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엄마가 감기 걸렸어-최춘해 동시집.hwp 17.50KB 책명- 엄마가 감기 걸렸어 저-최춘해 동시집 출-브로콜리숲(출 7월 7일) 정-2012년 7월 16일
<쇠별꽃> 꽃이 작은 건 내 개성이다 기죽지 않겠다
장미처럼 드러내고 싶지도 칭찬 받고 싶지도 않다
내 깜냥 껏 향기 내고 꽃 피고 열매 맺고
나처럼 작은 개미, 나비애벌레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이만하면 내가 누리는 큰 복이다.
★ 둑후감 한 마디: 평소 겸손하신 작가의 성품을 그대로 표현한 시인 듯
<칭찬 듣고 춤 추는 나무>
빨간색이 부럽다. 단풍나무야 노란색이 부럽다. 은행나무야
서로 부럽다는 칭찬 듣고 우쭐우쭐 함께 춤춘다 ★ 둑후감 한 마디: 늘 동심에 젖어 사는 작가의 심성을 구경하는 듯
<최혜정 선생님 25살-세월호 여객선 참사>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배 안에서도 자신보다 아이들을 먼저 챙기셨다. 제자들이 다 산 뒤라야 나도 살겠다고 했다.
심자가를 지신 또 다른 예수님이다.
최혜정 선생은 베 안에 갇힌 제자들 손잡고 함께 바람이 되었을 것이다 하늘을 훨훨 날 것이다. ★ 둑후감 한 마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나도 그럴 수 있었을까? 교사의 사명감보다 극한 상황에 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본능으로 산 스물다섯 살 선생님! 꽃 다운 나이라서 아름답게 산화될 수 있었을 것도 같다. 죽음으로 가는 고난이 있어야만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부활이 따른다고 성서속 진리는 가르친다.
<사랑> 엄마가 마시던 물 컵에 물을 따라 먹으려는 순간
깜짝 놀란 엄마 “내 물 컵으로 먹지 마. 물 컵 따로 써.“
나는 화가 나서 “내가 전염병 걸렸어요?”
“엄마가 감기에 걸렸어,” ★ 둑후감 한 마디: 우리는 함부로 오해하기 마련이지만 들여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된다. 깊은 배려와 사랑의 마음을……
<인어 공주 상 앞에서> 물에 빠진 왕자를 자기가 구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결혼한 이웃 공주
왕자를 만나기 위해 혀를 잘라서 주고 사람 다리를 꼬리에 단 인어공주
마녀가 준 칼로 잠자는 왕자를 찔러 죽이면 사람이 될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
인어공주가 너무 안타까워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
물거품이 해의 딸로 태어나 반짝이는 물방울이 되었기를 너도 나도 바라고 있다. ★ 둑후감 한 마디: 덴마크 안데르센 동화작가가 살던 마을.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갔을 때 사랑하는 왕자님을 구해주고도 벙어리가 되어 밝히지 못한 진실! 그 순수한 진실을 품고 물거품으로 사라져간 인어공주의 넋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사랑 앞에서는 그렇게 숭고한 물거품이 되어 가야 할 것.
<가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한여름 불볕더위를 물리치려고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었기 때문이다
다람쥐가, 도토리가 익기를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다.
<피오르드> 하느님이 만든 예술품이다 빙하를 만들었다가 용암으로 녹여서 만들어내는 피오르드 100만 년 긴 세월에 만든 예술품
큰 마음으로 만들어서 한 자리에서는 볼 수 없다 예술작품 속에서 페리를 타고 가면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어진 하느님 솜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저 큰 폭포가 산 옆구리에서 펑펑 솟아나오고 산골짜기에서 줄기줄기 1000m를 흘러내린다 그 자리에만 어울리는 개성 있는 바위들 ★ 둑후감 한 마디: 북유럽 여행 때 본 피요로드의 감회를 작가선생님은 100만 년 긴 세월에 만든 예술품으로 가슴에 담아오셨다. 우리 모두 그랬지만 시로 이렇게 사실적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대문호 선생님이시기에 가능하리라.
<귀한 손님> 바람 따라 햇빛 따라 산에 갔더니 이파리들이 반갑다고 팔랑팔랑 손짓한다
꾀꼬리가 올로로로로 올올리오 나를 부른다
산골짝 돌 틈 사이 흐르는 물이 졸졸졸졸 나를 부른다
나는 오늘 이 산의 귀한 손님이 되었다. ★ 둑후감 한 마디: 한여름 찌는 더위 속 동화사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을 때, 우리 몸에 감겨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반김이 새삼 고마웠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귀한 손님으로 반기는데 우리는 무딘 가슴으로 바보처럼, 냉정하게 살고 있는 듯하다.
<목적 없는 것 찾기> 길바닥에 있는 돌멩이는 화분 밑 물구멍 돌이 되고 싶어 꽃을 사랑하는 손을 기다리는지도 몰라
버려진 깡통은 폐품 줍는 할아버지 손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플라타너스로 달리는 자동차도 모두 목적이 있다.
못 찾겠다 목적이 없는 건 ★ 둑후감 한 마디: 목적은 사명감일까? 숭고한 존재감일까? <1억 천만 원 수표-신문을 보고> 천 원짜리처럼 얇게 봉투 속에 숨겨서 구세군 냄비에 넣은 1억 천만 원짜리 수표
돈도 가리고 이름도 없이 몰래 넣은 천사
못 배운 한이 있거나 헐벗고 배곯았던 아픈 사연이 있는 분일 게다
덜 먹고 덜 쓰고 아껴 모은 돈일 게다. ★ 둑후감 한 마디: 한국의 목사님이 구두를 닦아 모은 돈을 아프리카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내준 영상을 본 그 나라 아이들이 말했다. “우리는 부자들이 우리에게 돈을 보내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본래 내가 어렵게 살아본 사람이라야 어려운 사람을 깊이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행복> 매미는 한 평생 행복하다
내일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개미는 오늘에 내일 걱정을 하느라 한평생 걱정이다
매미는 하느님을 믿고 개미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 둑후감 한 마디: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는 믿음으로 산다. 그래서 행복하다. 늘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집 마당의 향나무
해님이 주는 햇살 돌아오는 몫만큼만 받고 비 오면 비 맞고 가물면 가문 대로 그렇게 40년을 살았다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개미가 먹을 양식도 마련하고 진딧물이 먹을 양식도 마련했다. 참새가 쉬어 갈 자리도 어치 아기가 놀 자리도 마련했다. 곤충들의 양식 터 새들의 놀이터가 된 향나무는 마음이 흐뭇하다.
★ 둑후감 한 마디: 나무가 그냥 나무가 아니요. 잎사귀 흔듦이 그냥 흔듦이 아니었어요. 나눌 것 다 나누고 행복하게 사는 나무를 보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