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뇌성벽력은 햇빛으로 이기고, 강한 햇빛은 음음한 꽃그늘로 이기고, 향기로운 꽃그늘은 물로써 이기고, 물은 달빛으로써 이기고, 달은 해로써 이기고, 해는 밤으로써 이기고, 기나긴 밤은 잠으로써 이긴다.'
'큰 사람(군자)은 소인배들을 멀리 하되 미워하지 말고 자기 몸과 마음을 엄격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사의제(四宜齊)
첫째로, '생각을 맑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맑아지지 않으면 더욱 맑게 하고, 둘째로, 용모를 단정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단정해지지 않으면 더욱 단정히 하고, 셋째로, 말을 반드시 필요한 것만 말하되, 말을 뱉은 다음 그것이 꼭 필요치 않은 것이었다 싶어지면 더욱 잔말을 줄이고, 넷째로, 행동을 무겁게 하되 제대로 무거워지지 않으면 더욱 무겁게 하려 애쓴다.'
'목탁 구멍 속의 어둠처럼 살기로 작정했다. 부피 큰 어둠의 세상을 조그마한 한 알맹의 어둠으로 줄여 산다는 것은 요술 같은 행운일 수도 있다.'
'꽃 한 송이 피어나면 세계가 일어서는 법이다(一花開世界起)'
'한 나라의 역사와 사회는 그것이 받들고 있는 하늘과 땅의 넓이와 부피만큼의 틀이 있다. 그 틀 속에 끼어 있는 한 알맹이의 인간이 어떻게 그 역사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그것은 꿈꾸기이다. 그 개혁 꿈꾸기가 나의 글쓰기이다. 지금 쓰고 있는 [목민심서] [방례초본]을 비롯한 모든 글쓰기가 그것이다. 그러한 꿈꾸기가 들어 있지 않은 글은 참된 글이 아니다. 그 꿈꾸기를 잘하면 그것은 성취될 수 있다. 어떻게 성취되는가. 후세 사람들이 그것을 읽고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 중-
독서 메모
다산선생께서 18년간 고난의 유배생활을 하게 된 신유사옥(1801년)이 지금부터 얼마전 이었던가를 계산해 보니 고작 210년 전이었다. 그 시대와 지금의 사회, 문화, 관습의 차이는 이천여년의 시간도 더 되는 것 같이 멀게만 느껴진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런 시간을 철저하게 인간답게, 바른 사람으로 살아간 그의 정신이 전해지는 것 같아 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곰곰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산이 좋아 산에 사네-박원식' 라는 책에서 한승원 작가가 전라도 장흥으로 내려와 13년째 두문불출하다시피 하면서 쓴 글쓰기가 궁금해 예전부터 좋아했던 '다산'이란 소설을 선택했다. 여태 한승원 선생의 책은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분이 낙향하여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글쓰기에 전념하면서 사는 삶이 많이 와 닿았다. 소설 '다산'은 과장없이 그려낸 다산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그리고 귀양살이에서 불리던 '탁옹'이라는 호처럼, 겉은 대나무처럼 강직하고 올곧지만 속은 비어있어 우주와 자연의 흐름을 깨달아 순응하면서 사람된 도리를 실천하는 삶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엿 본 듯하여 벅찬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다산의 귀양살이를 도왔던 '연두빛 머리처네 여인'과의 절제된 사랑 이야기가 소설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게다가 또 다른 색깔을 가진 '초의'라는 큰 산을 엿 볼 수 있어 역사의 두 거인들을 조금이라도 같이 느껴볼 수 있는 즐거움 마저 준다. 다산이라는 깊고 큰 산을 맛보기에는 너무 주마간산격인 아쉬움이 있지만 우선 그 큰 산을 감히 알아낼 수는 없으나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는 좋은 소설이다. 당분간 한승원 선생의 소설 '추사', '초의', '흑산도 하늘길' 등을 좀 보다가 다산 관련 책을 더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집어 든 소설, 무척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었다.
첫댓글 아... 다산... 계레의 큰 등불, 큰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