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 금요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스 그라프 지휘 & 파스칼 로제 피아노. 둘째날.
어제 1부에 이어서...2부
딱 예상대로 였다. 같은 연주가와 같은 곡. 프로그램은 재탕맞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못한 몇몇 헤프닝이 있었고, 어제 나도 모르게 지나치거나 잊어버린 감흥이 오늘 감상 도중에 슬며시 되살아 나면서 ....다시금 쓸 거리가 생겼다.
어제 1부에서 음악회 전반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리뷰했으므로 오늘 2부에서는
음악회 후기 포스팅 할때 보통 간과하기 쉬운 생동감 그리고 즐거움에대해 한껏 떠들어댈테닷!!ㅎ
일단!!자리가... 내 자리가 예술이었다!!
1층 B블록 12열 8번
얼마나 좋은 자린지 궁금하다면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콘서트홀 좌석배치표를 참고하시라~~^^♥
피아노 흰건반 검은건반이 죄다 보이고 피아니스트의 열 손가락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자리다.^^
어떻게 이런 좌석이 가능했을까? 바로 한남동 스트라디움 매주 목욜 음감회 참석하시고 서울시향공식카페 운영하시는 박종완님의 배려 덕분이었다. ^^
생상스 피협2번은 기교로나 예술성으로나 전날보다 훨씬 빼어났던거 같다.
소리도 한층 알차고 영롱한 듯했고 테크닉으로 말하자면...3악장 피날레에 와서는 과연 인간인가 싶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는 어제에 이어 그렇게 살인적이고 폭발적인 기교를 보이더니만...어마어마한 박수갈채를 받고는 이윽고 피아노 앞에 앉더니 첫 앙코르로 사티의 짐노패디를...이어 또다시 우뢰와 같은 찬사에대한 보답으로 두번째 앙코르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 소녀를 연주 하는게 아닌가!!그 꿈같은 피아니시모는 한편의 서정시였다. 진정 프랑스 피아니즘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앙코르를 후하게 두 곡씩이나!! 마지막 날이라 홀가분 한건지....본인도 어제보다 연주가 잘 된 듯싶어 만족한건지...사랑하는 아내와 한 공간에 있어 행복해서인지...아무튼 오늘밤 그는 굉장히 기분좋아 보였다.
두번째 헤프닝은 인터미션때 일어났는데 파스칼 로제의 지적인 피아니스트 아내는 알고보니 내 좌석에서 매우 근접거리에 앉아 있었고 당연히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파스칼 로제가 인터미션 때 그녀의 옆자리로 왔다!
나와 2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에서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 피아니스트가 2부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참!!얼마나 황홀하던지!!
막간을 이용해서 팜플랫에 싸인 받고자 하
는 그의 추종자들로 1층 B열과 C열의 통로는 또랑보다 폭이 더 협소해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매우 소심한 필자는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말았다.(ㅠㅠ앞으로 영원히 후회할 거같다.)
여튼 가까이에 그가 있다는 사실, 그에대한 끊임없는 의식과 호기심 때문인지 자꾸 곁눈질하게 되더라...
마지막 헤프닝이 실은 가장 코믹하다. 휴식 후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니 1번이 시작되었는데 1악장 초반부에서 그때껏 매우 열정적이던 마에스트로가 더더욱 흥분한 나머지 그만 지휘봉을 놓치고 말았다. 지휘봉은 허공 위로 솟구치더니 곧바로 첼로주자 앞에 떨어졌다.
첼리스트가 얼른 주워 한스 그라프에게 건냈다. 순간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큭큭 거렸다.^^ 잽싸게 파스칼 로제쪽을 응시했는데, 그는 아이폰 무아지경에 빠져있었다. 물론 직원의 제지를 받았고, 그는 착한 아이처럼 베시시 웃더니 얼른 집어넣었다.
아!아!좀 라흐마니노프에 집중하자고!!
그런데 역시나 파스칼 로제가 저만치 있네.♥
나야 자휘자의 듬직한 등짝만 보여 한스 그라프의 상기된 표정을 머릿속에 그렸더랬는데, 합창석에 앉은 울 선배님은 그 순간에 그의 표정이 정말 볼 만 했다고 하셨다. 당혹스러움, 동시에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한다.
어떤가?!이러한 유쾌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다름아닌 음악홀이며 오페라 극장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래식 연주홀 하면 절대엄숙 초긴장부터 하기 일쑤다. 그래서 고전음악이 연주되는 공간보단 팝콘과 콜라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즐길 수있는 극장을 선호한다.
물론 전자가 후자보다 좀 더 딱딱한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장소임은 맞다. 그게 클래식이라는 예술에대한 예의니까...그러나
시종일관 망부석처럼 딱딱하게 있을 필요는 없다. 오늘밤 같은 헤프닝이 연달아 일어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장소고 따라서 활기찬 장소임은 분명하니까...
그렇다면 나의 경우 어떻게 연주홀과 오페라 극장과 친숙해졌을까? 19세기 씌여진 서양 고전 문학을 읽어보시라. 스탕달의 적과 흑, 폴로베르의 보봐리 부인, 모파상의 벨아미, 졸라의 나나, 푸쉬킨의 에브게니 오녜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등을 보시라.
옛날 옛적 19세기 극장, 음악홀은 사교계의 연장이었으며 그 곳에 모든 예술과 오락과 연애와 때로는 건전하거나 불건전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2세기가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명의 진보로 인해 더이상 마차도 치렁치렁한 페티코트를 입은 여인네들도 로멘틱한 가스등도 없지만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음악으로 위안을 얻으러 이 곳으로 온다.
제각각 산재된 사연들... 헤프닝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첫댓글 글을 참
재밌게 쓰시네요~^^
어제 저도 합창석에서
지휘봉을 놓치는 순간과
주연선 수석이 챙겨준
지휘봉을 웃으며 받아들고
아무일이 없다는 듯 다시 집중,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했는데,
빈좌석이 많아서 넘 안타까웠어요~^^
라흐마니노프 4악장 연주마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기립박수 하려고했어요.
멋진 연주해준,단원들과 한스 그라프와
파스칼 로제에 박수보냅니다~^^
다음엔 더 흥미진진하고 맛깔나는 소설식 리뷰로 찾아뵐게요^^
못간게 아쉽네요ㅜㅜ
즐감햇어요^^~~
담에두 더욱 생동감있는 리뷰 들려드릴게요♥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