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집에서 / 박승류
널찍한 홀에는 식탁마다 왁자하게
땀 흘리며 파닥거렸을 하루가 자리 잡았다
식탁 위에는 뚝배기가 펄펄 끓어오르고
군침이 꿀꺽, 주변을 물들인다
발가벗겨져 사지 잘린 주검
하루거리 한달거리로 생산을 게을리 한
생전의 죗값 치르는 건 아닌지
대체 내 몸이 왜 이리 뜨거운지 모를 일이다
소금만으로 부족하여
기름 접시로 마늘 접시로 끌려다니며
고문당하는 닭똥집은, 퍼렇다 못해 시커멓다
식탐으로 가득 채워지는 식탁에서
괄약근의 수난이 더 눈길을 잡아당기는데
조이고 살아왔다는 죄목이 아닐까 해서
쭈뼛쭈뼛해지는 것도 잠시
잠그지 않으면 대오에서 낙오되고 말 것이라며
홀로노인 소녀가장 지워버린 것은 아닌지
이번 여름에도 다행히
몸 보(保) 하는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았다는
잔 부딪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소리 사이로, 슬그머니
소주 한잔에 망각의 몸이 섞인다
-월간 <우리詩> 2008년 7월호 원고-
첫댓글 여백님의 첫 시 앞에서 저도 현장을 같이 했던 인간으로서 먼저 간 이승의 삼계가 응보랍시고 허벅지와 어깨 근육을 노려볼 것 같아 그냥은 잠자리에 못가고 맥주라도 들고 가볼까 합니다. 발가락은 괜찮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