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국國·2
최소연
이곳에 오면
바지락조개가 발을 담그고 있는 뚝배기 속에서
밤새 뜨거운 파도소리가 끓어 넘칩니다
부추는 한점의 살을, 대파는 푸른 정맥을 보시합니다 뼛가루의 밀가루, 쑥갓마드모아젤은 미소로 비타민C 1g의 체중을 보탭니다 뒷다리에 꿀 한종지를 붙여온 꿀벌과 소금꽃이 핀 노동자들의 옷을 말려주려고 빨래줄 몇 가닥 걸쳐 놓은 거미도 종종 찾아오는 곳, 날마다 상현달이 금가루를 뿌려주는 나라입니다 이곳으로 실연당한 풀꽃이 찾아오면 쥔장은 센불에 아픔을 쪼려냅니다 그리고 갈매기가 물고 온 태양 한조각도 썰어 넣습니다 동틀녘까지 황소개구리들의 희망가가 냄비째 끓어 넘치고, 언제부턴가 말매미는 쑥대머리 사랑가를 완창하는 나라,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 북극의 바람들도 화색이 도는, 이곳은
보안관이 없는 무인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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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봄
최소연
아버지는 광부다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그는
갱도를 벗었다 실직의 봄, 그러나 그는
‘그래도’라는 집을 짓고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꺼드리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풀처럼 다시 일어났다
중환자실 진폐증환자 옆에서도 겨우내
함박꽃을 피워낸다
그런 꽃들이 모여 사는 하늘의 터,
그런 나무들이 모여 사는 도시, 이젠
번지수가 사라진 집,
지도에도 없는 나의 나라, 아버지
그곳에 꽃, 또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