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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Dirndl의 인기, 한복의 한계
민족의 전통 명절인 추석이 긴 연휴를 선사하며 끝났다. 시기가 겹치는 독일(뮌헨)의 민속축제인 옥토버페스트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매체를 보면 이 축제 때 여자들의 전통의상 Dirndl이 해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내가 독일대학 캠퍼스를 최소한 7-8년은 돌아다녔지먼 치마입은 여학생을 거의 못 보았다. 따라서 젊은 여성들의 민속 의상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복고 취향을 넘어 놀라운 현상이다.
거의 3주에 걸쳐 어린 소녀에서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이 Dirndl에 대한 호감이 높아가고 Dirndl 전문 가게도 전국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디자인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고전풍과 현대풍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그림들이 많이 보인다. Dirndl 자체가 다양성과 섹시미를 드러내는 데 문제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주 추석을 맞아 이리저리 다니며 둘러보았지만 주변에 한복 입은 사람을 거의 못 봤다. 한국 최대의 민속명절인데도 양복이나 양장이 대세였다. 설은 상황이 좀 더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설에도 한복은 대체로 한 번 입고 바로 벗어 장롱 속에 넣어버리는 그야말로 반짝 패션이다. 왜 한복이 이리도 인기가 없을까? 우리 것 좋다고 많이도 떠들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한복은 패션으로서 관심의 대상이 못되는 것 같다. 여학생이 한 25명 들어있는 수업 시간에 추석 때 한복 입어 본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니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보기에 한복은 관련자들의 수많은 예찬론에도 불구하고 현대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것 같다.
두세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옷이란 편리함, 아름다움, 경제성을 지향한다. 세 가지 다 갖추면 더할 나위없고 최소한 하나라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 한복은 어떤가? 내가 보기에 한복은,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한복이 편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인데, 자기 몸의 몇 배 넓이의 통에 땅에 질질 끌리는 치마를 입고 활동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닥이 더러우면 신발보다 치맛자락 버릴까 신경 써야 하고 계단을 오를 때는 두 손으로 치마를 들어 올려야 한다. 한복을 입고 들 일 같은 것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솔직히 난 한복의 치마가 왜 그리 길고 또 폭은 왜 그렇게 넓어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얌전하게 앉아있기야 더 없이 좋을지 모르지만 그러고 있어도 되는 사람이나 그러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경제적으로도 천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리 현명한 스타일은 아니다. 한복을 입고 지나가면 넒은 치마폭에 바람이 일 정도인데 치마 바람이란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이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양반집 마님들이 우아하게 폼 잡고 있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실용성이나 경제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한복이 특별히 아름다운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옷 자체는 색상이나 모양이 곱고 아름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한다. 여자의 옷이란 결국 여자의 육신을 아름답게 표현할 때, 아름다운 것이지 여성의 몸은 철저히 은폐시키면서 그 은폐한 천의 재질이나 색상의 아름다움을 말한다면 이보다 더한 주객전도가 어디 있겠나. 내가 보기에 한복은 여인의 가슴라인을 전혀 표현하지 못 할뿐 아니라 허리, 엉덩이, 다리는 아예 감도 못 잡도록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기껏해야 어깨선 정도가 파악되지만 거의 의미 없는 선이다.
결국 아무리 곱고 비싼 한복을 입고 있어도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얼굴 밖에 없다. 한복의 아름다움은 결국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옷감과 무늬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이것은 그나마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허세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으로 한복의 여성 억압적 구조는 아무래도 유교의 관념이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정숙과 얌전을 여성 존재의 최고 미덕으로 주입시켜온 공자의 후예들 말이다. 실제로 조선 시대 이전에는 바지도 보이고 여성들의 몸매를 강조해 허리띠를 착용하는 패션도 종종 보인다.
문제는 같은 유교권이라도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복식은 한복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자유롭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의 치파오, 일본의 기모노, 베트남의 아오자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다른 아시아 권 나라들의 전통여성 복도 여성의 몸매를 충분히 강조하는 스타일로 되어 있다. 최소한 현대인들의 관심과 욕망에 맞게 디자인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모두 치마가 여인의 허리와 하체를 선명하게 부각되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나는 여자에 대한 한국 남자들의 미적 관념이 오랫동안 얼굴에 편중되어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복의 특성상 여자의 전체 몸매를 가늠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관상에 집착하는 이유도 결국 얼굴을 통해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를 파악해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밑에 있는 X를 코는 Y를 입은 Z를 대신한다는 희한한 대응론을 만드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조선 남자들도 여성의 육신에 관심이 없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패션이라도 제대로 되었더라면 온갖 관상학이나 궁합론에 쏟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예 관심이 없다면 모르지만 응큼스럽고 위선적이게도 그렇게 덮어씌어놓고는 어떻게라도 내부를 파악해 보겠다고 안달이니 한국인들의 이중모럴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관상학이 아무리 발전해봐야 실제를 보는 것 이상에 근접할 수가 없다.
내가 늘 놀라는 것은 예쁜 여자를 그리 밝히는 한국 남자들이 여자의 미를 논할 때, 극히 관념적이라는 점이다. 한복의 시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복은 아무리 개량해도 현대인들의 미적 스칼라의 최상위에 있는 섹시미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도 답답해선 그런지 개량한복이라며 급기야 저고리를 없애버리고 치마만 입고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을 과연 한복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경우에라도 상부는 표현하는데 성공하지만 치마는 여전히 허리, 엉덩이 다리 라인을 표현하지 못한다.
결국 한복은 노인숭배의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나이든 사람들의 복식으론 맞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발하기는 어려운 패션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단의 개량이 따른다면 몰라도. 이래저래 난 공자를 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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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복의 선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한복이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불평하는 것도 지극히 남성권위주의적인 발상 아닌가요? 그런 생각자체도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만 보는 지극히 남성편향적 시각임. 여성의 복장에서조차 상부, 허리, 엉덩이, 다리라인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선배는 공자를 싫다고 말할 자격없당~~ 독거생활의 조속한 청산을 촉구함.
한복 입지 않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한복의 문제를 고민해 봤는데 여성 스스로 박제된 육신이 되어 펄럭이는 껍데기에 쌓여 있고 싶다니, 여성의 적은 여성. 한 복의 선이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여성의 몸 선 보다 아름다울 순 없는 법. 인류사에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건, 소위 3대 종교가 모두 가부장적 시각에서 여성의 여성성을 철저히 왜곡하고 억압하고 있는데도 그걸 가장 열렬히 따르는 게 여성 자신들이라는 사실. 유교적 이데올로기의 복식화가 한복일 진데, 한복은 옷을 위한 옷이지 여성을 위한 옷이 아니라는 거. 한복을 입지 않는 현실이 그걸 증명하고 있고 여성의 위치가 향상되면 될 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고 이유는 언급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