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회양목 잎


봄빛이 마당에 깔리자마자 봄을 노래하는 게 회양목이다. 워낙 단단하여 도장목이라는 별호가 붙은 이놈은 겨울내내 잘 굽힌 빵껍질 색깔을 하고 앉아 웬만한 엄풍에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는다.
2월 마지막 꽃샘바람이 불어대는 날부터 하루 이틀 헤아릴 새도 없이 그 색은 쌀쌀한 꽃샘바람에 풍화되는 건지, 태동하는 땅기운에 밀려난 건지 어느새 포르스름한 녹색으로 바뀌어 버린다. 겨울색이 숨었네 하자마자 녹색에서 또다른 연두색으로 갈아 입는다.
□ 재 료 : 회양목 잎 5kg, 철장액 10ℓ
□ 방 법 :
① 잎이 붙어 있는 잔가지 채로 물을 잘박하게 붓고 2시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② 우려낸 염료를 3등분하여 3차례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젖은 천을 넣어서 1시간 고루 뒤적인 다음 건져내어 철장액에 30분간 매염처리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다시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 적여가며 침염과 매염을 두번 더 반복한다.
⑤ 염료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늘리면 짙은 색을 얻을 수 있다. 생명주에 염색을 하면 의외로 색이 곱다.
⑥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철장에서는 겨울 소나무 잎색이 든다. 여러 매염제를 준비하여 고루 발색시켜보면 색상이 다양한 편이다.
회양목은 염료 효율은 썩 좋지 않다. 그래도 멀리 있는 형제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처럼 구하기 어려운 좋은 염재보다 전정할 때 버려지는 흔한 것이므로 손쉬운 맛에 그 가치가 있다.
매염재는 염료처럼 매염 때마다 새것을 써줘야 한다. 한번 쓴 매염제를 그대로 쓰면 효과가 거의 없다. 염료의 양과 매염재의 양은 어느 직물이든 간에 직물을 담갔을 때 헤엄을 치듯 넉넉해야 한다. 잘박한 물에 담그게 되면 대개가 다 얼룩투성이가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