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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神仙道 원문보기 글쓴이: 신선도...
- 봉우 권태훈 노사님의 [민족비전 정신수련법] 중 수련문답 -
* 해제
여기 실을 내용은 정신수련의 초학자들과 수련 도중에 있는 사람들이 제기할 수 있
는 기본적인 의문 사항들과 그에 대한 봉우 선생의 답변이다. 정신수련의 구체적인 문
제들을 대화를 통해 정리한 기록인 셈이다. 정신수련의 세계 역시 이론과 실천의 세계
인데, 이론이란 아무래도 정신수련의 원리와 정수를 정리한 공식과 같은 것이어서 실
제 수련시에 일어나는 천태만상의 정오를 따라잡아 바로잡는 데는 무력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성이 깊고 끈질기지만 그 목적지가 실은
고산이기 때문에, 한낱 범부가 무슨 신선이 되랴 하는 식의 낭패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상 초학자에겐 스승도 하나의 준령이다. 따라서 고산 준령 앞에서 어린아
이 걸음마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문답들 속에는 '걸음마'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용비호주'의 경지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학인들의 다양한 의문 사항들에 대한 봉우 선생의 대답이 실려 있다. 따
라서 학인들은 이론의 전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묘한 문제들에 대한 중요한 시사
를 이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화의 텍스트는 원래 연정 원우들이 돌려 읽던 회람본이다.
문: 백두산족 정신수련법의 기원이 대황조 한배검께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세인들은 대황조와 단군을 보통 같은 분으로 혼동하곤 합니다. 좀더 상세한 얘
기를 해주십시오.
답: 이 지구가 생긴 이후, 몇 번인지는 모르지만 개벽이 여러 번 있었고 맨 마지막
으로 일어난 최근의 개벽 이래 인류에게, 우리 민족에게 가장 먼저 나타난 스승이 바
로 대황조, 우리말로 한배검이라고 합니다. 이 분은, 무식하고 짐승과 다름없이 지내
던 사람들을 교화, 이화, 치화시켜 사람답게 만들어, 사상 최초로 홍익인간 이념을 이
땅위에 개화시키신 겁니다. 그후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 부락 저 부락이 모여서 나라가
된 뒤에, 머리 밝은 이를 추대하여 임금을 삼기 시작했는데, 이 임금의 명칭이 바로
단군, 즉 밝은 임금의 대명사인 것입니다.
대황조란 말은 내가 지어낸 말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던 말이고, 웬만한
사람이라면 단군과의 차이점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근
참기"나, 박은식 선생의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 우리의 뿌리
에 관해 너무도 무관심하다 보니 어느덧 망각하여 혼동이 생긴 듯합니다.
문: 호흡하는 도중에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으며 기운이 빠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고, 한참 있으면 졸음이 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 조식이 잘 되는 사람은 나른한 기운이 일어나질 않습니다. 숨이 고르게 조식이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피곤할 까닭이 없고, 피로하더라도 호흡이 돌아가는 것에 집중
하면 피로를 느낄 사이가 없어요. 소주천이 덜 돌아가니까 그래요. 조식이 조금 덜 되
면 나른한 기운이 일어납니다. 숨을 순하게 쉬면 괜찮은데, 호흡이 한 30초 되는 사람
이 억지로 40초로 끌어올리면 피로해서 고단한 일이 생기지요.
문: 50초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수련중에 백열등 같이 환한 광채가 보일 때도 있었
고 때로는 그 벽열등 같이 환한 광채 가운데 또 다른 광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 광채의 흰 빛 가운데 검은 반점이 언뜻언뜻 보이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
게 바른 현상입니까?
답: 그런 현상 뿐 아니라 별의별 것이 다 나옵니다. 잘못 본 것은 아닙니다. 이상하
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나오는가보다, 나는 내 호흡이나 하겠다는 식으로 생각해야지
그걸 자꾸 들여다보면 또 다른 것이 나옵니다. 내 호흡이 50초면, 50초에서 1분 되기
를 기다려서 호흡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거기서 무엇이 나오든지 그냥 지나치는 걸로
해야지, 나오는 것에 집중을 하면 50초 호흡이 도리어 1초라도 줄어들기 쉽고, 잡것만
자꾸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이 보이건 말건 자기의 호흡만 그대로 진행하면 괜찮
습니다.
문: 호흡 수련하는 시간은 하루 중 언제쯤이 좋겠습니까?
답: 호흡기에서 밤 시간이 좋으니 낮 시간이 좋으니 하는 소리들을 하지만, 호흡하
는 시간은 24시간 중 어느 시간이고 틈이 나는 시간, 아무 때라도 괜찮습니다. 밤 시
간은 나쁘고 새벽 시간이 좋다느니, 뭐 이런 소리들을 하는데 그것 다 떠나서 자기가
충분히 쉬는 시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 생활인의 입장에서 집에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단학수련을 실천하고자 할 때에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답: 생활인은 긴 시간 동안 수련할 수가 없죠. 그저 길게 하고 곱게 하고 고르게 하
는 세 가지를 연습한다 해도 시간이 짧으니까 많이 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한 시간,
두 시간 하는 식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하지 말고 그냥 틈틈이 하십시오. 시간이 있으
면 30분도 하고 1시간도 하고, 그렇게 자꾸 해보면 부지중에 늘게 됩니다. 그렇게 늘
어서 40초, 50초가 되면 잠잘 때를 이용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문: 안경이나 시계를 몸에 그대로 두고 수련하면 안 됩니까?
답: 상관없습니다. 수련자 본인의 호흡이 문제지 그런 것은 상관없습니다.
문: 눈을 반쯤 뜨고 있기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정
신도 집중되고 편안한 것 같은데, 완전히 감으면 안 되는지요?
답: 눈을 감고 수련할 경우, 잡념이 많이 생기고 졸음이 오는 등 좋지 않습니다. 눈
을 일부러 반쯤 뜨는 것이 아니라 눈에 힘을 빼고 시선을 코 끝의 연장선 지점을 향하
게 되면 편안한 가운데 저절로 반개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시선이 닿는 곳에 "무엇
이 있는가"하고 응시하거나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대하고 있을 뿐 의식(생각)은
호흡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에 힘이 들어가서
상기되어 충혈이 되거나 눈물이 나거나 또는 눈이 아파 오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야 합
니다. 수많은 불상을 보아도 눈을 감고 있는 불상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호흡수련의
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불가의 수련도 그 근본은 호흡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문: 호흡 수련시 코로만 숨을 쉬어야 합니까?
답: 호흡의 첫째는 색태입니다. 태를 닫으라는 것이죠. '태'자는 서방이라는 '태'자
인데 여기서는 입을 말합니다. 그래서 입을 닫고 숨을 쉬라, 입을 딱 붙이고 코로 숨
을 쉬면서 코 밑에 밀가루나 홍모 같은 얇은 것을 붙이고도 그것이 움직이지 않게 숨
을 쉬라고 그랬습니다. 입을 닫고 코로만 호흡하십시오.
문: 호흡수련시 혀를 입천장에다 붙이는 것이 옳습니까?
답: 그것은 자연스럽게 하는 게 옳습니다. 혀를 본디 위에 붙이는 것이 아니고 자연
스럽게 두면 가운데에 그냥 있게 됩니다.
문: 호흡을 할 때 눈을 감아도 되겠습니까?
답: 눈을 감지 말고 반개해서 안관비하고 비관심하라는 것입니다. 안관비라고 하는
것은 사팔뜨기처럼 코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코기 보일 정도로 눈을 내리뜨라는 것입
니다. 비관심하라는 것은 코로 배꼽을 보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수련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라는 뜻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냥 두면 고개가 앞으로 약간 숙여집니다.
문: 수련시 입 안에 침이 고일 때는 어떻게 합니까?
답: 침이 고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침이 고이면 뱉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
냥 삼키면 됩니다. 숨을 들이쉬는 중이든 내쉬는 중이든 관계 없습니다.
문: 앉아서 공부를 하다 보면 허리가 아픈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답: 웬만큼은 참아내며 공부해야 하나, 호흡에 신경이 써지지 않을 정도로 아프면,
무리하지 말고 몸을 풀어준 뒤에 다시 앉습니다. 앉을 때 가부좌를 틀거나 허리를 쭉
펴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앉으면 몸이 꼿꼿해지질 않고 앞으로 조금 숙여집니
다. 그렇게 하면 허리가 안 아프죠.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 허리가 안 아플 도리가 없
습니다.
문: 호흡 수련시 입출식의 길이를 똑같이 하고 매호흡의 길이를 같게 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답: 들이마시는 것이나 내보내는 것이나 똑같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건데, 더 들
여마시고 덜 내보내셔도 안 되고, 적게 들여마시고 길게 내보내셔도 안 됩니다. 들어
오고 나가는 시간과 양이 똑같아야 합니다. 처음엔 수를 셉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계
를 놓고 가만히 보면서 해도 좋습니다. 또 시계 소리 같은 것을 들으면서 해도 괜찮습
니다. 20초 호흡까지 나아가면 10초 마시고 10초 내보내는 것을 대충 다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20초 정도가 될 때까지는 수를 세든지 시계를 보든지 하고, 20초가 넘어가면
자연히 그냥 알게 되니까 수를 세거나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가 되면 아직
숨을 들이쉴 여기가 있더라도 억지로 들여보내지 말고 그대로 연습하십시오.
문: 호흡 수련시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정신통일이 잘 되지 않습니다. 자꾸 잡념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하면 정신통일을 해서 호흡에 정진할 수 있을까요?
답: 천 년 전이나 천 년 뒤나, 호흡을 처음으로 수련하는 데 정신통일이 잘 되는 사
람이라며 이미 공부에 성공한 사람입니다. 정신통일이 빨리 되면 공부하는 데 무슨 힘
이 들겠습니까? 공부할 때는 이 생각 저 생각, 별의별 생각이 다 납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하게 되죠. 그것이 차츰차츰 사라져야겠지요. 졸지에 생각이 딱 끊
어진다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잡념은 차츰 없어지는 것입니다. 예전 사람들 중에도
공부할 때 잡념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잡념은 하루 아침에 당장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먼지가 많은 방을 쓸어 가는 것처럼 자꾸 쓸어 나가다가 조금 남으면
또 쓸고, 또 쓸어가는 식으로 잡념을 스스로 조금씩 조금씩 없애 나가야 합니다. 잡념
없애는 방법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공부에만 집중하게 되면 하나둘씩 잡념
이 없어지고 공부가 앞으로 더 나아가게 됩니다.
문: 잠에 쫓겨서 항상 고생하고 있습니다. 호흡 수련만 하면 저절로 잠이 들어 버립
니다. 요즘에는 아침 수련 때 거의 앉아서 자는 형편입니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답: 호흡에 재미를 붙이면 잠이 안 옵니다. 호흡하는 데 아직 재미를 못 붙인 탓에
피곤하니까 잠이 자꾸 옵니다. 호흡에 조금이라도 재미를 붙이게 되어 어떤 현상이 일
어나고, 무슨 일인가가 이루어지게 되면 그것을 보기 위해서 몇 시간씩 잠을 안 자고
수련하게 되는데, 그렇게 잠을 안 자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피로를 느끼지 못합니다.
아무 재미없이 들락날락 숨만 쉬어 대니 잠이 올 수밖에요. 재미를 붙이면 잠이 올 새
가 없습니다. 호흡의 급수가 좀 높은 분들, 40초나 50초, 1분이 넘는 호흡을 하는 사
람치고 졸려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호흡이 늘어 40초, 50초, 1분에 가까워
지면 자지 않아도 피로하지 않습니다. 호흡 시간이 짧은 사람들은 피로해지기 마련이
고, 그러니까 잠이 오는 거죠. 그런데 잠이 올 때 와선을 한답시고 드러누워 버리면
아예 더 자게 됩니다. 그러니까 잠이 오면 몸을 푸는 운동을 좀 하고 다시 수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쉴 적에, 관념상으로는 숨을 쉬는 것 같으면서도 1초 정도
숨이 잠깐 멈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괜찮은지요?
답: 실제로는 멈춰지지 않았으니까, 멈춰졌다 생각한다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
만 일부러 호흡을 멈추진 마십시오. 고의로 호흡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들이마셨다
내보냈다 하는 것이 약간 더디게 이루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 호흡 멈
추는 것을 수련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호흡을 멈추는 것은 단학 호흡법이 아닙니
다. 단학 공부에서 제일 꺼리는 것이 폐식입니다. 숨을 들이마신 뒤 내쉬지 않고 있는
것을 폐식이라고 하는데, 조식하는 가운데 폐식을 하면 공부를 모두 망치게 됩니다.
폐식하면 조식은 그냥 버려지는 것입니다. 폐식은 기합술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호흡
입니다. 그것은 머리 밝아지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호흡을 들이마신 뒤,
참고 참아서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오게 하는데, 일본 씨름을 하는 사람들 하는게 전부
그런 겁니다. 자빠진 채로 호흡을 1분도 참고, 2분도 참고 하면서 배에다 큰 절구통을
올려놓고 떡을 찧어도 그대로 있는 묘기를 보이곤 하는데, 그것은 그런 사람들이나 하
는 호흡이지 우리 호흡이 아닙니다. 남이 무슨 소리를 해도 폐식은 마십시오. 폐식하
면 조식은 아주 버리게 됩니다.
문: 조식과 지식을 병행해도 됩니까?
답: 조식 한 가지만 해야지, 같이 하면 안 됩니다.
문: 숨을 오래 쉬다 보면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멈춘 것인지를 모를 때가 많은데,
바른 것입니까?
답: 그것은 조식을 한 것이 아닙니다. 조식이라는 것은 무념무상이 아니라 무타념무
타상, 즉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염을 하지 마라. 호흡하는 염 그대로 해야 된
다."인데, 그것도 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지 나가는지도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그게 조
식이 되겠습니까?
문: 숨을 가늘게 쉬려고 하니까 잘 안 됩니다.
답: 처음부터 그것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10초 호흡하던 것을 20초 호흡으로 늘리
기 위해서는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5초씩 늘려야 하는데, 아무리 장담한다 해도 그
렇게 하려면 1주일, 2주일 가지고는 되지 않습니다. 한 달은 되어야 20초 호흡이 됩니
다. 한 달 만에 20초 호흡이 고루 이루어지게 되면 그 사람은 호흡을 아주 잘 한 사람
입니다. 20초를 넘어 30초, 40초 호흡을 이루려면 아무래도 한 반 년은 걸립니다. 10
초 호흡하던 사람이 1분 호흡을 이루려면 갈 길이 까마득히 멀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쉬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그렇게 먼 것도 아닙니다. 잠깐 잠깐만에 늘게 되지
요. 호흡이 길어지고, 들이마시고 내쉴 때 고르게 되어야 심파가 출렁거리지 않고 쪽
고르게 됩니다. 들이마시는 것이 10초 동안이라면 나가는 것도 10초 동안이어야 하는
데, 들어왔다 나갈 때 출렁거리면, 거기 무엇이 비치겠습니까? 물가에 가보면 잔잔한
물은 저 건너에 있는 산도 비추고 얼굴도 비추지만 출렁출렁 하는 파문이 있는 물이
무엇을 비출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심파가 고르게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
다. 파동이 생기지 않도록 가만히, 곱게, 가늘게, 길게 숨을 쉬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머리가 좋아져서, 책을 한 번만 봐도 사진을 찍은 것처럼 머리 속에 박혀 버리는
것입니다.
문: 호흡을 가늘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수련자가 호흡을 의도적으로 가늘게 쉬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쉬어지는 대로의 굵기에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까?
답: 처음 하는 사람은 가늘고 굵고를 따지지 말고 자기 하는 호흡대로 그냥 하면 됩
니다. 일부러 가늘게 쉬는 것이 아니라 그 호흡하는 길이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늘
어지는 것입니다.
문: 처음에 호흡을 좀 무리하게 하니까 머리가 멍하고 아픈데, 너무 강하게 해서 그
렇습니까?
답: 강하게 하면 안 됩니다. 순하게 하십시오. 가늘게, 약하게, 길게 해야 합니다.
같은 호흡량을 가지고 가늘게 하면 길어질 것 아닙니까? 길게, 고르게 하면 자연히 호
흡은 길어지고 심파는 고요해집니다.
문: 수련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머리가 맑고 어떤 때는 머리가 조이는 느낌이 드는
데 왜 그렇습니까?
답: 머리가 맑을 때는 조식이 잘 될 때이고, 머리가 아플 때는 조식이 조금 덜 될
때입니다.
문: 횡경막 부분이 조금 뻐근한 것 같고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
기엔 기가 체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호흡을 억지로 하면, 억지로 아랫배에다가 기운을 내리밀면 기체가 됩니다. 그
것은 조식이 안 되어서 그렇습니다. 조식을 해서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고르게만 하
면 뻐근해지질 않는데 너무 밀면 뻐근해집니다. 조식을 하십시오.
문: 호흡하다가 막혀서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다시 조식을 잘 하면서 반성을 해 보십시오. 다시 고쳐서 잘 하면 바른 길로 앞
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 정신력을 많이 소모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흡 수련에 아무런 지장이 없겠
습니까?
답: 힘겨운 정신노동을 한다 해도 호흡에 지장은 없습니다.
문: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 호흡 수련을 해도 괜찮습니까?
답: 상관이 없습니다. 혈압이 높고 낮고 간에 호흡이 고르게 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가므로 혈압이 장난을 칠 겨를이 없습니다.
문: 저는 신장이식 환자인데 호흡 수련을 할 경우 이상이 발생할까 걱정입니다. 아
무 이상이 없을까요?
답: 신장이식 수술을 했어도 현재 신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생명을 가지고 있
는 사람이니 호흡을 해서 안될 게 없습니다. 수련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문: 들이마실 때 아랫배가 들어가고 내쉴 때 아랫배가 나오는 식으로 호흡이 진행되
고 있습니다. 이것이 버릇이 되어 무의식 중에 자꾸 이러한 역호흡을 하게 되는데 이
것이 옳은 것인지요? 물론 조식과 폐기는 똑같이 행하고 있습니다.
답: 역호흡을 하면 호흡이 좀 빨리 길어집니다. 1분 호흡을 순호흡으로 진행해 두
달, 석 달을 해야 호흡이 길어질 사람이 역호흡을 하면 한 달 반 정도면 1분 호흡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기는 하지만, 호흡은 길어져도 정신이 밝아지질 않아
요. 왜냐? 숨을 들이마실 때 아랫배가 닫아 내리고 내쉴 때 아랫배를 밑으로 내밀고
하는데 정신을 파는 바람에 머리가 더디게 밝아지는 것입니다. 역호흡은 단지 호흡을
빨리 길어지게 해야겠다는 욕심의 소산입니다. 또 역호흡은 많은 힘을 쓸 때에나 필요
한 것입니다. 힘을 쓴다든지 때려부수고 파괴한다든지, 뭐 이런 데 필요하지만 정신을
연구하거나 능력(초능력이라고나 할까요)을 계발하게 위해서는 순호흡만 하는 것이 좋
습니다. 역호흡의 효과는 호흡이 빨리 길어진다는 것 한 가지뿐입니다.
문: 조식 수련을 하는 사람이 격한 운동을 해도 상관이 없는지요?
답: 격한 운동이든 연한 운동이든, 어떤 운동이고 다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문: 달리기 운동과 호흡 공부와는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답: 마라톤이나 중장거리 이상의 거리를 뛸 적에, 일반인들은 숨이 답답해서 1초에
한 번 더 숨을 쉽니다. 그런데 40초 호흡을 하는 사람이면 한 호흡에 10초 이상이 됩
니다. 뛰는 동안에 계속 10초 이상 되는 호흡을 하므로 뛸 때 목이 탈 까닭이 없습니
다. 그냥 유유하게 갑니다. 그것은 시험해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40초 호흡이
제대로 되는 사람에게 중장거를 뛰게 하면 그는 절대 헐떡거리지 않습니다. 1분 호흡
정도 되면 마라톤 코스 42.195킬로미터를 숨이 가빠서 못 가는 일은 없습니다. 현대과
학이 아무리 과학적, 과학적 하고 떠들어도 이 숨쉬는 과학 하나를 빼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숨이 가쁘지 않다고 무조건 잘 뛰는 것은 아닙니다. 다리 힘도 좋아야 하는
데, 다리 힘 좋게 하는 방법으로는 우리 겨레가 예전부터 해온 체련이 있습니다. 체련
을 하면 백 리가 아니라 천 리를 다리가 아파서 못 뛰지는 않습니다.
문: 어린아이에게도 정신수련이 가능한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신수련을
시킨다면 몇 살 정도부터 가능합니까? 또한 어린아이가 수련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습
니까?
답: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섯 살 정도부터는 가능합니다. 어린아이에게 호흡
공부를 시키면 머리가 명석해지고 기억력이 나아지며 몸에 잔병이 없어집니다.
문: 어린아이들에게 호흡 공부를 시키면 초능력이 생깁니까?
답: 아이들의 초능력, 초능력 하는데, 다른 것이 초능력이 아니라 일찍부터 머리 좋
은 것이 초능력 아니겠습니까? 뭐, 하늘을 날아야 합니까? 머리를 좋게 하려면 아이
들, 아예 여섯 살이나 열 살 안팎의 고런 것들에게 한 3년만 시켜보세요. 그래 놓고,
그놈의 머리에서 국민학교 졸업할 나이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과학 과정을 배울 수 있
나 없나를 한번 보십시오. 보면 알게 되는 거죠. 보면 알고, 다른 사람이 1년에 배울
것을 한 달에 다 배웁니다. 그게 초능력 아닙니까?
문: 주문 수련을 수년간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식 수련을 하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
까?
답: 아무 상관없습니다. 단지 둘을 같이 하지 말고, 조식 수련만 하도록 하십시오.
문: 수련하는 사람이 개고기나 돼지고기, 계란같이 먹어서는 안 될 무슨 음식이 있
습니까?
답: 특별히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없습니다. 자기 숨 가지고 자기가 쉬는데 개고기
면 어떻고, 쇠고기면 어떻습니까? 아무 음식이나 괜찮습니다.
문: 전생에 관련되어 공부에 한계가 있습니까?
답: 생이지지나 학이지지나 곤이지지나 알게 되면 아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그러니
까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나 배워서 아는 것이나 또 어렵게 어렵게 해서 아는 것이나
다 같다는 얘기지요. 힘들게 알아도 아는 것은 아는 것이지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공
부, 어떤 사람만 해서 잘 되는 것 아닙니다. 전생에 관계된 것은 없습니다. 누구나 노
력한 만큼 얻을 수 있습니다.
문: 정신수련과 운명론에 대해서, 예를 들면 태어날 때 "너는 정신수련을 이만큼 해
라." "너는 2계까지다." "너는 3계까지다."라는 것이 노력과 관계없이 정해진 것인지
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답: 그런 거짓말을 누가 하죠? 상을 준다 해도 점잖은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죠.
좀 덜 된 사람이 그런 거짓말을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생이지지, 학이지지,
곤이지지, 급기지지하는 것은 일야니라." 선천적으로 재주를 못 타고난 사람도 재주를
조금 낫게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을 더 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 한 시간 하는데 나는 2
시간 하면 됩니다. 공부를 많이 하면 많이 한 만큼 대가가 나오는데 왜 못한단 말인가
요? 대인은 조명입니다. 다 큰 사람은 운명이 어떻든지 운명을 다시 만들어서 착한 일
을 하고,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그러니까 머리, 재주가 더 있는 사람,
조금 덜한 사람, 더한 사람-이렇게 기질의 청탁은 있지만 선천적으로 뭘 타고난다든지
선천적으로 공부 못할 사람이라고 낙인 찍힌다든지 하는 일은 없습니다.
문: 여자들은 남자와 신체 부위도 틀리고 출산에 관계되어 기능도 조금 틀립니다.
남자와 달리 호흡 방법이 다르다든지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 같은 것은 없습니까?
답: 여자나 남자나 호흡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똑같이 하면 됩니다.
문: 선현 가운데 여성 수련인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정신수련 하는 여성들도 여러 분이죠. 한두 분이 아닙니다. 흔히들 소설 주인공
처럼 알고 계시는 이, 이시백의 부인 박씨라고 계십니다. 병자호란 적에 용골대 동생
의 목을 벤 분입니다. 피난도 가지 않고 그냥 서울에 있다가 놈들이 와서 무례한 짓을
하니까 놈을 베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안 베었어요. 누가 베었는지도 모르고 딱 매달
아 놨는데 그 놈 형도 덤비질 못했어요. 박씨뿐 아니예요. 그런 이들이 여럿입니다.
부인이니까, 남존여비 때문에 남자들 이름도 밝히질 않았죠. 여자들 이름이 밝혀지면
자손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아무개가 단학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단학을
한 부인데들도 여럿입니다. 고씨네 조상인 어떤 부인도 단학으로 남편에게 임진난을
대비한 공부도 시키고, 미리 경학을 연구하라고 시킨 일이 있습니다. 한두 분이 아니
에요. 기록은 없지만 부인들이 전해 내려온 여성들의 단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 분들이 독학을 했냐구요? 독학이 아닙니다. 모두 스승에게 배운 것이죠. 박씨 부인
의 아버지도 단학을 공부하시던 분이죠. 박씨 부인 아버지하고 이시백 아버지하고 친
했죠. "내 딸을 대감 아들한테 맡기고 싶은데." 하니까 "나하고 사돈을 맺어 내 못난
자식을 사위 삼는다면 고맙긴 고맙지만, 참아낼지 모르겠네."라고 했죠. 결국 장가를
들었어요. 정승의 아들이 강원도 산골에 있는 여자, 도인의 딸한테 장가를 든 거죠.
그런데 색시가 아주 얼굴이 추하고 못났어요. 그래서 소박을 주었습니다. 소박, 소박
하다가 나라의 일이 있을 때면 "영감, 들어오시오"해서 하나씩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고 하는 식으로 하나씩 해 나갔죠. 한 번 지고 두 번 지고 번
번이 지게 되니까 나중에 가서는 '부인님'하고 불렀지 절대 소박을 주지 못했습니다.
병자호란 때에도 아주 드러나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문: 하루 중 호흡 수련 시간말고 평상시 시간 동안 고른 호흡이 되도록 해야 합니까
? 아니면 전혀 신경 안 써도 되는 것입니까?
답: 될 수 있으면 평상시에도 공부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저 하루
한 시간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한다면 그 한 시간 한 것을 유지하기 어
렵습니다. 늘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더 하는 것이 좋습니
다. 학교 다니는 학생이라고 해서 학교 공부를 하구종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부
를 좀 많이 하는 사람이 성적이 좋고, 공부를 적게 하는 사람은 성적이 나쁜 것처럼
호흡 수련도 많이 하면 그만큼 효과가 납니다.
문: 수련시 20초 호흡이 된다면 일상 생활 중에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것입니
까?
답: 해보면 당장 압니다. 20초 호흡이 넉넉히 되는 사람이라면 일상 생활에서도 20
초 호흡이 됩니다. 그것에 염을 두어서 하려고 할 때 그렇게 되는 것이지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는데 수련시에 되던 길이와 같은 정도의 길이로 호흡이 되는 것은 아닙니
다.
문: 미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수련에 큰 장애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 감정을 버
리지 못하면 호흡 수련은 불가능한 것이지요?
답: 좋아할 것을 다 좋아하고 미운 것을 다 미워하면 공부에 방해가 됩니다. 그런
감정들을 졸지에 없애지는 못하니까 자꾸 그러한 감정들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처음
부터 싹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자꾸 감정을 줄여서 호흡시에는 그런 잡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문: 조식, 즉 단전호흡을 할 때 정상적인 호흡량을 가지고 가늘게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정상 호흡량보다 더 많이 길게 들이쉬라는 것입니까?
답: 보통 10초 호흡을 가지고는 1분을 끌 수 있지만, 30분이나 20분은 불가능합니
다. 조식으로 1분 호흡이 되는 사람이면 한 호흡에 5분, 길게는 30분까지 하는데, 보
통 10초 하는 호흡량을 가지고는 그렇게 끌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많은 양이 들어가야
합니다.
문: 세게 당겼다 놓았다 해야 고무줄이 늘어나듯이, 숨도 한껏 마셨다 한껏 뱉었다
해야 폐활량이 늘어나리라고 생각됩니다. 적게 마시고, 적게 뱉으면서도 숨이 길어진
다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답: 폐로 숨쉬는 것만 아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합니다. 호흡을 2분 동안 하나 1일
1식을 하나 폐에 기운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단전으로
숨쉬는 것은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문: 기가 쌓여서 호흡이 길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호흡이 길어지면 기가 많이 쌓
이는 것입니까?
답: 덮어놓고 쌓이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 길어지면 자연히 쌓입니다. 그렇다고 지식
으로 10분 호흡, 20분 호흡을 하면 기가 쌓인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식은 정신에 관계
없고 단지 격파와 같이 힘쓰는 데 소용됩니다.
문: 내쉬고 들이쉬는 데 배에 힘이 들어갑니다. 맞는 것인지요?
답: 숨을 들이쉬면 들어간 것만큼 배에 힘이 들고, 내쉬면 나가는 것만큼 힘이 줄어
듭니다. 들락날락하는 건데, 당연한 거죠.
문: 조식만 계속하여 숨을 늘려 가도 폐기는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마음을 써야만 기가 뱃속에 모이는 것입니까?
답: 의식적으로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면 20초 숨쉬는 것을 무
엇 때문에 줄여 가지고 7초, 7초 해서 14초 호흡을 하라고 하겠습니까? 그것은 조식을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문: 유기를 양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10이 들어왔으면 7을 내보내고 3을 남기는 것
이 옳은 것입니까?
답: 수량으로 따진다면, 10을 마셨으면 10이 나가는 게 본식입니다. 남겨 놓는 것은
본식이 아닙니다. 들어왔다 나가고, 또 들어왔다 나가고 하는 것이 오래 반복되면 자
기도 모르게 아랫배에 축기가 됩니다. 기가 무성무취한 것이라서 그렇지 부지불식간에
모이는 것입니다. 들이마신 뒤 일부를 남겨놓는다, 찌꺼기를 남긴다는 것은 안 될 말
입니다. 어쨌든 들락날락 하는 사이에 찌꺼기든 뭐든 남습니다. 그러니까 10이 들어왔
다면 10이 다 나가도록 합니다.
문: 폐기를 할 때 단전에 힘을 주어 기를 아래로 미는 것입니까, 아니면 아래로 밀
어내린다고 생각만 하는 것인지요?
답: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힘으로 쭉 밀어내리다 보면 단전에 가서 알아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내려가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들이마시기 전에 호흡을 "훅"하고 내쉬
어서 숨을 다 내뿜어 버리면 속에 아무 것도 없을 게 아닙니까? 이때 입을 닫고 코를
손으로 막아 놓은 뒤 배를 내밀어 보십시오. 배를 내밀 수도 있고 들이밀 수도 있습니
다. 그러니까 숨을 안 쉬고도 가만히 내밀면 나가고, 들이밀면 들어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니까, 숨을 들이마시면서 억지로 하려고 하진 말라 이겁니다. 고르게 쉬기만 하면
자연이 그것이 차오르고, 오래 쉬면 그것이 빙 돌게 되며, 호흡이 1분이나 2분이 되면
아랫배에 힘은 자연 나아집니다.
문: 단전보다 더 밑까지 기운이 내려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아래로, 배꼽 밑 단전까지만 밀어야 하는데, 너무 밀어 내리면 배꼽 밑에 머물
지 않고 밑으로 그냥 빠져나가, 남자의 경우 불알 두 쪽이 불에 타는 것 같아 펄펄 뛰
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고장이 나는 것인데, 그것은 기운을 너무 밀어 내려서 그런
것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숨을 가만히 쉬어 배꼽 있는 곳까지만 보낸 뒤 그곳
에서부터 슬슬 밀어 올리면 아무 일 없습니다. 밑으로 억지로 떠다밀면 안 됩니다.
문: 기와 식을 어떻게 달리 이해해야 합니까?
답: 기라는 것은 대기, 천지에 붙어 있는 것은 다 기입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받아
들여 자기 뱃속에 담고 뱉고 하는 것을 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식은 국한된 어느
부분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기라는 것은 대기의 지극한 기운, 이 우주 전체의 기
운을 말하는데, 무언가를 돌리는 것은 이 기를 가지고 하는 돌리는 것입니다. 누가 기
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가 스스로 돌아가는 것이죠.
문: 기를 모으는 곳은 어디입니까?
답: 숨을 오래 쉰다고 해서 자꾸 밑으로 내리면 잘 돌지 않고 응체가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법이 아닙니다. 기해라고
하는 곳이 바로 배꼽 밑입니다. 기운을 모으는 바다라고 해서 기해라고 합니다. 요즘
의 과학 같으면 "숨을 쉬어서 들이켜고 모으는 곳은 허파지, 왜 거기냐?"라고 하겠지
요. 하지만 옛 어른들이 괜히 기해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곳이 기를 모으는 자리입
니다. 억지로 많이 모을 필요는 없고 유유하게 모으면 됩니다.
문: 기가 단전에 모이는데, 그 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입니까, 내부의 몸에서 모
이는 기입니까?
답: 그것은 금방 알아낼 수 있습니다. 코를 막고 숨을 들이쉰다면 숨이 안 들어갈
테니까 당연히 밖에서 들어간 기입니다. 기는 그 속에서 돕니다.
문: 기를 다른 사람한테 옮길 수도 있습니까?
답: 어떤 곳에서는 기를 뽑아 남에게 준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
다. 기는 누군가에게 빌려 주고 얻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길게 쉬어서 1일 1
식하는 것인데, 아주 오래하는 사람은 하루에 한번을 쉬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길게
는 쉴망정 그 숨을 누구에게 주거나 받는 것은 아닙니다.
문: 수련중 뱃속에 콩알만한 것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무슨 현상인지
요?
답: 기운을 순하게 하면 아무 것도 안 생기는데, 기운을 순하게 밀지 않고 억지로
밀면 덩어리도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
다. 밀어 넣으려 하는 곳에 무슨 덩어리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또 기가 딴 길로 빠
지는 것도 같고 별의별 일이 다 생깁니다. 순기를 하지 않고 억지로 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돌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찬찬히, 고르게 하면 괜찮습니
다.
문: 수련시 방귀를 뀌면 기가 같이 빠져나가게 됩니까?
답: 기와 뱃속의 잡기는 다릅니다. 빠져나가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문: 호흡 수련시 단전에 무슨 형체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달걀 같
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딱딱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콩알만한 것이 있다."라고
말하는데, 그런 것이 느껴지는 것이 좋습니까?
답: 거기다 힘을 쓰니까 모이지, 힘 안 쓰면 모이지 않아요. 아무 것도 못 느껴도
되고, 무슨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느껴도 괜찮아요. 공부를 그냥 멋없이 하기가 심심
하니까 모아서 돌리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호흡을 길게 하라는 것입니다. 돌
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길게 하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호흡을 길게 하
기 위해서 돌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주 곱게, 길게 하는 사람은 상관이 없어요. 무
슨 덩어리나 핵 같은 것이 생길까봐 돌리라고 한 것이지, 돌리는 것이 필수라는 말은
아닙니다.
문: 수련할 때 단전이 뜨뜻하게 느껴지는 것과 그런 것을 못 느끼는 것에는 어떤 차
이가 있습니까?
답: 억지로 모으면 뜨뜻해지죠. 억지로 안 모으면 더운지 찬지 몰라요. 그렇지만 차
지는 않습니다. 얼음과 눈이 쌓여 있는 곳에 몇 시간씩 앉아 있다가 일어나 보면 손도
얼지 않고 배도 얼지 않고, 아무데도 언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곱게 들어오고 곱게
나가서 아무 것도 안 느껴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되라고 하
면 자꾸 다른 짓을 하니까 돌리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냥 오르락내리락, 1분이나 2분
정도 해도 괜찮아요.
문: 호흡을 하다 보면 몸이 흔들리는 진동이 있습니다. 올바른 현상인지요?
답: 혹 그런 수가 있습니다. 호흡이 순조로우면 진동이 안 되는데, 호흡이 걸리면
진동이 됩니다. 체기가 되면, 다시 말해 기가 체하면 몸이 흔들립니다. 조식이 조금
덜 될 때 그런 현상이 생깁니다. 머리를 흔드는 이도 있고 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그
럴 때는 다시 호흡을 고르면 됩니다.
문: 호흡할 때는 모르겠는데, 호흡을 하고 난 다음에는 입 안의 혓바닥 부분과 단전
부분에 공기가 남아 있는 느낌이 듭니다.
답: 보통 생기는 현상입니다. 남게 됩니다. 많이 남지는 않아도 남았다는 느낌이 들
죠.
문: 수련할 때, 또는 수련할 때말고도 머리나 목 등 단전 이외의 부분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호흡을 억지로 해서 그렇습니다. 다시 조식을 잘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
다.
문: 집 뒤에 자그마한 동산이 있습니다. 새벽 한두시 경에 수련을 가끔 하는데, 호
흡이 잘 되는 날도 있지만 어떨 때는 주위에 어떤 이상현상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무서
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답: 밤에 동산에 혼자 있으면 도깨비나 짐승이 나올까봐 무서울 수도 있죠. 아무렇
지도 않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공부가 웬만큼 된 사람이라면 아무리
깊은 산에 하루이틀, 몇 달을 혼자 들어가 있더라도 아무 일 없습니다. 물에서 수수련
을 해보면 물구렁이가 다가오다가 내뺍니다. 호흡 공부를 내가 잘하네, 네가 잘하네
하지만, 수수련을 시켜 보면 대번에 압니다. 호흡이 1분이나 되는 사람이면 구렁이가
근처에도 못 오고 다섯 칸, 여섯 칸 밖에서 달아나 버립니다. 10초, 20초 하는 사람이
면 구렁이가 석 자나 넉 자쯤 오다가 내뺍니다. 구렁이에겐 무슨 전기 촉각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딱 버티고 앉아서 공부하고 있으면 도깨비고 짐승이고 못 덤빕니다.
산에 가서 오래 있으면 재미는 있습니다. 추울 적에 여러 명이 쭉 앉아 있다 보면 훈
훈한 기운을 느낍니다. 범이 와서 사람들 사이로 슬슬 다니다가 자는 사람이 있으면
꼬리로 스르르 스치고 갑니다. 그러면 사람이 깜짝 놀라서 깨죠. 깨면 범은 벌써 저만
치 갔으니까 무엇이 그랬는지 모릅니다. 산에 있을 적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녁마다 공부하는 곳엘 가면 날마다 범을 보았죠. 어느 날, 그날 따라
범이 안 보이니까 "오늘 우리집 고양이가 안 따라 오네요"하고 말했죠. 숲길로 따로
오던 범이 어흥 하고 소리를 내니까 그 다음부터는 그런 소리를 못합디다. 어쨌든 그
런 조그만 애들도 겁을 안내요. 범이 늘 가까이 와도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문: 흔히들 산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하면 계룡산을 연상합니다. 특별히 계룡산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있습니까?
답: 제가 계룡산 기슭에 살았으니까 거기서 공부한 것이에요. 공부하는 장소야 계룡
산이든 북한산이든 자기 내키는 곳에서 하면 됩니다. 특별히 어떤 산이 좋다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산의 공부 자리가 좋다, 어디가 좋다고들 이야기합니다만 이곳저
곳에서 공부를 많이 해본 제 경험으로는, 감옥에 7개월 들어가 있을 적에 가장 공부가
잘 됐습니다. 유치장 간수들은 왜 앉아 있느냐는 소리는 안 합니다. 또 물어 봐도 그
냥 정좌한다고 하면 됩디다. 거기서 공부가 제일 잘 됐습니다. 그러니 좋은 공부 자리
는 사실 없다고 보면 됩니다.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됩니다. 단, 좌도의 주문을 공부
할 장소는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문: 호흡 공부는 꼭 전심으로 수련을 하여야만 합니까?
답: 정신수련을 전공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지만 아무나 보고 전공하라는 말은 못
합니다.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하루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면 되고, 공무원이
나 회사원들은 공무, 사무 보고 남는 시간, 노는 시간을 이용해서 하면 됩니다. 전공
을 않고 자기 살림을 하고 있으면서도, 말하자면 다른데 가서 마작을 하든지, 바둑을
하든지 하는, 노는 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할 수가 있습니다. 살림하면서 공부하기는
좀 힘듭니다. 그럼 아주 못 하느냐? 살림도 하고 벼슬도 하고 다 했습니다. 퇴계 선생
님이 단학계의 고단자라는 소리를 하면 그 자손들이나 제자들이 "우리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하셨을 리 없다."며, 무슨 못된 짓이라도 되는 것처럼 딱 잡아땝니다. 하지만 퇴
계, 그 양반은 단학의 고단자입니다. 자식 두고 살림하고 벼슬까지 다 했습니다.
선조 대 영의정으로 있던 동고 이준경 선생 역시 고단자입니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
도 고단자이고, 매월당, 서화담, 정북창, 이하성, 송구봉, 이율곡, 이토정, 도황명-송
구봉만은 못해도 그도 고단자예요-, 서거정, 정다산. 다 고단자예요. 학계에서는 정다
산이 단학을 했다는 것을 부인합니다. 그가 실학파지 무슨 단학가냐고 하겠지만 그는
분명 단학을 한 분입니다. 소설에 써 놓은 삼비팔주에 속한 사람들은 다 실제 인물들
입니다. 아주 오래 된 사람들도 아니고 저보다 열두살 정도 더 먹은 사람들이지요.
문: 부부관계를 하면 그동안 쌓은 공부가 수포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진위여부를
알려 주십시오.
답: 공부를 하게 되면 성교는 15일 정도 연기됩니다. 30초 호흡하던 사람이 성교를
하면 25초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랬다가 한 보름 정도 지나야 제자리로 옵니다. 예전
의 도인들 중에 자손 없는 도인은 없습니다. 자손이 있는 걸 보면 결혼 생활은 큰 문
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남색하느냐, 안 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자손을 둘 정도로 성교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남발만 하지 않으면 괜찮습니
다. 그리고, 호흡 수련에 있어서 자위행위는 성교와 마찬가지로 나쁩니다. 하지만 몽
정은 호흡 수련과 관계가 없습니다. 몸에서 정액 나가는 것은 똑같지만 그것은 자연적
으로 나간 것이지, 자신이 내보낸 것이 아닙니다. 호흡하는 사람이 몽정을 했다고 해
서 호흡이 줄지는 않습니다.
문: 수련시 호흡이 조식으로 1분이나 되는 사람이라면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호흡을
하게 됩니까?
답: 1분 호흡이 된다면 보통 평상시 40초 호흡은 됩니다.
문: 30초 호흡을 하는 사람이 앉자마자 30초 호흡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답: 앉자마자 되는 것은 아니죠.
문: 호흡이 40초 정도 됩니다. 수련시에 파란 불꽃이 보이는데 제대로 되고 있는 것
인지요?
답: 정신을 모아서 공부하는 것이라면, 앞에 나오는 것이 푸른 불이건 붉은 불이건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때는 나오고 어떤 때에는 나오지 않고 하는 것은 일시적인 것
입니다. 열 번을 앉든지 스무 번을 앉든지, 앉을 때마다 늘 나타나는 것은 회광도전입
니다. 이제 진짜 광선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 공부하다가 제 얼굴이 보이든지 다른 무엇이 보이든지, 그것을 자랑하지 말고
공부만 해야 합니까? 자랑을 하면 큰일이 납니까?
답: 자랑할 것 없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런 현상이 신기한지 자꾸 떠듭니다.
가만히 있으면서 그 다음 것을 보고 그 다음 것을 또 보고 그러세요.
문: 초계의 경지는 어떤 것입니까?
답: 초계가 급하지 않고 호흡이 급합니다. 조식하는 호흡으로 1분만 충분히 된다면
책을 펼친 뒤 금방 덮어도 바로 기억이 됩니다. 한번 슬쩍 보고 덮어도 200자면 200자
모두가 사진 찍히듯 한번에 딱 들어와 버립니다. 그 정도 되면 이제 공부가 진전을 보
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안 되면 공부가 덜 됐다고 알면 됩니다. 실력이 조금
늘면 한 대여섯 장 봅니다. 찬찬히 대여섯 장 본 뒤 덮어 놓고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치 눈 뜨고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정도면 초계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게 안 되
면 초계가 아닙니다.
문: 단에, 미리 시험문제를 끌어다 보면 신벌을 받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답: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그렇게 썼나 모르겠습니다. 공부하는 사
람 중 어떤 사람이 욕심이 없겠습니까? 무슨 도적질을 한다든지 나쁜 일을 한다면 모
르지만, 시험 보는 사람이 자기가 공부를 덜 했더라도 미리 시험문제를 보고 싶은 것
은 당연한 일입니다. 무슨 큰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공부는 하지 않고, 별난
정신력으로 그걸 보려고 하는 것은, 공부하는게 조금 모자라는 것이지만 신벌 받을 것
까지는 없어요. 신도 그 정도는 용서해 줍니다.
문: 수련자가 수련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 약을 복용해 가면서 수련하는 것에 대해서
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약을 복용한다면 약을 어떻게 복용하는 지에 대해 말씀해 주
십시오.
답: 약 먹고 공부하라는 말은 정신수련법 사전에 없어요. 그런데 어떤 책을 보면 약
먹으라는 소리가 가끔 나와요. 무엇을 먹어라, 무엇도 먹어라-이런 소리를 하며 그걸
먹으면 정신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 양기도 좋아지고 힘도 나고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들을 합니다. 어떤 이가 선인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정신수련이란 별 것이
아니라 남자들 양기가 좋아지는 첩경, '그짓'하는 법"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는 무슨 박사더군요. 박사가 뭘 압니까? 본디 허약한 이가 힘든 수행을 하다가 참기
힘들면 보약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수련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고 보약을 먹어
서 기운을 풍족하게 하여 수기가 돌면 좀 나아지니까 보약을 먹는 것이지요. 그런 약
을 먹으면 덜 고생하고, 수기가 돌면 맑은 정신이 좀 돌아옵니다. 예전엔 피를 맑게
하는 약이 있었습니다. 정신수련을 위해 그런 건 좀 먹었어요. 피가 탁하면 잘 돌지
못하고, 피가 깨끗하고 맑으면 잘 돌아가니까 그런 약은 먹었죠. 지금은 그런 약을 못
먹어요. 자기가 지어서는 먹어도 남이 지어줄 수는 없어. 왜 그러냐? 한의학 하는 사
람들이 조금이라도 독극성을 가진 약이나 극약 등을 조제해서 쓰면 당장 고발을 당해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고 벌금을 물게 됩니다. 그러니까 요즘은 그것 약을 안 지어요.
예전에는 청혈제라고 해서 머리가 맑아지고 피가 맑아지는 야긍ㄹ 썼습니다. 탁했던
피도 청혈제를 먹으면 맑아집니다. 그런데, 몇 번 그런 경우를 보게 되면, 더욱이 돈
이 없어 못 해 본 사람이 여러 번 보게 되면 "약을 사먹었더니 속에 들었던 다른 것이
금으로 변해 신선이 됐다."는 소리들을 하는데, 그건 보통 거짓말이 아니라 새빨간 거
짓말입니다.
문: 금냉법에 관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 금냉법은 내가 처음 도장에 들어갔을 때 경험했습니다. 젊었을 때 유도도 하고
검도도 했었는데, 중국 가서 배우면 좀 낫겠거니 하고 중국 도장에 들어갔어요. 제일
먼저 청소부터 시킵디다. 그래 놓고선 금냉법을 시켜요.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 두 달, 석 달 동안이나 시키고 정작 무술은 하나도 안 가르쳐 주는 거
예요. 화가 나겠어요., 안 나겠어요? 그렇게 100일을 지낸 뒤에 무술 시합을 시키더군
요. 그 전에 유도를 할 적에는 다섯 사람을 붙들고 3분씩만 계속해도 땀이 나고 숨이
찼는데, 그대는 한 스무 명과 시합을 해도 땀이 안 나는 거예요. 속으로 "아 금냉법
때문이구나!" 했습니다. 이제 여기 나와서 운동하려는 사람에게는 꼭 그것을 시킵니
다. 참는 힘을 늘려 줘요. 숨도 안 차게 됩니다. 그러니까 호흡을 오랜 시간 앉아 해
도 괜찮은 것이죠.
문: 호흡을 수련하는 사람은 꼭 금냉법을 해야 합니까?
답: 나는 금냉법을 반드시 시키지는 않습니다. "기껏 불알이나 물로 닦으라고 한다.
"는 소리를 할 테니까 안 시키는 거죠. 꼭 할 사람은 "한번 해보기나 하라."고 내가
권고하죠. 내가 해봤으니까요. 금냉법은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지 섣달, 눈
내리는 추운 바깥에 밤을 새우며 앉아 있어도 거뜬해요. 하지 싫어서 안으로 들어오게
되지, 추위나 피로 같은 이유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게 되진 않아요. 그렇게 하니 당연
히 공부가 늘게 되는 겁니다. 가끔 젊은 사람들이 무슨 보약을 먹겠다고 하면, 나는
그러지 말고 금냉법 한번 해보라는 소리를 합니다.
문: 어떻게 하는지 일러 주시겠습니까?
답: 맨손으로는 안 돼요. 무명실 장갑을 손에 끼고 합니다. 왜 무명실 장갑이냐? 무
명실을 찬물에다 집어넣으면 찬 것이 보온이 되는데, 요새 인조견 같은 것은 미끈거려
서 안 됩니다. 맨손은 더워서 안 되구요. 장갑 낀 손을 물에 담구었다가 고환 뒤, 외
신 뿌리 있는 곳, 그러니까 항문 있는 곳까지 쑥 집어넣습니다. 긁지는 말고 선뜻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하면 돼요. 물을 끼얹는 식이긴 하지만 사실 끼얹는 것이 아니라
배꼽까지 올리는 것입니다. 슬쩍슬쩍 하지 않고 잔뜩 문지르면 피부가 홀딱 벗겨집니
다. 처음에 나는 시키는 대로 1시간식 꼭꼭 했는데, 해 보니까 30분만 해도 되더군요.
그러니까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 이렇게 두 번 하면 됩니다. 쭈그리고 앉아서 30분
동안 쉬지 않고 계속합니다. 손이 얕게 들어가면 안 되고 깊이 들어가야 하며 선뜻선
뜻한 느낌이 들게만 하면 됩니다.
보통 물, 차가운 자연수면 됩니다. 얼음을 타서 너무 차게 해도 안 돼요. 의사님들
은 차게 하면 못쓴다고 하는데, 못쓰긴 뭘 못씁니까? 양기도 좋아지고, 정신도 좋아져
서 뇌신경이 아주 좋아지는데 말이에요. 대하증이나 냉, 자궁병이 있는 여자들도 금냉
법 두 달, 석 달이면 깨끗하게 나아요. 제가 지금 아흔줄인데 안경 안 쓰고 잔 글씨까
지 다 봅니다. 금냉법 덕분이지요. 나는 나이가 쉰이나 예순 정도 된 사람, 일찍 양기
가 부족해진 사람, 그래서 내외간에 가까이 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한테 심심하면 그
것을 권합니다. 두서너 달이면 효과가나요. 속된 말로, 만약 짝이 없으면 짝을 구하기
위해 쫓아다니느라 야단이 날 겁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양기가 좋아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