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2일(토요일) [문산회] 한남정맥 군포-안양 수리산 종주◇
(11:00, 수리산역)
* [산행코스] 수리산역(오전 11시)→ 258고지(능내정)→ 쑥고개쉼터→ 슬기정→ 469고지(수암봉 갈림길)→ 슬기봉(431.6m, 점심)→ 안부(고개사거리)→ 암릉…병풍바위→ 수리산(태을봉, 489.1m)→ 475고지→ 관모봉(국기봉)→ 석탑→ 안양 병목안산림욕장→ 창박골삼거리(식당‘화반’의 화기만발)
* [프롤로그] ─ 그 청랑하고 맑은 시월 어느날
☆… 시월(十月)은 상달이다. 오월(五月)이 대지에 새로운 생기가 솟아오르는 신록(新綠)의 달이라면, 시월은 오곡이 무르익어 풍성하게 수확을 하는 결실(結實)의 계절이다. 오월이 생명이 솟아나는 원형(元亨)에 해당한다면 시월은 열매를 거두어 들여서 갈무리하는 이정(利貞)의 자리이다. 한 여름 동안 천지가 조화하여 이제 만물이 풍성하게 되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가을의 중심인 중추절(仲秋節)을 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시월은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청정한 바람, 화사한 햇살이 천하에 미만하니 그 청정한 기운과 정결한 분위기가 우리의 지친 심신을 정화(淨化)해 주는 계절이다.
* [군포-안양 수리산] ─ 한남정맥의 길목
☆… 오늘의 산행지 수리산은 경기도 군포시와 안양시 그리고 안산시(수암봉) 경계에 있는, 한남정맥의 군포구간에 해당하는 능선이다. 한남정맥은 한반도 백두대간 13정맥 중의 하나로 충청북도 속리산 천황봉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안성의 칠현산을 거쳐 김포시의 문수산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군포시 구간은 구레고개에서 슬기봉까지이다. 수리산은 ‘독수리가 치솟는 형상’이라 하여 그렇게 불리며, 200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신라 진흥왕 때 창사된 수리사가 있다. 수리산은 능선 곳곳에 암봉이 있고 울창한 수림으로 우거지고 조망이 좋으며,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룬다.
* [산행의 들머리] ─ 수리산역에서 만난 정겨운 산우들
☆… 오전 11시, 전철 4호선 수리산역에서 산우들과 만났다. 오늘 산행에 참석한 사람은 이정일 회장을 비롯하여, 호산아 고문, 채홍철 총무, 이정식, 이동우, 그리고 구미호 등 6명이었다. 하늘이 아주 청명한 날이다. 파란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청랑하고 산뜻한 날씨, 따뜻한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지고 서늘한 바람은 아주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은 슬기봉(451m), 태을봉(488m), 관모봉(426m) 으로 이어지는 수리산을 종주하는 산행이다.
* [258고지] ─ 아늑한 정자 ‘능내정’
☆… 오늘의 산행들머리는 수리산역, 기아주공 5차아파트 옆 도장초등학교 옆길이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는 완만한 숲길이 시작되었다. 선선한 바람결이 아늑한 산길을 오르면, 얼마가지 않아 258고지(‘능내정’)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 슬기봉까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것이 한남정맥의 수리산 구간이다. 약간 뜨겁기는 하지만 한낮의 햇살이 화사하게 쏟아지는 날, 숲 그늘의 산길은 아주 시원하고 쾌적했다. 바람결이 산들산들 가을의 촉수로 이마를 스치고 간다. 경쾌하고 호젓한 발걸음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산길이다.
* [쑥고개쉼터] ─ ‘슬기정’ 지나 그늘의 벤치에서
☆… 계속 이어지는 아주 완만한 능선 길을 따라 걷다가 12시 10분, ‘쑥고개 쉼터’에 이르고, 조금더 나아가 ‘슬기정’을 지나 그늘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미호가 준비해온 부추전을 곁들여, 채홍철 총무가 준비해온 공주알밤 막걸리 한 잔이 더운 가슴을 쓸어내렸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는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본격적이 오름길에 접어들었다. 아주 가파를 산길을 치고 오르는 길목이다. 그러나 숲 속으로 난 산길은 그늘이 드리워져 아늑한 맛이 있다. 점점 고도를 높여간다. 땀이 나고 숨이 차 오른다. 산의 중턱 쯤에 시야가 확 열리는 곳, 널따란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 탁 트인 시야에 모든 풍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한낮의 햇살을 받은 산본아파트 단지가 산뜻하게 자리 잡고 있고,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과천-평촌-의왕-군포-수원으로 이어지는 아파트군이 하얀 빛을 발하며 정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면, 북동쪽의 청계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산줄기가 백운산으로 이어져 남으로 내달리고, 그 산줄기는 수원의 광교산으로 뻗어나간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수원의 일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 [슬기봉 가는 길] ─ 가파른 오름길, ‘전망대’의 조망(眺望)
☆… 다시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른다. 진하게 땀이 흐른다. 다리에 근육이 굳어지고 은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숨이 턱에 차오르는 산길을 쉼 없이 올랐다. 팍팍한 오름길이다. 드디어 수암봉-슬기봉으로 갈라지는, 통신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469고지에 올랐다. 수암봉으로 들어가는 이 길목은 산의 북쪽에 목조 난간과 계단을 설치에 놓았다. 수암봉은 한남정맥이 이어져 나가는 산길, 수리산 서쪽에 솟은 산이다. 우리는 수리산 정상인 태을봉으로 가기 위해 다시 안부로 내려왔다.
* [슬기봉 정상] ─ 맑은 햇살, 부드러운 바람결 그리고 유쾌한 식사
☆… 그리고 다시 오름길, 오후 1시 10분, 소나무 몇 그루가 운치 있게 서 있는 ‘슬기봉(451m)’ 정상에 이르렀다. 부드러운 바람결이 아주 시원한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아 점심식사를 나누었다. 구미호가 준비해 온 찐만두와 부추전 등이 식단을 푸짐하게 했다. 그리고 이정식 산우가 내놓은 동그란 찬합에 든 김밥 도시락이 아주 품위가 있고 맛깔스러웠다. 그리고 황도복숭아, 사과와 배 등을 정갈하게 깎아서 싸 준 과일에 부인의 정성에 느껴진다. 나뭇잎 사이로 내려앉는 맑은 햇살이 고운 한낮,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식사는 그렇게 인정과 덕담을 나누는 명랑한 산중 오찬이다. 이정일 회장은 부추전에 곁들인 매콤한 고추맛을 두고 ‘고추타령’으로 은근한 농자를 놓는다.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 [수리봉의 절경] ─ 아기자기한 암릉 길, ‘병풍바위’
☆… 오후 1시 50분,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해 나갔다. ‘고개사거리’의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바위가 산의 능선을 이루는 곳으로 날카로운 절리를 이룬 암릉이 아기자기한 묘미를 더해준다. 좌우의 시야가 확 트인 산길이다. 오르고 내리는 바윗길이 산을 타는 재미를 더해 준다. 그 중에서도 ‘병풍바위’는 칼바위 능선으로 좀 위험하기는 하지만 소나무가 어우러진 그 풍치가 참 아름답다. 그 능선 위에 올라서면 과천-군포-의왕-수원 등의 지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서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수리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도로가 수암봉과 태을봉 아래의 산속을 관통해 나간다. 이 고개사거리 안부에서 태을봉에 이르는 이 암릉 구간은, 수리산의 ‘절경 중의 절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카메라는 대원들의 포즈를 잡기도 하고 산의 풍경을 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암릉 길에서 원색의 등산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네 분의 여성들과 조우했다. 처음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몇 차례 사진을 찍어주며 우리 대원과 어울려 산행을 계속해 나갔다.
* [태을봉 정상] ─ 원탁(圓卓)의 만남, 가을 햇살이 고운…
☆… 오후 3시 5분, 수리산 정상 태을봉(太乙峰, 488m)에 올랐다. 거대한 자연석에 세워진 표지석을 중심으로 널따란 공간이 있고 그 주변에 몇 개의 벤치를 시설해 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비상 헬기장도 있다. 태을(太乙)은 동양사상에서 우주의 본체, 다시 말하면 천지만물의 근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상석 앞에 있는 원탁의 식탁에 10명의 선남선녀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함께 사진도 찍고 정상 등정의 개인 사진도 찍었다. 이 분들은 안양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하는 아이들의 학부모로 1학년 때부터 만나 어울리는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초면이라 조심스러웠다. 과일을 들며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 [하산 길] ─ 관모봉에 펄럭이는 태극기
☆… 오후 3시 30분,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안양시 병목안 박창골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았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는 산길이다.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길을 따라 관모봉(冠帽峰, 426m)에 이르렀다. 관모(冠帽)는 '갓'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봉의 모습이 갓의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양 시가에서 가까운 관모봉은 국기봉이다. 파란 하늘, 바탕이 순백인 태극기(太極旗)가 맑은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펄럭이고 있었다. 높다란 스테인리스 국기봉 위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10명이 한 자리에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가파른 산길을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와서 철봉이 설치되어 있는 쉼터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평탄하게 내려오는 산길은 장대하게 자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내려오는 산길은 쾌적하고 고즈넉했다.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곱다. 길가의 나무 아래, 햇살을 받은 노란 야생화가 그 원색의 고운 자태를 보여주었다. 정교하게 쌓은 석탑(石塔)을 지나 안양산림욕장으로 하산을 완료했다.
* [에필로그] ─ 박창골삼거리의 즐거운 하산주
☆… 일행은 박창골 삼거리에 있는 한식당 ‘화반’에 자리를 잡고 뒤풀이를 했다. 아구찜을 시켜 하산주(下山酒)를 나누었다.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청명한 시월 하루, 유쾌한 만남으로 가을이 더욱 화사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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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2013.10.13. 호산아(好山兒) 오상수(吳尙洙) ksbpoh@naver.com 010-6203-0885
첫댓글 아름다운 동행~~~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