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둠은 방과 후에 1학년 교실에 모여 앉았다. 모두 모이는데 한참 걸렸다. 규한이를 데리고 오면 잘 앉아 있던 희주가 안 보이고, 희주와 세나를 데리고 오면 규한이가 안 보였다. 그 새를 못 참은 규한이는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있는 거다.
간신히 다 모였을 때 무얼 두드릴까, 생각을 말하라고 했다. 맨 먼저 규한이가 말했다.
“깡통을 칠까? 소리 잘 나잖아.”
“깡통? 너무 작지 않을까?”
나는 통조림 깡통이 생각나서 그렇게 말했더니 규한이는
“큰 깡통도 있어.”
하고 대답했다.
“언니, 노란 냄비는 어때? 냄비도 소리 잘 나는데.”
윤제가 말했다.
“노란 냄비? 그거 괜찮은데?”
“언니, 우리 드럼처럼 만들어 치자.”
세나였다.
“드럼?”
“응. 텔레비전에 보면 앉아서 막 치는 사람 있잖아.”
“그거 좋지. 근데 드럼을 어떻게 만들지?”
“저걸로.”
세나는 교실 뒤편에 있는 옷걸이를 가리켰다.
“저기에 소리 잘 나는 걸 매달아 놓고 치면 되지.”
“좋아, 그거 재미있겠다.”
규한이가 좋아한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드디어 뭘 두드릴 것인지 다 정했다. 나는 노란냄비, 규한이는 묵직한 나무 도마, 윤제는 모래 넣은 패트병, 희주는 빨래판 그리고 세나는 옷걸이 드럼. 옷걸이 드럼이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서로 하겠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끝내, 세나 차지가 되었는데, 그건 세나가 의견을 냈기 때문이었다.
남은 문제는 이 도구들을 어떻게 소리내고, 어떻게 춤동작과 연결시키는가 하는 거였다. 이것도 여러 번 연습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정되었다.
나는 냄비를 끈으로 연결하여 배에 묶고, 스텐레스 숟가락 두 개로 두드리기. 처음엔 머리에 묶었으나, 앉고 서고 돌고 하는 춤동작들 때문에 금방 냄비가 흘러 내렸다. 배에 묶으면 앉는 동작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규한이는 도마를 둥근나무방망이 두 개로 두드리기. 규한이도 처음엔 도마를 식칼로 두드렸다. 그런데 식칼이 소리도 잘 나지 않을뿐더러 칼날이 오르내리니까 무섭고 위험했다. 나무방망이로 두드리니까 쿵쿵 소리도 좋았다. 윤제는 1.5리터짜리 패트병에 굵은 모래를 반에반에반에 반 정도를 넣고 흔들어서 소리를 내고 희주는 나무 빨래판을 역시 나무숟가락으로 글어서 소리를 냈다. 세나의 드럼이 가장 문제였는데, 이것저것 매달아서 두드려봤지만 소리가 그리 신통하지 않았다. 또 몇 번 두드리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고민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정한 것은 볼(양푼)을 매다는 거였다. 다양한 크기의 볼을 접착력이 좋은 청테이프로 매다니까, 단단했다. 소리도 좋았다.
도구가 만들어진 다음, 이젠 노래에 맞춰 동작을 하는 연습이었다. 규한이가 가운데 맨 앞, 내가 그 뒤에 서고 오른 쪽에 윤제, 희주 그리고 왼쪽에 세나가 자리 잡았다.
노래가 신나니까 동작도 자연스럽게 흥이나고 힘이 들어갔다. 특히 규한이의 엉덩이춤은 기가 막혔다. 실제로 잔치를 하는 날, 가장 빛을 본 것이 규한이의 엉덩이춤이었다. 우리 학교 모둠장기자랑 발표 역사상 최초로 앵콜을 받은 것이 우리 별무리난타였다. 물론 시간관계상 앵콜을 하진 않았지만.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정말 흥분되고 가슴이 뛰는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