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꼬막이 달보드레하다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내의 아무 식당에서는 어떤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꼬막을 한 사발 삶아 내준다. 꼬막이 발에 걷어 차일 정도로 흔하다는 벌교. 꼬막이 꼭 벌교에만 있는것도 아닌데 왜 그리 벌교에서만 꼬막타령인가하니 다른 곳에 비해 물이 깊고 뻘이 차져 특히 꼬막의 살이 쫄깃하고 감치다는 것이다.
해변에서 수심 10m에 이르는 진흙질의 뻘밭에서 자라는 꼬막은 특히 날이 찬 겨울,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맛이 한창이다.
예로 부터 임금의 수랏상에 8진미 가운데 1품으로 진상되었고, 조상의 제사상에도 반드시 올려졌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 세꼬막, 피꼬막의 세 종류로 구분 짓는데 벌교에서 '꼬막'이라고 하면 주로 '참꼬막'을 말하는 것이다.
벌교시장에서 1KG에 6000원을 주고 실어온 꼬막으로 뭘 해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다 일단은 절반으로 양념꼬막을 했다. 꼬막을 해감하고 씻고 삶고, 한 쪽 껍질을 떼어낸 후 양념장까지 만들어 얹었다. 밥 한숟가락에 살을 5~6개씩 쏙쏙 빼 먹으니 금새 껍질만 한 무더기다. 나머지는 물에 넣고 끓여 간하는 꼬막장을 해볼까 하는데 식구들이 나에게 새로운 꼬막요리를 주문한다. 이색적인 꼬막요리 없을까? 얼마 전 이탈리안레스토랑에서 재첩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던 것이 떠올랐다. 봉골레파스타처럼, 재첩파스타처럼, 벌교꼬막으로 파스타 한번 만들어 볼까.
껍질이 단단하고 광택이 있는 꼬막을 고른다. 먹을 때 흙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면 물과 소금을 3:1로 섞은 것에 담가 해감을 한 다음 깨끗이 여러번 씻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껍질의 골이 세꼬막이나 피꼬막보다 깊어 골 안에 뻘의 진흙이 잔뜩 묻어 있기 때문이다. 잘 씻은 것은 끓는 물에 넣어 살짝 삶아 쓰기도 하는데 너무 오래 삶으면 조갯살이 질겨지니 짠물이 남아 있을만치 적당히 익히는 것이 모든 꼬막요리의 기본이다.
팬을 뜨겁게 달구고 올리브유를 두른다. 마늘을 편 썰어 달달달 향기나게 볶는다. 새우도 몇 개 넣고, 양파도 썰어 넣어 볶는다. 다음은 주인공인 꼬막 투하. 치~익!소리가 요란할 수록 좋다. 꼬막이 '앗!뜨거'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린다. 먹다 남아 냉장고에 넣어 뒀던 레드와인을 붓는다. 또 한번 치~익! 바질과 통후추를 갈아 넣고 뚜껑을 반만덮어 꼬막이 입을 크게 열 때 까지 익힌다. 내 멋대로 청양고추도 두어개 썰어 넣는다. 바질은 매운 맛과도 잘 어울리는 향신료다. 꼬막과 청양고추를 넣었지만 이 때쯤 주방에 퍼지는 냄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그것이다. 자작자작한 국물의 맛을 보니 얼큰하고 달큰하고 시원하다. 냄비째로 내면 홍합탕 안 부러운 술안주로 그만이겠다. 마지막으로 미리삶아 둔 파스타를 버무려냈다. 꼬막에서 흘러나온 갈색육즙은 파스타를 적셔주고 벌린 입 속의 살은 쫄깃하며 달보드레하다. 이만하면 어쩌다 꼬막에 멋을 부려 보고싶을 때 추천할만 하겠다.
꼬막 중에 특히 참꼬막은 쫄깃하고 조개류 특유의 달보드레한 맛이 있어 어떻게 먹든 맛이 좋다. 삶은채로 그냥 살과 짭쪼름한 물을 쏙쏙 빼내 먹어도 맛있고 양념장을 얹은 꼬막찬은 쌀밥 위에 올려먹으면 밥도둑이다. 데친 꼬막의 알만 빼서 오이, 도라지와 새콤달콤하게 무친 꼬막회, 밥을 뜸 들일 때 삶은 꼬막살을 얹어 양념장에 비벼먹는 꼬막밥, 달걀을 묻혀 동그랗게 지져 낸 꼬막전, 소금에 절여 삭혀 짭짜래한 밑반찬으로 먹는 꼬막젓갈도 맛이 일품이다.
꼬막은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의 알칼리성 식품이다. 타우린이 풍부하여 담석을 용해하거나 간장의 해독작용, 체내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심장기능 향상 등의 효과가 있다. 비타민 B12와 철분이 많아 빈혈예방에 좋고, 저혈압에도 좋아 자주 먹으면 혈색이 좋아진다. 조혈작용과 더불어 칼슘도 많아 뼈의 발육이 좋아지므로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효과가 좋으며 소화가 잘 되서 병후의 회복식으로도 적당하다.
김은아 푸드 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