 흘려버리시라! 내가 신의 언어로 당신에게 설파한다 하더라도 명품을 향한 당신의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나도 또한 한때 젊고 뜨거운 당신이었기에!!
당신은 무엇에 신념을 걸 것인가? 명품인가? 명작인가?
삶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