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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黑風令 제1권 제6장 하늘을 날고 싶은 大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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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거액(巨額)의 금전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할 것인가?
가족이 있는 사람은 제일 먼저 으리으리한 저택을 살 것이고 권력
(權力)에 욕심이 있는 자(者)는 고관대작을 매수하여 관직에 오르
려 할 것이다.
그러나 혈육(血肉) 하나 없는 홀홀단신에 권력의 야심 따위는 이
미 오래 전에 포기한 사람이라면 과연 그는 무엇을 할까?
섬전마도(閃電魔刀) 양한(陽恨)!
그가 바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예기치 않은 돈벼락을 맞
은 행운의 사나이였다.
섬전마도의 품 안에는 지금 다섯식구가 평생을 호의호식하고도 남
을 거액 은자일천냥(銀子一千兩)을 지니고 있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은 아니었으나 죽마고우인 신수장인(神手匠
人) 팽노달(彭老達)을 낙양성(洛陽城) 주루(酒樓)에서 우연히 만
난 것을 기회로 은자 일천 냥을 거머쥘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기
적같은 일이었다.
자신의 직위에 고민을 안고 있는 한 신비문파(神秘門派)에 은밀히
중계해 준 대가로 거액의 금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의 비밀만을 철저하게 지켜주면 되는 것이었
다.
도박(賭博)!
섬전마도 양한은 오늘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도박의 짜릿
한 승부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은 기실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수단이기도 했다.
■ 黑風令 제1권 제6장 하늘을 날고 싶은 大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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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정(翠花亭).
이곳이 바로 규모의 방대함이 중원제일로 손꼽히는 도박장(賭博
場)이었다.
품 속에 최소한 은자 백 냥 정도를 지니고 있지 않고는 근처에 얼
씬거릴 수조차 없다는 순백색의 칠층누각(七層樓閣) 취화정은 연
경의 향락거리인 금화가에서도 가장 화려한 최고급 도박장으로 유
명하다.
취화정의 일층 실내에는 지금 천여 명을 헤아리는 많은 인원이 운
집해 있어 소란스러웠다.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도박의 열기(熱氣)는 최
고조에 달했다. 연경의 명소(名所)답게 각종 병장기를 휴대한 무
림인(武林人)들도 상당수가 섞여 있었다.
섬전마도 양한, 이 행운의 사나이는 많은 사람들의 틈에 섞여 마
작(麻雀)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오늘 도박에도 운이 좋았다.
수중에 있는 은자를 꺼내 볼 사이도 없이 지난 밤 내내 돈을 따고
있었다. 허나, 남 모르게 가끔씩 입구를 힐끗거리며 돌아볼 때마
다 그의 동공에는 불안과 초조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스쳐가고 있
었다.
헌데, 어느 순간이었을까?
덜컹!
도박장 입구 문이 느닷없이 거칠게 열렸다. 도박으로 신경이 예민
해진 수많은 시선들이 핏발이 곤두선 채 입구를 쏘아 봤다.
"어떤 새끼야! 한창 끗발이 오르는데 분위기 잡치는 새끼가!"
"아이쿠, 깜짝이야! 너무 놀라는 바람에 쪼이지도 못하고 홀랑 뒤
집었잖아!"
투덜거리는 소란 속에서 열려진 문 사이로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뒤이어 쇳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묵직하게 느
껴지는 두 사나이의 모습이 서서히 도박장 안으로 들어섰다.
둘 다 흑갈색 장포차림에 붉은 혈죽립을 턱 밑까지 깊숙이 눌러
쓴 얼굴은 밀랍을 부어 만든 듯 무섭도록 냉막(冷幕)한 기도의 인
물들이었다.
그들은 팔짱을 낀 채 종잇장처럼 얇아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엽
도(葉刀)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 뒤로 제 삼의 인물이 들어섰다.
헌데, 웬일인가?
사람들이 제 삼의 인물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그토록 소란스럽
던 도박장 내부가 갑자기 전류에 감전된 듯 고요해지는 것이 아닌
가?
동시에 모든 사람의 움직임이 찰나간에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
(헉! 저 인물은……)
마치 독사(毒蛇)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경악으로 인해 찢어질 듯
부릅떠진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질식할 것 같은 공포의 빛이 알알
이 맺혀 있었다.
그 순간 섬전마도 양한은 살인의 인물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불길하다!)
뻣뻣하게 경직되가는 얼굴 근육, 섬전마도는 흡사 의자에 뿌리 박
힌 나무 토막처럼 전신이 굳었다.
단지 모습을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만
드는 이 인물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중인들 사이에는 범
상치 않은 무림인들도 상당수가 섞여 있었다.
허나,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한편 회계대 계원(係員)과 금일의 수입을 결산보고 있던 총관(總
慣) 천궁대협(天弓大俠) 능운비(陵雲飛)는 갑작스런 침묵에 이상
함을 느꼈다.
그는 입구에 삼 인이 문을 활짝 열어 젖힌 채 서 있는 것을 그제
야 발견했다.
총관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뒷모습 뿐이었다.
그는 삼 인의 측면으로 다가가 포권지례를 올렸다.
"손님, 문을 좀 닫아 주시겠습니까?"
태도는 정중했으나 음성에는 상대를 짓누르는 위압감이 실려 있었
다.
헌데, 느릿하게 허리를 펴며 그들의 얼굴을 주시하는 순간 총관
천궁대협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며 자신도 모르게 떠듬거리는 음
성을 토해냈다.
"으헉! 당신은 검은 전갈(黑全 )……"
바로 그때였다.
"바보같은 놈……"
속삭이는 듯 나직했으나 뼛골이 시릴 정도로 냉막살벌(冷幕殺伐)
한 음성이 중인들의 고막을 후벼팠다.
번쩍!
동시 한 줄기 찬란한 빛줄기가 찰나간에 허공을 베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엇이 어찌 되었는지 상황 판단도 하기 전에 총관 천궁대협의 입
에서 몇 마디 신음성이 토해졌다.
"크윽…… 이럴…… 수가……"
그는 양 손으로 목을 움켜쥔 채 썩은 나무토막처럼 서서히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눈자위가 허옇게 뒤집힌 채 바닥에 나뒹구는 총관의 목줄기는 어
느새 횡으로 칼자국이 나 있었다. 흘러나오는 붉은 선혈이 바닥의
융단을 흥건히 적셔 들었다.
"묵비(默秘)의 율법(律法)을 어겼다. 너는!"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담겨 있지 않은 무심한 음성과
함께 툭! 하며 좌측 혈립인이 품고 있던 엽도 끝에서 한 방울의
핏물이 떨어지는 것을 본 후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총관이 죽은 이
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총관의 시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살인의 인물은 묵직
한 걸음걸이로 섬전마도 양한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침묵을 가르는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사방 벽에 부딪혀 장송곡처
럼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헌데, 검은 전갈이라 했던가?
-지옥낭인(地獄浪人)!
일명(一名) 냉혈(冷血)의 검은 전갈(黑全 )이라고 불리우는 사나
이. 그는 바로 구십 구 명의 초특급살수(超特級殺手)를 거느린 적
야살인벌(赤夜殺人閥)의 태상자객(太上刺客)이었다.
그를 만나면 절대로 입을 열지 말라는 것은 무림에 적을 두고 있
는 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鐵則)이었고, 무림인들은 그것
을 일컬어 묵비(默秘)의 율법(律法)이라 명명했다.
지옥낭인에게 살인청부(殺人請負)된 인물들 중 살아 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죽음(死)의 신(神)!
그 한 마디가 지옥낭인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었다.
섬전마도 양한은 지옥낭인의 유리알처럼 무색투명한 두 눈동자
와 마주치는 순간 전신에 닭살처럼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껴야
했다.
(으으……)
대체 사람의 눈동자가 이토록 전율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일
까?
얇게 비칠 듯 지독스레 창백한 피부, 두터운 철가면을 뒤집어 쓰
고 있는 듯 무섭도록 무표정한 얼굴, 언뜻 보면 학식 높은 문사
(文士)처럼 단아한 이목구비……
허나, 천하에 제 아무리 철석간장의 사내라 해도 지옥낭인의 얼굴
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차츰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특히, 시체의 텅빈 눈자위에 대신 박아놓은 유리알처럼 묵광(墨
光)으로 번들거리는 동공은 차라리 피(血)에 굶주린 악마의 눈빛
이었다.
"으…… 왜…… 나를 찾아왔소?"
섬전마도 양한은 하남성(河南城) 일대에서 손꼽히는 고수였으나
그의 음성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토록 무섭게 느껴지는 인
물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는 지옥낭인의 이마를 질끈 동여맨 새하얀 문사건(文士巾)을 은
연중 응시했다.
꿈틀거리는 독지네를 흉측스러운 네 쌍의 다리로 짓누르며 머리를
물어 뜯고, 지네의 정혈을 빨아먹는 검은 전갈의 사악한 모습이
거기에 생생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문득 지옥낭인의 입술이 달싹거리며 차가운 음성이 무심히 흘러나
왔다.
"그 분께서 너에게 충고한 것이 있을텐데."
순간, 섬전마도는 흡사 중풍걸린 사람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소. 내게 비밀이 누설될 염려가 있으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가지 말라 했소."
"기억하고 있군."
"하지만 사람들이 없는 산간벽지에서 홀로 살자면 아무리 많은 거
액의 황금이 있다해도 모두가 무용지물 아니오?"
"그 분께서는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의(信義)있는 분
이시다. 허나……"
"……!"
"약속을 어긴 인물에게는 아주 비정(非情)하지."
"……!"
"잔인할 정도로……"
들릴 듯 말 듯 나직한 음성이었으나 섬전마도에게는 악마의 속삭
임처럼 소름끼치는 음성이었다.
"그렇다면 나를……"
"영원히 침묵하는 것은 시체 뿐이지."
얼음이 깨지듯 차가운 음성이 끝나는 순간 섬전마도는 자리를 박
차고 퉁기듯이 일어섰다.
"안돼!"
허나, 그의 행동은 무릎을 완전히 펴 보기도 전에 중도에서 끊겼
다.
덥석!
"쓸데 없는 짓이야."
쇳조각이 찢어지듯 섬뜩한 음성과 함께 그의 등 뒤에 석상처럼 무
표정하게 서 있던 두 명의 혈립인이 쇠갈고리같은 손으로 섬전마
도의 양 어깨를 찍어 눌렀다.
우드드둑!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섬전마도의 양쪽 빗장뼈가 그대로 으스러
졌다.
"크흐흑……!"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지옥낭인이 탁자 위에서 엄지 손가락 만한 골패(骨牌) 두 개
를 집어드는 것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저 인물은 남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이한 살인수법을 즐겨 사
용한다……)
일순 지옥낭인은 골패 두 개를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안됐군. 벙어리로 태어났다면 좀 더 오래 살 수도 있었을 텐데…
… 호강하면서 말이야."
"허…… 헉……"
섬전마도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두근거려 가쁜 숨을 몰
아 쉬었다.
죽음(死)!
이 순간 섬전마도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거대한 죽음의 그림
자가 전신을 짓눌러오는 착각에 사로 잡혔다. 입은 비명을 지르려
는 듯 크게 벌려져 있었지만, 그는 정작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옥낭인은 천천히 골패 두 개를 겹쳐서 오른 손 검지와 중지 사
이에 끼웠다. 그 순간 지옥낭인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실낱같은 웃
음이 피어 올랐다.
미소는 그가 살인을 하기 직전의 습관이었다.
뒤이어 골패를 쥔 지옥낭인의 두 손가락이 천천히 섬전마도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섬전마도는 독사의 잔혹한 눈빛 앞에 전신이 노출된 개구리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끄르륵……)
눈 깜짝할 사이에 겹쳐진 두 개의 골패는 솜씨 좋게 그의 목구멍
안으로 힘껏 밀어 넣어졌다.
섬전마도는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두 개의 골패로 인해
목구멍이 막혀 공기의 유통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스르륵……
섬전마도의 신형은 의자와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그의 얼굴 근육
이 씰룩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저벅…… 저벅……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삼 인의 불청객은 무겁게 깔리는 침묵을
밟으며 유유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들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
안 움직일 줄 몰랐다. 마치 석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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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봅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잼납니다.
즐감.
즐감~~~~
다시 읽어도 재밋습니다 감사 합니다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