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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마계(暗黑魔界)의 종말(終末).
“크아아악!”
“캐액!”
암흑마계의 마인(魔人)들은 속속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쓰러졌다.
“크하하하! 알고나 죽어라! 노부가 바로 혈영마자(血影魔子)니라!”
슈슈슈슈!
시뻘건 혈강(血 )이 소용돌이 치며 마인들의 진영으로 파고 들었다
. 그때마다 수십명의 시체들이 나뒹굴었다.
“...!”
사혼자(邪魂子)의 손(手)은 보이지도 않을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조용했다.
단지 수중의 검을 퉁기고 있을 뿐이었다.
피피피핑!
이기어마탄검강(以氣馭魔彈劍 )!
심강(心 )을 검에 실어 살생하는 초극검예(超極劍藝)가 펼쳐진다.
“...!”
“...!”
마인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푹푹 쓰러졌다.
가장 조용한 살인을 펼치고 있는사혼자,
천년마궐의 삼대마봉공은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었다.
“크크크! 네가 천상신계의 애송이냐?”
“후후. 그대가 암흑수라제인가?”
단우비헌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한데 그 순간,
갑자기 땅밑에서 가공할 강기( 氣)가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슈우우우!
촤아아아-!
열 가닥의 강기는 폭죽같이 터져오르며 단우비헌의 전신을 맹타해 들어갔다.
하나,
단우비헌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후. 두더지가 어떻게 땅 위로 나올 수 있는가?”
중얼거리는 그의 신형에서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혈기류(血氣流),
극천환혈사령기(極天幻血邪靈氣)-!
극사혈정(極邪血鼎)의 천사기(天邪氣)를흠취하어 연성한
칠대천무중 사령천결(邪靈天訣)이 펼쳐진 것이다,
우우우웅!
심혼을 바스러뜨릴 것 같은 사령기(邪靈氣)가
독사의 혓바닥과도 같이 일렁이며사위를 뒤덮었다.
우르르르릉! 콰콰콰콰쾅!
“캐애액!”
“크아악!”
방원 십 장 내의 지면이 완전히 뒤집어지며 핏물이 흙 속에서 번져나갔다.
일순, 암흑수라제는 흠칫했다.
“십대흑천밀종(十大黑天密宗)이...”
십대흑천밀종,
암흑수라제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십인(十人)이었다.
은신술(隱身術)의 대가(大家)들인 그들은
땅 속에 숨어있다가 단우비헌을 급습했지만상대가 누구인가?
바로 단우비헌이 아닌가!
십대흑천밀종은 암흑마계 내에서 서열십위(十位)에 드는 고수들이나
단우비헌에 비하면 그야말로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암흑수라제는 급기야 분노의 일갈을 터뜨렸다.
“크크크크! 대담한 놈! 받아라! 천마폭(天魔爆)!”
우르르르릉!
대지가 떨어울리며 암흑수라제의 신형에서
검붉은 마기류(魔氣流)가 쏟아져나왔다.
콰르르르르...!
휘몰아치는 와선강기(渦旋 氣),
분노하여 날리는 암흑수라제의 공세는 가히개세적이었다.
단우비헌은 긴장의 빛을 띄우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우우우우웅!
엄청난 마광(魔光)이 피어오르고...
“마공(魔功)은 그대만 있는 줄 아는가!
파천-마령-쇄혼공(破天魔靈碎魂功)!”
단우비헌은 대갈을 터뜨리며 마주쳐나갔다.
쾅! 콰르르르르...
쿠쿠쿵!
두 절대(絶代)의 마공(魔功)이 충돌하자
대기는 암흑으로 화하고 천공의 태양마저빛을 잃었다.
그 사이로..
“우욱!”
“힉!”
두 마디의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일순간, 장내는 모든 소요가 정지되며 모두들 한곳으로 시선을 모았다.
암흑마마병이나 정천무황
, 천년마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천년마야 담비우도 그랬다.
잠시 후, 시야를 가리던 먼지가 떨어져 내리며 장내가 환하게 드러나는 순간,
“와아!”
“이겼다!”
호쾌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 보라! 암흑수라제는 실낱 같은 핏줄기를 입가에 흘리며
뒤로 오 보나 물러나 있었다.
그와 반대로 단우비헌은 안색만이 약간 창백해진 채
옷자락이 뜯겨져 나갔을 뿐이었다.
일장의 겨룸은 단우비헌의 우위임이 입증된것이었다.
“크크크! 제법이로군. 그렇지만 마황소(魔皇簫)마저 견딜 수 있는지 보겠다!”
암흑수라제는 분노의 일갈을 터뜨리고 그 자리에 정좌해 앉았다
. 어느 새,
그는시커먼 묵소(墨簫)를 입에 대고 있었다.
순간,
삘리리... 삘리...!
인간의 영혼(靈魂)마저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은 소음(簫音)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크아악!”
“으아악!”
정천무맹과 천년마궐의 인물들은 두 귀를 감싸며 나뒹굴었다.
그들의 모공에서는검붉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있었다.
마황소(魔皇簫)-!
고금십대천병(古今十大天兵) 중의 마물(魔物)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었다,
단우비헌이다급히 천룡후(天龍吼)로 맞서려하자,
낯빛을 찡그리고 있던 천년마야 담비우는
돌연수중의 혈비(血匕)를 그에게로 날렸다.
“헌아! 고금십대천병은 인력(人力)으론 제거할 수 없다! 받아라!”
쇄애액!
단우비헌은 마령혈비(魔靈血匕)를 재빨리 받아들었다.
그 또한 고금십대천병의 하나가 아닌가?
“이걸로 어떻게?”
얼떨떨한 상태로 그가 있을 때였다.
삐익! 삑!
마황소는 점차 살음(殺音)을 높이고,
“캐애액!”
“크아악!”
장내의 인물들은 더욱 고통스러운 신음을 발하며 죽어갔다
. 일순, 고심하던단우비헌의 안색이 밝아졌다.
“금령천파탄검강(金靈天破彈劍 )이 있었지!”
단우비헌은 탄성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정좌하고 앉았다.
이윽고,
피피피핑! 피핑...!
탄검음(彈劍音)이 대기를 어루만지며 퍼져나가자
신음하던 사람들은 일순 정신이맑아져옴을 느꼈다.
“...! ”
삐- 이- 이!
피피- 피- 핑-!
마소음(魔簫音)과 탄검강의 대결!
파파파파팟!
십 장 내에서는 끊임없이 불똥이 튀어오른다.
쿠쿠쿠쿠쿠... !
대지는 대지진을 만난 듯 들썩거리고 있었다.
고금십대천병- 그 위력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돌연,
삑...! 삐이익!
마황소에서 흘러나오는 마음이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타타탕!
단우비헌은 입술을 악물며 혼신의 공격을 다해
금령천파탄검강이 마지막 초식만상천파무(萬象天破舞)를 시전했다.
츠와와와와와!
엄청난 와선강기가 폭풍처럼 주위를 말아올리며,
쾅! 콰르르르-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이 천지를 갈랐다.
그 순간,
“크흑!”
“으윽!”
단우비헌은 마령혈비를 놓치며 통기듯 일 장 밖으로 주르륵 밀려갔다.
한데, 돌연한일이 벌어졌으니...
“놈! 다음에 보자!”
휘익!
뒤로 물러서던 암흑수라제가 그대로 도주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 후퇴하라!”
암흑마마병은 암흑수라제가 도주하자 우왕좌왕하며 급급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나,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크하핫...! 놈들아! 예까지 왔다가 그냥 가느냐?”
“하하핫! 마졸(魔卒)들을 모두 척살하라!”
파도같이 밀려드는 정천무맹과 천년마궐들은 추풍낙엽과도 같이 흩날려갔다.
이것은이미 싸움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도살(屠殺)이라고나 할까?
“혈영마자! 사혼자! 노부를 따르라!”
담비우는 단우비헌이 사라진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어떤 위험이 그에게 닥칠지 모르기에 취한 행동이었다.
휘리리릭-
* * *
“크흐흐! 이럴 수가... 본좌가 패하다니... 그 어린 놈에게...!”
비틀... 비틀...!
술취한 사람과도 같이 신형을 비틀거리며 나무를 헤집고 걸어오는
묵영(墨影)이있었다.
단우비헌에게 쫓기는 암흑수라제였다
. 암흑수라제는 어이가 없었다.
암흑마계가 그토록 무참하게 깨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크흐흐! 이럴 줄 알았으면 세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데...”
짙은 회의의 말이 흘러나왔다.
하나 어쩌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는
평범한 사실만을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크으으! 기다려라! 몇 년 후면 지금보다 몇 배의 세력을 만들 수 있다!
그땐 오늘의치욕을 몇 배로 갚아준다!”
암흑수라제가 이빨을 부드득 갈며 신형을 앞으로 날리려고 할 찰나였다.
돌연,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장중한 말소리가 그의 귀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후후후... 암흑수라제, 아마 그대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비웃음마저 서린 목소리에 암흑수라제는 빙글 팽이처럼신형을 돌렸다.
“...!”
그의 오 장 전면 나뭇가지 위,
한 명의 흑삼청년이 비스듬히 기대앉아 미소를 흘리고있었다.
강직한 얼굴, 그러나 사내다움이 물씬 풍기는 야심에 찬 미청년이었다.
누군가?
독고천(獨孤天)-! 바로 그였다.
“너는... 누구냐?”
암흑수라제는 직감적으로 독고천에게 위압감을 느끼며 물었다.
독고천은 입을열었다.
“본인은 아수라성전의 전주인 아수라지존이다.”
“아수라성전! 으으...!”
한 순간, 암흑수라제는 안색이 흑빛이 되고 말았다.
그랬던가? 독고천, 그가 바로아수라성전의 전주였다니...
독고천은 문득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암흑수라제! 그대는 패자(敗者)다.
지금 그대에게는 오직 두 가지 길이 있을뿐이다.”
“...?”
“첫째는 생(生)의 길이요, 둘째는 죽음(死)의 길이다.”
그 말에 어이없다 못해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 암흑마계의 지존인 자신에게 이렇듯광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는...”
암흑수라제가 노화를 삭이며 말을 꺼내자
독고천은 그의 말을 가르며 천천히일어섰다.
“본좌는 아수라성전에서 탄생된 아수라지존!
평소의 그대라면 백초지적은 될것이나...
그대는 이미 기력이 탈진되어 버렸다. 본좌의 일초도 감당할 수 없지.”
이어, 독고천은 힐끗 뒤를 돌아본 뒤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차갑게 말했다.
“후후... 그가 온다! 어찌 할 테냐?”
이 한 마디의 말에 암흑수라제는 신형을 부르르 떨었다.
'그 도깨비 같은 놈에게 걸리면 필사(必死)다.
그렇다면...'
그의 눈가에서 일순 음악한 미소가 스친다.
그러나 독고천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슴을 그는 몰랐으니...
'후후. 네 놈의 속셈을 안다. 하지만, 내게도 생각이 있지.'
문득, 암흑수라제는 얼굴을 치켜들며 힘없이 말했다.
“좋... 다! 너의 수하가 되겠다!”
“주인(主人)을 뵙는 태도가 공손치 못하군.”
독고천의 말에 암흑수라제는 분노의 화광을 번뜩였으니
그 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말았다.
우선은 목숨이 중요했기에...
“삼가... 주...공(主公)... 뵈오이다.”
힘겹게 말하는 암흑수라제의 안색은 가여울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그런 그를바라보며 독고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흑룡왕이 오기 전에 가자!”
스스스스...!
슈우우우-!
독고천은 부상이 극심한 암흑수라제를 옆구리에 끼고는 신형을 날렸다.
일 각 후,
파- 앗!
풀잎을 스치며 나타나는 인영 하나는 단우비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안색에는 낭패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이곳에서 종적을 놓치다니...”
몇 마장 나아가던 그는 신형을 멈춰세우며 포기했다.
“누군가 알지 못할 고수가 그를 데리고 갔군.”
단우비헌의 미안(美顔)에는 짙은 그늘이 깔렸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즉시 지면을 박찼다.
“할 수 없지.”
슈우우우!
* * *
무림은 들끓었다.
주체할 수 없는 승리(勝利)의 도취감으로...!
암흑마계-!
그 얼마나 가공할 공포의 악마집단인가?
그들이 발호한 이래 죽어간 무수한무림인들이 흘린 피(血)가 그 얼마이던가?
한데, 암흑마계가 패망(敗亡)하고 말았다.
그것은 이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한 불멸의 청년기인에 의해서였다.
흑룡왕-!
오오... 무림은 바야흐로 절대적인 그의 존재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다.
암흑수라제는 치유될 수 없는 중상을 입고 실종되고
, 암흑마계의 잔당들을 도처에서도륙되었다.
결국 무림은 드디어 완전한 평화를 되찾고야 말았다.
이제 천년평화의대업이 성취되고 만 것이었다.
이 시대(時代)의 영웅, 흑룡왕으로 인하여-
* * *
한가로운 봄날,
뾰롱! 삐이류! 이름모를 아름다운 가조(佳鳥)들이 한껏 봄기운을 만끽한다.
나무들은푸르름에 휩싸여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졸졸졸...!
가산(佳山)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이곳은 정천무맹이었다.
대혈전(大血戰)이 끝난 후 정천무맹은 조용하기만 했다.
단우비헌은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인공(人工)의 호수(湖水)에는 긴칠채색(七彩色) 구름다리가 둥글게 놓여져 있었다.
그 끝에는 인공으로 조성한아름다운 섬(佳島)이 있다
. 온갖 기화이초(奇花異草)들로 뒤덮인 아름다운 섬의가운데에는
한 채의 아담한 정자(亭子)가 서 있었다.
정자에는 일남삼녀의 사 인(四人)이 앉아 있었다
. 단우비헌은 한가로이 자그마한탁자를 마주하고
오랜만에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여인들,
한결같이 눈이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美女)들이었다.
소수미후(素手美后) 화예란,
그녀는 막 깎은 과일 한 쪽을 교수로 단우비헌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고맙소, 예란!”
짤막한 단우비헌의 말에 화예란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순간, 모든 꽃들이 얼굴을 감추는 듯 고개를 숙인다.
물론 살랑이는 미풍 탓이리라.
지상에서 가장 성결스러운 여인이라는 성천혜봉(聖天慧鳳) 단목자령,
그녀는 또한가장 지혜로운 여인이기도 했다
이대문천(二大文天) 중 하나인 혜천신부(慧天神府)의모든 진전을 이었기에...
<혜천신부(慧天神府).>
만상비천(萬象秘天)이 귀계(鬼計)의 절대(絶代)라면,
모든 정문(正文)의 시발점은혜천신부였다.
초대부주인 천혜선자(天慧仙子)는
만학(萬學)의 시조라 불리워도손색없는 여인이었다.
삼교구류(三敎九流)는 물론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도
그녀앞에서는 한갖 휴지조각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단목자령의 지혜에 차 있던 눈에서는 어느 덧 따사로운 사랑의 빛만이 일렁거렸다.
그녀는 흰 옥수로 단우비헌의 긴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 여인의 머리카락보다 더욱윤기가 흐르는...
사해신후(四海神后) 어수련, 광폭한 야생마와도 같던 그녀가 아니던가?
한데, 지금의 사해신후는 완연히 달랐다.
그녀는 황홀한 눈빛으로 탁자를 마주보며단우비헌을 주시하고 있었다.
두 손을 턱에 고이고...
하늘이 시샘할 정도로 아름다운 세 여인,
여자가 많으면 집안에 바람잘 날 없다고하는데...
그러나, 그것은 몽매한 소인(小人)들에게만 들어맞는 말이리라.
한 남자를가운데 두고 마냥 행복해 하는 세 여인의 옥용에는
끊임없이 환한 미소가피어오르는데...
그러나, 그것은 돌연한 불청객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휘익!
정자의 난간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한 인영(人影)이 있었다.
고검만리수(孤劍萬里手) 기검승(奇劍昇)-
이십팔정문(二十八正門) 중 천검문(天劍門)의 문주(門主).
백리세가로 인하여 천하제이검(天下第二劍)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고검만리수는 엎드려 부복하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성황이시여. 누군가 서찰을 가지고 와 알현하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올지...”
“서찰을?”
단우비헌은 고개를 돌려 고검만리수를 바라보며
의혹의 빛을 띄우며 중얼거렸다.
고검만리수는 더욱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소신들이 물어봐도 막무가내로 성황께 전해야 한다며...”
“알았소.”
단우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형을 일으켜 세웠다.
순간, 고검만리수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세 여인, 한창 꿈의 날개를 달고 달콤해 하던 그녀들은
행복을 깬 고검만리수에게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쩝!”
멋적은 미소를 지을밖에...
* * *
“흠! 나에게 서찰을 가져왔다고?”
단우비헌은 단하(檀下)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앞에는 부복하고 있는 한 갈의노인이있었다.
-철혈신군(鐵血神軍) 백일강(白一强).
일갑자(一甲子) 전에 무림은 그로 인하여 한때 동요했었다.
철혈신군은 고수를찾아다니며 비무를 청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든 약하든 그는 저돌적인 공세를펼쳤다.
후퇴라는 단어를 모르는 인간...
그는 출도(出道) 일 년 만에 실종됐었다고소문난 사람이었다.
한데, 버젓이 살아 이곳에 일개 사자로 올 줄이야.
철혈신군의 눈가에는 감탄의 빛이 역력했다.
'과연! 아수라지존께서 칭찬하실만도 하다. 저런 인물이 있을 줄이야!'
이어, 그는 생각을 추스르며
조심스레 품 속에서 박지에 싸여있는 한 통의 서찰을꺼내들었다.
“소인은 일개 사자로 아수라지존의 분부를 받자옵고 왔소이다.”
“그럼...”
단우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순간,
슈우...!
한 줄기 흡인력에 철혈신군의 손 안에 있던 종이가 히공을 날아갔다.
'아수라지존이라.
철혈신군 같은 인물을 수하로 거둘 사람이라면 범상치 않겠는 걸.'
내심 중얼거리던 단우비헌은 수중의 서찰을 펴보았다.
<비헌, 이렇게 부르는 것을 용서하게나. 나는 독고천(獨孤天)이라네.>
“독고천!”
단우비헌은 흠칫했다. 전혀 의외의 사실이었기에...
혈환사령성에게 운명의 조우를 했던 신비흑삼청년,
무공과 학문이 자신과 비교해도뒤떨어지지 않던 유일(唯一)한 인물
독고천이었다.
단우비헌은 반가움과 함께 가슴이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후후... 보고 싶군, 천(天).'
비록 단 한 번의 만남이었으나 그 시간은 중요치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서로의마음을 알았기에...
단우비헌은 서찰에 시선을 주었다.
<비헌, 할 말은 많지만 만나서 하세나. 그대와 한 잔 술을 하고 싶네.
우(友) 독고천(獨孤天).>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라네. 천... 그대가 유난히 보고싶었지.”
아련히,.멋있던 한 미장부의 영상이 뇌리로 스며든다.
검미가 유난히도 검고 굵은인물...
철혈신군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확답을...”
단우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머금었다.
“가야지. 유일한 지기(知己)이거늘 어찌 청하는데 가지 않겠는가?”
“그럼.”
조용히 읍하며 철혈신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떠나자 장내는 분분해졌다
. 특히 지혜롭기로 하늘을 가릴 성천혜봉 단목자령,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소첩의 생각으로는 다른 사람을 보내시거나 고수(高手)를 대동하고 가심이...”
하나, 그녀의 다음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단우비헌의 질책의 눈초리가 그녀의옥용으로 던져지고 있었기에
말을 도로 삼키고 마는 단목자령이었다.
단우비헌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들은 모르리라. 본좌의 심정을...
독고천! 그는 본인의 가장 큰 호적수이자유일한 지기이다.
그가 청하는데 어찌 가지 않으랴...”
중얼거림을 마친 후, 그의 신형은 휘장을 젖히고 사라졌다.
단목자령의 눈가로 아픈그늘이 내리깔린다.
'안답니다. 당신이 얼마나 고독한지를,
그리고... 얼마나 독고천이라는 사람을 보고싶어 하는지도, 하지만...'
여인, 특히 지혜에선 따를 사람이 없는 그녀였기에
단우비헌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수 있었다.
'당신은 전중원의 동량지재(棟梁之材).
어찌 가벼이 용체(龍體)를 움직이려하시옵니까?'
나직한 한숨이 흐른다.
하나, 단우비헌이 한 번 결정한 일을 그 누가 뒤집을 수있겠는가?
흑룡왕! 그는 한 마리 거룡이었기에-
* * *
“크하하하! 드디어 삼개세력 중 하나가 없어졌다!”
통쾌한 듯 앙천광소를 터뜨리는 인물,
일렁이는 자안(紫眼)에서는 섬뜩한자광(紫光)이 번뜩인다.
-공손천(公孫天).
전일 현공(玄空)을 주시하며
천원성(天元星)과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호언하던그였다.
하늘이 내린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을 제거하고
인간 스스로가 만든천년제일인(干年第一人)이 되겠노라고 공언했던 인물...
바로 그 공손천이었다.
“본좌의 손에 십성비천(十聖秘天) 중 삼비천(三秘天)이 있다!
그 애송이에게나머지가 있다 하나...”
공손천은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아수라성전의 일전(一戰)에서 그 태반을 상실하리라!
본좌에게는 또 다른복병(伏兵)이 있으니,
암도진창(暗道陣槍)이라 하던가? 크하하핫!”
우르르릉! 쩌쩌쩡!
그의 대소에 대지가 뒤흔들리고 태양이 빛을 잃는다.
가공할 공력,
능히 팔갑자(八甲子)가 넘는 공력이 없으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못한다.
“천원성! 그대는 본좌의 손에 죽는다!”
하늘에 대한 도전인가?
광폭하게 외치는 공손천의 안광은 천지를 태울 듯 강렬하게뻗어나왔다.
과연... 그의 음모는...?
* * *
황산(黃山) 천도봉(天都峯).
태고적부터 웅장한 자태로 인간을 훈계해 온 오악(五嶽)중의 하나,
황산은 곧중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그 산세는 장엄함을 풍기고 있었다.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간을 조롱하듯이...
휘이잉!
매서운 삭풍(朔風)이 천도봉 위를 강타하며 스쳐지나갔다.
우수수수...
가냘픈 청엽(靑葉)이 비명을 내지르며 슬픈 듯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일남일녀,
천도봉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자태는
실로 뛰어나기그지없었다.
먹물을 듬뿍 찍어 힘차게 그어 내린 듯한 검미의 소유자
, 굳게 다물린그의 입술에서는 믿음직스런 기운이 피어오른다.
독고천! 이런 인물은 세상에 그밖에 없었다.
그는 자애로운 눈으로 옆의 소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소녀,
십 오륙 세쫌 됐을까?
움푹 패인 보조개를 보이며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떨기의 청난화(靑蘭花)와도 같았다.
세상의 악은 도무지모르는 듯한 청결함이 흐른다.
화르르...
활짝 만개한 난화(蘭花)의 향기를 내뿜는 소녀,
그녀의 이름은독고화월(獨孤花月)이었다.
독고천의 유일한 혈육으로 단 하나 뿐인 누이동생이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독고천의 눈가에는 따뜻함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중에서도 언뜻 내비치는 그늘 한 줄기...
'화월(花月), 귀여운 녀석.
녀만큼은 이 피비린내 나는 무림(武林)으로부터지켜주리라. 하나...'
문득, 독고천은 시리도록 파란 창천(蒼天)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비헌, 그놈이라면 마음놓고 맡길 수 있다.
내가죽는다면 비헌이 너를 보살펴 줄 것이고,
다행히 내가 이긴다면 내가 보살펴주리라.'
그가 이렇게 다짐하고 있을 때,
“호호.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독고화월은 짤랑한 교소를 터뜨리며 가볍게 투정을 부렸다.
문득, 그녀의 눈가에의혹의 빛이 스쳤다.
“오빠, 단우비헌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야?”
독고천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떠올렸다.
“그럼. 아마도 월아가 보면 한눈에 반해서 오빠를 버리고 쫓아갈 걸?”
그러자, 독고화월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하지만, 오빠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어
.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오빠만은 못할 거야.”
독고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후후. 세상은 넓은 거란다.”
한데, 사위를 훑던 독고화월은 나직이 탄성을 지르며 한곳을 가리켰다.
“어머! 오빠 저 고양이 좀 봐!”
호들갑스런 그녀의 교음에 독고천은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독고화월는 빨간구름(赤雲)에 뒤덮인 고양이 한 마리를 잡아들고 있었다.
“오빠, 이것 봐! 어쩜 이리 귀여울까?”
그녀는 혈묘를 쓰다듬으며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무심코 그녀의 품에 안긴 혈묘를 바라보던 독고천은 기광(奇光)을 번뜩였다.
'저것은 적양혈묘! 저 희귀한 영물(靈物)이 어떻게?'
그가 흠칫하며 적양혈묘를 주시할 때였다.
돌연,
“핫하하하. 적운(赤雲), 이놈!
너는 어째 이쁜 아가씨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느냐?”
한 줄기 낭랑한 목소리가 히공 일각을 쪼개며 들려왔다.
그와 아울러,
스스스...
하얀 백무(白霧)가 어리며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우비헌,
하얀 박속 같은 이를 내비치며 활짝 웃고 있는 인영은 바로단우비헌이었다.
“비헌, 오랜만이군.”
약간은 격동에 떨리는 목소리가 독고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단우비헌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 알지 못할 격동의 회오리가 차츰 그의 몸을 끓게만들었다.
일순,
“천(天)!”
단우비헌은 힘차게 부르짖으며 독고천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
“비헌...!”
“천...!”
둘의 맞잡은 손으로부터 뜨거운 열류(熱流)가 화산처럼 폭발한다.
“...!”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독고화월은 일순 숨이 꽉 막힘을 느꼈다.
'저것이 남자들의 세계...'
단우비헌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차츰 뜨거워져 갔다.
독고천만한 사내는 없다고 생각하던 독고화월은
짜릿한 충격이 뇌리를 때렸다.
'남자가 어떻게 저리도 아름답게 생겼담.'
“핫하하! 이 사람 무정하이.
그래 그 동안 뭘 했기에 이제서야 소식을 보낸단말인가?”
“하하....미안, 미안. 사과하는 뜻에서 내 벌주를 석 잔 들겠네.”
“석 잔 가지고는 모자라. 세 말은 마셔야 하네!”
“핫하하! 좋지. 세 말이 아니라 삼십 말이라도 마시겠네!”
호쾌한 대소가 천도봉을 떨어울린다
. 이윽고, 대좌한 두사람은 뜨거운 눈으로 상대를주시했다.
문득, 독고천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
독고화월, 그녀는 붉어진 옥용을 사르르 숙이고 있었다
. 애꿎은 적운의 털을 잡아뽑으며...
카르르...!
적운은 아프다는 듯 기성을 내질렀다.
'후후... 녀석. 아주 홀딱 빠졌군.
하긴 여자치고 비헌을 보고 안 빠진다면 여자가아니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독고천은 동생을 불렀다.
“월아야, 이리와서 인사하거라.”
“예.”
독고화월은 주춤거리며 다가섰다.
“하하핫! 비헌, 이 애는 나의 동생이네. 아주 굉장한 말팔량이...
윽!”
대소를 터뜨리며 말하던 독고천의 안색이 일순 시커멓게 변했다.
독고화월이 그의옆구리를 지그시 꼬집은 탓이리라.
단우비헌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포권을 했다.
“하하하. 나는 단우비헌이라 하오.”
“소녀는... 독고화월... 이라고 해요...”
단우비헌의 눈길에 독고화월의 두 볼은 익은 홍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붉어졌다.
문득, 단우비헌은 익살스레 웃으며 독고천을 돌아보았다.
“후후. 천, 아무래도 못 믿겠는 걸?”
“...?”
“그대같이 못 생긴 사람에게 저토록 아름다운 미인 동생이 있다니 말이야.”
눈을 찡긋하며 말하는 단우비헌에게 독고천은 짐짓 화를 내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럼 내가 못 생졌단 말인가?
쯧쯧... 주제를 알아라. 꼭 기생 오라비같이생겨가지곤.”
독고천의 야유에 단우비헌은 느긋하게 대답했다.
“후후. 나 같이만 생겨보게.
일례로 자네는 아직 여자 하나없지 않은가? 쯧쯧.
불쌍한 천(天), 그렇지 않소?”
“예!”
독고화월은 느닷없는 단우비헌의 물음에 멋모르고 대답했다.
순간,
“하하핫! 그것 보게. 자네 누이동생도 시인하지 않는가?”
단우비헌이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자 독고천은 쓴 입맛을 다셨다.
“쯧! 그래서 여자는 다 필요없다니까. 반반한 사내만 나타나면 그저...”
“어맛! 오빠 그게 아니...”
독고화월은 급급히 변명의 말을 늘어놓았다.
하하핫! 그만 두어라.”
“하하하하!”
단우비헌과 독고천,
그들은 모든 잡념을 띨치고 마음놓고 대소를 터뜨렸다.
그가운데에서 독고화월은 점점 방심이 열리고...
얼마의 시각이 흘렀을까? 끝나지 않는 연회(宴會)는 없었다.
석양(夕陽)이 짙게 붉은불을 내뿜고...
사위는 점점 침잠한 어둠으로 감싸든다.
“...!”
“...!”
두 영웅(英雄)! 길은 다르나 이들은 분명 영웅이었다.
그들은 석양(夕陽)을 마주보며 서 있었다.
문득, 독고천은 시선을 돌렸다.
“...!”
“혈환사령성에서 말했지. 그대와 나의 길은 다르다고...
이제... 헤어질 때가 왔네,”
단우비헌은 무거운 시선으로 독고천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있었다.
“천(天). 그대는 영원한 나의 친구다! 유일한...”
“...!”
독고천은 묵묵히 침묵으로 대답했다.
파파팟!
두 용호(龍虎)의 눈빛이 얽히며 뜨거운 열기가 대기를 적신다.
독고천은 먼저 신형을돌렸다.
“비헌, 이제부터 우리는 적(敵)이다. 이제... 간다.”
이어, 그는 단우비헌의 대답도 듣지 않고 독고화월을 데리고 신형을 날렸다.
츠츠츠츠!
순식간에 한 개의 점으로 화해 사라져 버리는 두 남녀,
“천...!”
단우비헌, 홀로 남은 그는 멍청히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꼭 이래야 하는가?”
그렇다. 그는 안타까왔다.
서로의 길이 다르다고 그들은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한단말인가?
친구여...!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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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즐독하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