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아야
김 기 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야’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한 말
볼 것도
듣는 것도 하도 많은 세상
더불어 말도 많아지고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휘발성이 강해
잔상조차 남지 않은 경우가 많지
독서도 그렇다
건성으로 읽으면 기억 남는 게 없다
사람과의 만남도
그들과의 대화도
자연을 대하는 것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건조해 진다
마음으로 보아야 의미 있는 것이 보이고
그것들이 쌓여
마음의 양식이 되는 것이다.
사이
일교차 큰 탓에
아침마다 이슬이 촉촉하고
남은 더위와
선선한 기운이 밀고 당기니
여름과 가을 사이를 실감한다
옅은 안개 밀어내며
해가 솟는다
현관문 열어 서기瑞氣를 받아들인다
밤새 보초 서던 풀벌레
교대 없이 아침에도 서고 있다
몇 개의 가지와
풋고추를 소쿠리에 담았다
여름이 준 선물이다
계절은 책갈피같이
사이사이에 많은 걸 품고 있다
다툼 없이 사이좋게.
초가을 풍경
매미 여름 끄트머리서 울고
삼년을 기다려
한여름 살다 가려하니
아쉬움과 미련 없으리
매미 없는 여름 뭔가 허전
쓰르라미 서둘러 여름을 접고
울대가 특이한지
귀뚜라미 소리가 크다
제철 고추잠자리
전깃줄서 느긋한데
먹거리 지천인 논을 찾아
참새들은 가고
그늘진 잔디밭에
청개구리 미동 없이
내일 아침 이슬 기다리고
메뚜기 몇 마리 이리 저리
초가을 풍경.
망초와 바랭이
바랭이 망초같이 흔한잡초 있으려나
바랭이 국화과고 벼과식물 망초라지
망초잎 나물무쳐 먹는다니 홀대말게
바랭이 훌쩍커서 우산살을 펼치더니
살마다 씨앗들이 촘촘하게 달렸구나
퇴비로 관상으로 유용하게 쓰인다네
하찮은 풀같아도 충실하게 역할하니
살펴서 쓰일곳을 연구하고 찾는다면
망초와 바랭이도 고마운풀 되겠구나.
기다림
텃밭의 붉은고추 따고보니 한소쿠리
크기도 제법이고 빛깔또한 붉디붉어
채반에 펼쳐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네
지난번 수확해서 말리려던 홍고추는
무지한 주인탓에 폭염속에 물러져서
그것을 교훈삼아 반그늘에 놓았다네
몇해전 빨간고추 실수없이 잘말려서
믹서로 곱게갈아 고춧가루 만들었지
올해도 공을들여 그리한번 해보려네.
雲峰 金基興
1957년생, 동국대 경영대학원에서 貿易을 배웠다, 체신부(현, 우정사업본부), 조달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근무, 2012년 여수 세계 엑스포의 자문위원.
이천시 모가면 산내리에 거주, 2017년《한강문학》시부분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