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는건 나이, 지위 고하를 떠나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고 감동을 느끼게하는 즐거움이다. 더구나 해외로 떠나는 여행........거기에 더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산행이 곁들여진다면 이게 바로 금상첨화, 도랑치고 가재잡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일석삼조!!
여름휴가 까지 미루고 기다리던 불라디 비단산 산행이 현실로 다가왔다.
시간 맟춰 도착하라는 바람처럼님의 당부를 충실히 이행코자 30분 먼저 도착하는 부지런을 떨며 철산역에 도착하니 바람처럼님은 벌써 도착, 일행들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망의 2011. 9. 18. 07 : 40
옛날에도 학교 열체 사는 학생이 늘 지각하듯이 가장 가까이 계시는 김00님의 합류로 버스는 출발하였다. 같이 가지 못하는 두섭님의 아쉽고 애절한 눈빛을 뒤로 하고 출발하는 마음이 편치않다.
동해를 향해 가는 길은 순탄하였다. 휴일이라 정체를 걱정했지만 기우였고, 다만 흐린 날씨와 가이드가 동행치 않은 점이 걱정이라면 걱정...........버스 안에서 간단하게 각 팀별 소개가 있었고 찬조해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 박수, 그리고 일정 소개....거기에 정우식 기사님의 구수한 입담이 더해져 분위기 좋고.....잔뜩 흐린 날씨에도 모두의 들뜬 마음을 싣고 버스는 달려간다.
문막 휴게소에 들려 잠시 볼 일을 보고 달려 동해로 가는 길에 접어든다. 차창에 스치는 동해안 바닷가에 강한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보니 출항에 대한 걱정도 은근히 든다.
11 : 40 묵호항에 도착하여 간단한 반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는데 반찬이 깔끔하고 맛도 괜찮다.
12 : 10 식당을 출발하여 목적지 동해항에 도착하니 비가 뿌린다. 짐을 챙겨 내린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여객 대합실로 이동하니 많은 내.외국인 가릴 것없이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임시 인솔을 맡은 박0희(다른 팀 안내자) 씨의 안내로 출국 준비 장소로 이동한다. 그사이 루블화 외에는 사용이 불가하다 하여 (특히 화장실 유로화에 대하여 다들 민감한 반응) 일부는 환전하느라 바쁘다.
(외환은행 1,000루블 38,000선 ... 동해 현지 43,000원선 환전)
이때까지도 우리의 정우식 사장님은 출발하지 않고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기다린다.
(정사장님은 전화, 제사, 업무 등의 이유로 같이 가기로 한 일정을 부득이 변경하였다고 변명??)
13 : 10 출국 수속이 시작되자 세찬 비바람 속에 모두 짐을 들고 1열로 도열.......이 때 술취한 러시아인 3명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새치기를 하다 바로 쫒겨난다. 배나 비행기나 탑승시 제한 물품 중에 하나가 칼 종류다. 여러 회원이 과도는 괜찮은 줄 알고 소지하였다거 짐 검사에서 압수당했다.
참고로 우리가 승선한 배는 DBS 크루즈로 동해와 불라디, 그리고 동해에서 일본을 오가는 14,000톤급의 상당히 큰 여객선이다. 승선인원은 승객 430명, 승무원 50명 총 480이며 소요되는 기름만해도 편도 20톤이라 한다. 배는 맨 밑은 화물칸, 1. 2. 3층은 객실이고 2층에 식당 바, 면세점, 마트, 나이트, 노래방이 있는 구조다.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3층 에 있는 방 3개로 3301호 부터 3303호 까지........남자 방, 여자 방, 부부방으로 나뉜 방을 찾아 짐을 정리한다. 간혹 나도 모르게 러시아 인보다 많은 한국인 덕분에 다른 세상을 가고 있다는 걸 잠시 잊었다가도 팔뚝에 문신을 하고, 남자든 여자든 담배를 물고 보드카를 기울이는 러시아 인들을 보며 현실을 인식한다.
짐이 정리되자 마자 여자 방에 모여 4050산악회에서 찬조하여 준 족발과 머릿고기로 장도를 축하하는 파티가 벌어졌다. 선상에서 먹는 족발맛은 보낸이의 정성이 더해져서인지 정말 일품이었다.
술이 한순배 두순배 돌아가니 어색했던 면도 상당히 부드러워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그러나 파도가 점점 심해지고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고통을 느끼는 회원이 늘어난다.
바다도 시커멓고 하늘도 마찬가지. 파도는 산더미 같고 배는 롤링이 심하다.
술에 흔들리고, 파도에 흔들리고, 기분에 흔들리고.........온 세상이 흔들린다.
보이는 건 파도, 먹구름, 망망대해...........외로우나 굳센 바다 사나이의 심정이 되어본다.
불리디보스톡은 "우리발로 동방을 정복하라."이며, 우리와 시차는 2시간, 불라디가 빠르다.
특히 불라디는 2012년 9월 에이팩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으로 있어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인구는 60만명 정도, 면적은 731제곱킬로미터. 부산 형태의 지형이며 대부분 무역업을 생업으로 한다.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 러시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으로 모스크바 까지 열차로 7박8일이 소요된다.동해에서 이곳 까지는 690km. 배로 정상적 운항시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게으르다고 하는데 글쎄다. 또한 여자가 우대받는 곳이라서 콧대가 세다고 한다. 홀대받는 뭇여성들이여 모두 러시아로 갈지어다.
식사는 2층에 준비되어 있고 18 : 00 ~ 19 : 00 사이이고 여행사 측에서 6식분의 식권을 나눠줬다.
다들 저젹을 먹기위해 식당으로 갔지만 배가 너무 흔들려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밥그릇이 엎어지고 읍식은 쏟아지고 몸이 넘어지고 모두가 술취한 들 휘둘러(?)지는 모습이 가관이다.
우여곡절 끝 식사를 마치고 각자 방으로 가고 일부는 3층 홀에 모여 이바구에 몰입한다.
20 : 00 눈을 붙이기 위해 누웠으나 배가 흔들려 몸이 자절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요동친다.
옆에서는 주(酒)방이 열리고 바람처럼님의 구수한 입담이 이어진다. 이번 산행을 위해서 준비 부터 현지진행, 그리고 마무리 까지 노심초사 열과 성을 다해 주신 바람처럼님께 이 기회를 빌어 진심이 울어난 감사를 드린다.
24 : 00가 가까워지니 바람이 잦아진 듯 움직임이 부드럽다. 뒤척이다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허리가 불편하여 일어나 보니 아직도 어둡다. 일어나 객실 밖 홀에 있는 시계를 보니 04 : 30...
현지시간인지 우리 시간인지 알 바 없으나 어차피 평상시 기상시간이라 갑판으로 나갔다.
위치는 알 수 없고 칙칙한 바다는 암흑 그 자체인데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불빛 한점은 아마도 밤길을 안내하는 등대이리라.
바람이 잦아졌다고는 하지만 파도와 배 흔들림은 여전하고 바람도 세차다.
러시아인 몇명은 이시간 까지도 홀 탁자에 앉아 보드카를 마셔대며 대화에 열심인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이 기회에 러시아어나 배워볼까 하는 되지도 아니 하지도 못할 망상(?)을 해 본다.
(실제로 중국갈 때는 중국어, 몽골갈 때 몽골어, 일본갈 때 일본어, 카나바루 때는 말레이어를 배워야겠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해보자 하지만 국내에 들어오면 바로 잊어버리는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대견?? ㅋㅋ)
2층 갑판으로 나가니 세찬 바람속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홀로 담배를 피우며 고독을 즐기고(?) 있고, 1층 홀에는 열심히 기록하는 남자와 대화중인 사람이 있다.다시 3층 갑판으로 나가 뱃전에 기대어 하늘을 보니 어스름 속의 반달이 반겨준다. 실컷잔데다 찬바람을 씌니 정신이 말똥말똥하여 조심조심 방에 들어가 다람쥐님에게 빌린 책을 가져나와 독서 삼매경에 빠져든다.
아침 선상 일출을 기대했지만 날씨 탓에 실패했다. 천상 귀국할 때를 기다려야지.
식사시간이 1시간30분 정도인데 누군가 러시아인들은 30분 전 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하여 우리들도 서둘러 조반을 먹는다. 한국인을 배려함인지 밥도 있고.....다들 음식이 괜찮다고 한다.
언제 그랬냐듯이 물결은 아주 잔잔하다. 배안에서 딱히 할일이 없어 삼삼오오 야그꽃이나 뱃전을 빙빙 돌거나, 아니면 아침부터 주(酒)님을 가까이 하고.........그동안의 부족한(?) 잠을 즐긴다.
특별한 점은 연기자인 김애경씨가 우리와 함께 배를 타고 여행하는 중이다. SBS 모닝와이드라는 프로를 촬영하기 위하여 불라디를 가는 중인데 선상 생활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바람처럼님의 섭외로 우리 방에도 와서 인터뷰와 촬영을 했는데 얼마나 나올지.......사진도 함께 찍는 호사도 누리고..........(참고로 9. 27. 06시 방영 예정)
점심 후에 선장님의 배려로(전날 승선하자마자 친구분인 강맹순 님의 이름을 팔아 미리 인사를 해 두었는바, 일행 중에 작년 일본 갔다올때 안면이 있는 분들이 많았음) 조타실에 올라가 접하기 힘든 체험을 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선장님에게 뱃멀미에 대하여 질문하자 선장님 왈 "멀미하다 죽은 사람은 없다."고 하신다. 도착시간은 18시 예정.
14 : 00경 드디어 좌우로 육지들이 간간이 보인다. 배는 잔잔한 물결위를 미끄러지듯 순항이다.
그냐 있기가 무료하여 바가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사이 종천님과 바람처럼님은 좌측에 보이는 육지가 북한이냐 러시아냐로 설전을 벌이다 급기야 내기를 하였는데 바람처럼이 이겨서 맥주 확보.
바가 열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앉아 맥주를 시켜 목을 축인다. 맥주 한 잔 후 뭔가 부족한 듯 하여 살펴보니 사케통이 있어 주문하였더니 통은 전시품이고 청주병에서 조그마란 나무상자 잔에 주는데 2,000원을 받는다.(맥주는 한잔에 5,000원)
17 : 45에 선장님의 색스폰 연주를 촬영한다하여 다들 갑판으로 모였다. 노래에 맞춰 박수도 치고 따라도 하고.......모닝팀도 함께 한 짧은 시간이지만 추억의 한 켠으로 저장.
18시 하선 예정에 맞춰 짐을 정리하고 과일등은 소지가 안된다고 하여 모두 꺼내어 뱃속으로 넣고2층 홀로 내려와 도열.........입국절차는 의외로 간단하게 끝이 났다.
아! 30시간의 긴 여정 끝에 드디어 불라디 땅을 밟았다. 기대감과 감개무량(?)한 듯한 표정들이다.
현지 가이드 송성훈, 고향은 속초. 나이는 33세 충각.....안드레이로 불러달라고 함......의 안내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오늘의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먼저 잠수함 박물관, 이어서 혁명의 광장, 개선문, 공연 마지막으로 저녁식사 호텔순이다.
불라디는 관광장소가 거의 한군데 몰려있어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처음에 언급한대로 에이팩을 대비하느라 여기 저기 공사가 한창이라 도로가 정신이 없다.
이곳은 태평양 함대사령부가 위치해 있는 군사도시이며 잠수함 박물관은 현역에서 은퇴한 잠수함을 개조하여 활용하는데 2차대전에 직접 참가하여14척의 배를 격침하여 영웅칭호를 받은 잠수함으로 길이는 81m에 이른다.
박물관 내부에는 당시 사용했던 장비며 복장등이 구비되어 있었고 밖에는 전사자 이름이 써있는 벽이 상당한 길이로 늘어서 있다. 장군들 명단은 앞에 따로 있고, 옆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꺼져 있었다.(돌아올 때 보니 불이 켜져 있었음)
다음 부터는 도보로 러시아 정교회 기도원을 거쳐 개선문 앞에서 전체 기념사진, 이어서 혁명의 광장과 연해주 주청사를 지나 공연장으로.........100년의 역사를 가진 퓨쉬킨극장은 건물주가 러시아를 ㅡ대표하는 시인을 넘 좋아하여 이름도 그리 지었다고........
입구에서 댄스팀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모닝 촬영팀도 합세.....다른 팀(산행이 아닌 관광목적인데 한국인들임)과 함께 로비에서 갖가지 춤을 관람하고 함께 추고, 특히나 장돌뱅이님은 마나님이 계시는데도 재빠르게 김애경씨와 파트너가 되어 댄스를.......집에가서 혼나지 않으셨는지???
다시 장소를 공연장 내부로 옮기어 아배마리아(노래), 탱고(춤), 아코디언 연주, 불봉쇼, 짚시전통춤 및 민속가요 등의 순서로 진행되어 관람객의 박수 속에 20 : 20 공연을 마쳤다.
버스에 올라 식당으로 가는데 차창으로 보이는 차량들에 대하여 질문한 바, 이곳은 언덕이 많고 겨울이 길고 눈이 많아 내려 승용차는 SUV 차량이 필요하여 80% 가 일산이며, 반대로 버스는 80%가 국산이라고 한다. 20 ; 40 식당에 도착하여 러시아식으로 저녁을(빵, 스프, 음료수, 밥, 고기 몇조각 등) 먹고, 21 : 40 호텔로 향한다.
각자 팀을 이뤄 배정된 방으로 가보니 문을 열자 마자 바퀴벌레가 환영을 한다. 이럴수가!!!
사살하고 참운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둘러보니 시설이 우리나라 여인숙 수준이다. 할 수 없지.
어쨋거나 짐정리를 하고 씻은 후 39호실의 형님들이 방을 방문하여 가벼이 한 잔 하는데 여기 저기서 모여들어 꽤 시끌벅적하다. 몇몇이 살짝 541호실로 옮겨 2차....취기에 인생 어쩌고 저쩌고 하다
모두 보내고 룸매이트 선비님과 한 잔 더 한거 같은데.....그 다음은 기억이....에이 걍 잤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