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고産苦를 겪는 시인에게
조성돈 시집 『모란을 기다리며』
김 익 하
조성돈 시인이 제2 시집 『모란을 기다리며』을 펴냈다.
2016년 『달빛』<문학세계>을 펴낸 지 8년 만에 <도서출판 천우>에서 펴낸 이 시집에는 4부로 나눠 65편 시가 실렸다. <시인의 말>을 붙이고 유지연 교수의 해설을 달았다.
충북 청원이 고향인 조성돈 시인은 일찍 삼척에 뿌리를 내렸고, 2008년 12월 <문학과 세상>으로 등단했으며, 2009년 『두타문학』 32집에 「은행잎」 「고통」 「고향·Ⅰ」 「빈집」 4편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문단 활동을 시작한 시력詩歷 16년의 시인이다. 조용해서 음전하게 보이는 외모에 성품마저 과묵한 조성돈 시인의 시는 고향, 어머니, 그리고 성장하면서 마주한 자연과 삼척에 터전을 잡은 뒤 주변에 익은 풍물을 소재로 시 작업을 하고 있다. 화려하거나 기교에 치우지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로 진정성 있는 언어로 시를 빚고 있다.
시2
혼 깃든 심지 돋우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어스름 내릴 녘 시작된 산고
하얗게 지새운 신새벽 박차고
찬란한 빛 해맞이 출산이다
창틈 파고드는 샛바람 슬피 울면
오열하는 바람 나무 스치며 찾아든
시마詩魔 붙들어 앉히고 어르고 달랜다
서로 뒤틀어져 흔들리는 언어들
거친 시알들 숨 고르며 제자리에 앉으면
빈 가슴 위로하는 벗으로 탄생한다
스스로 별빛 발하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이 허물 벗고 벗은
혼신 기울여 지어낸 가락이다
-「시2」 전문
위 시는 시작詩作을 산모의 출산에 빗대 읊은 작품이다. 느낌은 산고를 겪으며 참아내는 신음과 산모 얼굴에 맺히는 땀방울이 보이는 듯하다. 산모는 산부인과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지만, 시인은 조력자 없이 혼자 기진맥진하면서 이미지가 맺힌 언어들을 질서 있게 이리저리 둘러맞추어야 한다. 미흡함은 채우고 넘치는 말은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밤을 빨리 간다. 이때 시인의 등 그림자는 옛적, 그도 기름을 아껴야 하던 시절, 시간의 압박을 받아 가며 호롱불 아래서 자르고 둘러맞춰 깁는 여인네 초상처럼 애성과 초조함의 화신이다. 하긴 그래도 시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완성한 뒤면 마음이 천상에 닿은 느낌일 거다. 자는 사람을 후두들겨 깨워 감동하라고 윽박지르고 싶은 충동도 일거다. 고통을 동반한 싱싱한 생산물. 나만의 언어 꿰미다. 뽐내도 무방하다. 그리 충동질해도 조성돈 시인은 소리쳐 뻐길 성품은 아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