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선물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껴안고, 그리고는 부셔 버리고,
아침이면 어느새 그것을 준 사람도 잊고 마는 아이처럼,
당신은 내가 드린 나의 마음을, 귀여운 장난감처럼 조그만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내 마음이 아파 괴로워하는 것도 모르고 지냅니다.
헤르만 헤세의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이 자그마한 여인의 아름다움에 매혹 되어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안타 까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가 그린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문득 궁금한 마음이 고개를 들고 일어납니다. 그의 또 저서 크눌프를 보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이냐면, 정말로 아름다운 소녀가 하나 있다고 해봐. 만일 지금이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고,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가 늙을 것 이고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른다면, 아마도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을 거야.' 헤르만 헤세가 그린 아름다운 여인, 아니 아름다운 사람은 시간 앞에서 곧 변화되고 말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이며, 지속적인 삶의 소유나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늘 변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그 갸름한 얼굴과 연약한 손이 빚어내는 가냘픈 아름다움을 연모하고 속이 끓도록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시를 읽는 순간 그 시적 영감에 크게 감동되어서 그 즉시 그 시에 노래를 붙였던 포크송 계열의 한 한국 가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70년대의 한 순간을 풍미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통기타 세대 가수 서유석입니다. 그는 헤르만 헤세의 시에 자신이 스스로 곡을 지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 노래는 그 당시 수많은 젊은이 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곡에 그 시를 접목시켰던 이유는 자신의 형수의 모습 속에서 귀엽고 아름다운 어떤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형 가족과 함께 살던 고래등 같은 집에서 그의 형수가 열심히 청소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던 순간, 자신을 돌보느라 늘 애쓰고 수고하던 그녀의 삶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크게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었을 때, 그 감동스런 순간에 보았던 그 형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 자리에서 30분 만에 곡을 만들어 내었습니다.서유석이 말하는 아름다운 사람은 여러 가지 힘든 생활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며 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 여인의 외모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서유석이 노래했던 아름다운 여인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쪼그라들고 말 얼굴과 평생 동안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가야할 고된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서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고 살아갔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명령을 위해서, 혹은 비전을 향하여 최선을 다해서 달려가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바울의 삶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딤후 4:7절을 보면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고독한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멸시와 천대 그리고 배신과 핍박 속에 살아가지 않으면 않되었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조금의 후회나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세상이 감당하기 어려운 믿음의 담대함과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바울에게 디모데나 디도, 혹은 브리스길라나 아굴라, 그리고 에바브로디도와 같이 헌신된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의 삶을 보면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첫댓글 재미있네요. 여기서 제 사촌누나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어요. 서유석씨의 단 하나뿐인 형수가 바로 제 사촌누나거든요. 예쁘게도 생겼지만 참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누나랍니다. 신실한 믿음으로 늘 장애자들을 위한 자원봉사로 조용히 섬기는 분이세요. 서유석씨가 유일하게 자기 마음을 터놓고 하소연하는 대상이라고 들었어요. 역시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품을 통해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나봐요.
어쨌거나 저희 사촌누나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