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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또봉家의 五男妹 원문보기 글쓴이: 갈매기의꿈
■ 중국 한시기행 8부 황금잉어의 꿈 산서성
(지난 여정)
대륙을 품고 유유히 흐르는 ‘천하제일만’과 거세게 쏟아지는 ‘호구폭포’에서 황하의 두 얼굴을 만난 저는 중국 명산 중에서 험준하기로 소문난 화산에 올랐습니다.
이제 저는 황하 잉어들이 꿈꾸는 등용문의 비밀을 엿보고 기암절벽이 어우어지는 장엄한 풍광을 만나러 역사가 숨 쉬는 땅 ‘산서성’으로 갑니다. 이곳에선 또 어떤 시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황금 잉어의 꿈, 산서성)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이 살던 시대와 정신을 만나러 떠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유구한 역사와 멋진 시인들이 살아 숨 쉬는 땅 산서성. 오늘은 황하가 꺾이는 산서성 최남단 ‘영제’시에서 첫 여정을 시작합니다.
▶ 영제(永濟) - 황하가 꺾이는 산서성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요ㆍ순시대, 순 임금의 도시.
▶ 순(舜)임금 - 중국의 신화 속 군주의 이름으로,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 신화 가운데 오제의 마지막 군주.
영제는 산서성 남서부를 흐르는 황하 동쪽 연안에 위치한 도시로 산서성과 접하고 있습니다. 전설속의 임금 순이 황량한 땅을 개간해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법과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죠.
예부터 천하를 호령하려고 하면 물부터 다스려야 한다고 했던가요? 순임금은 ‘우’라고 하는 치수 전문가를 발탁해 수시로 범람하던 황하를 다스려 큰 홍수 피해를 막은 홍수사업에 성공한 임금이기도 합니다.
5,000년간 쉬지 않고 흘어 온 역사의 물줄기에는 고기낚는 어부들의 일상과 황하가 일구어낸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청해성에서 발원한 황하는 산서 하남 산동을 거쳐 발해로 나아갑니다. 바다처럼 넓게 때론 좁은 협곡처럼 흐르면서 말이죠.
황하 협곡 중 하나인 용문(龍門)은 드넓게 흐르던 강물의 폭이 좁아지면서 예로부터 황하를 도하하려던 군사적 요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 용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등용문’의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용문에 올라서면 용이 된다는 그런 등용문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라서 특별히 와봤어요. 그런데 이게 분명치가 않네요. 아마, 저쪽 같은데... 저기가 맞는 건지. 저쪽에 정자가 하나 있어요. 저쪽이 좁아지는 협곡인걸로 봐서는 등용문의 이야기가 나올법한 장소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네요.”
이곳 용문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등용문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황하 하류에서 거슬러 헤엄쳐 오르던 잉어들이 용문의 거센 물살에 주춤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용감하게 거슬러 올라 마침내 용이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황하의 잉어들이 거센 물결을, 용문의 거센 물결을 치고서 팍 튀어 오른거죠. 그때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가지고 천둥번개가 치면서 불이 내려와 가지고 꼬리를 삭 살라버린다구요. 그게 소미(燒尾)에요, 소미. 그러자 아픔에 겨워서 몸부림치는 순간에 비늘이 돋고 발톱이 생기면서 용으로 바뀌는 거예요. 그게 재밌는 것은, 과거시험을 보잖아요 과거시험을 보면서 급제한 사람들 모여 함께 잔치할 때 그 잔치의 제목이 소미연(燒尾宴)이에요, ‘꼬리를 자르는 축하잔치’. ‘이젠 너는 용이 되었다.’ 이런 뜻이죠. 그래서 과거시험, 중요한 대학입시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용문인 셈이에요. 거기를 넘어서면 용이 되는 거죠.”
아무리 용감무쌍한 녀석들이라지만 황하 잉어들에겐 이 좁은 협곡사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놈은 올라가다가 좀 힘이 약했는지 뛰어오르다가 못 올라가고 중간에 곤두박질치는 놈들이 있었어요. 실패한 놈들이 있었어요. 개들이 이마에 혹이 생겼어요. 검은 반점이 생겼어요. 지금도 황하 잉어들은 검은 반점이 있데요. 하하하”
한 단계 더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힘들고 지난한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 인간세상의 이치를 황하 잉어들은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나저나 황금빛 용을 꿈꾸던 검은 반점의 잉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용문협곡을 지나 한참을 달리자 거센 협곡을 거세게 빠져 나오던 물줄기는 다시 드넓은 바다와 같은 형상으로 대륙을 가릅니다. 비록 물은 탁해보여도 황하에는 150여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요, 연간 포획량만 70만kg에 달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민물상어가 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진귀한 어류들이 많았는데 그것도 다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메기가 제법 잡혔네요.
“황하 잉어는 안 보이고 큰 메기들만 보이는 거 보니까 등용문 고사를 바꿔야 되겠어요. 주인공을 잉어에서 메기로 바꿔야 되겠어요.”
최근 어업자원이 줄어들면서 그 많던 황하 잉어, 황하 갈치도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여기 잡은 고기들이 다 있네요. 궁금해집니다, 무슨 고기가 황하에서 올라왔을지. 아! 이게 황하 잉어네요. 야! 이게 지금 황하 잉어에요.”
“다른 잉어는 머리 부분이 평평한에 이 잉어는 (머리 부분이) 툭 튀어나왔어요.”
“이 황하 잉어가 용문에 올라갔다가 거기 넘어가지 못하고, 용이 못 되고 곤두박질치면서 여기 혹이 났어요. 다른 잉어들은 평평한데, 이건 약간 여기가 붉어져 있잖아요.”
“이 부분이 빨간색이죠? 황하 잉어는 이렇게 꼬리가 붉어요.”
“여기 꼬리 부분이 붉잖아요. 그래서 그 이야기가 만들어졌나보네요. 이 황하의 잉어들이 용문에 오를 때 팍 튀어가지고 넘어가는 놈들은 하늘에서 불리 내려가지고 꼬리를 살라버렸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 붉은 꼬리지느러미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모양이네요. 이 놈은 반쪽만 불이 붙었나 봐요. 그래가지고 다시 돌아온 모양인데...”
황하 잉어들의 세상,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강이 아니라 광활한 바다를 건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가을인데도 이 정도니까 물이 더 많은 봄ㆍ여름에는 엄청나겠어요.”
이 정도면 고래가 산다고 해도 믿겠네요. 그렇게 20분쯤 달렸을까요? 강 한가운데에 섬처럼 떠 있는 뭔가가 나타납니다.
“여기가 황하의 하상입니까?”
“네. 가장 높은 지대죠.”
하상은 황토고원에서 쓸려온 토사물이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수면 위로 올라온 곳으로 ‘높이 메달린 황화’라는 뜻의 ‘현하(懸河)’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말 넓으니까 ‘장자’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장자에 보게 되면 황하의 신과 북해의 바다 신이 만나는 장면이 나와요. 황하의 신이, 이제 비가 엄청 와가지고 물이 넘실대면서 엄청난 넓이로 흘러가는 거예요 저 동해 쪽으로 흘러가는데, 자기 모습 스스로에 도취돼요. ‘야! 이정도면 내가 최고 아니냐!’ 이 정도의 수량, 이 정도의 넓이면 내가 최고다 하고 의기양양해서 가는데, 바다에 도착해 보니까 이건 뭐 자기하고 게임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망양지탄’이란 말이 나오는데, 바다를 보면서 탄식을 하는 거예요.
▶ 망양지탄(望洋之嘆) -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감탄한다는 말로,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
‘북해하고 나하고는 게임이 안 되는구나’ 해가지고 북해의 신에게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그런 수준인가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나와요.”
망망대해를 향해 흘러간 자리에는 한 폭의 그림이 흔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 황하의 물결이 지나가면서 만든 자국이네요. 이것이 다 황하의 작품인데요. 이거만 딱 떼어내면 추상화도 될 수 있고 멋진 부조 작품도 될 수 있겠네요.”
하상이 점점 높아지면 황하가 범람해 큰 재앙이 되기도 했는데요. 황하는 중국인들에게 항상 인자한 어머니는 아니었나 봅니다. 망망대해에 굴복한 황하의 신이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는 걸까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중국의 4대 누각 중의 하나인 ‘관작루(鸛雀樓)’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천하황하제일루(天下黃河第一樓), 황하제일루 관작루에 왔습니다. 야! 위용이 대단하네요.”
삼층 누각인 관작루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시로 더 유명해진 곳입니다.
“어~ 바람이 엄청 심해요. 저기 황하가 흘러가는 거네요. 이 서있는 양반이 이 누각의 주인, 주인공 ‘왕지환’입니다. 당나라 때....”
▶ 왕지환(王之渙) -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등관작루(登鸛雀樓)’라는 시로 유명.
시와 무예에는 뛰어났으나 벼슬에는 통 관심이 없었던 왕지환. 이곳 관작루에 올라 황하를 굽어보며 읊은 그의 일생일대의 명작 ‘등관작루’는 지금까지고 중국인들의 가별한 사랑을 받는 명시입니다.
“밝은 해가 서산에 지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천리 끝까지 바라보고 싶어
다시 한층 더 오른다.
-‘왕지환’의 <등관작루>
‘나는 더 높이 올라서 더 멀리 바라보겠다. 그것이 마지막 두 구절이에요. 나 천리 멀리까지 바라보고 싶다. 눈길 닿는 곳까지 끝까지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한층 더 오른다. 이미 충분히 봤지만, 이미 충분히 거두어 들였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다. 한 계단 더 오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이런 진취적인 기상, 이런 것을 이 시에 담았고 그 시상이 그 정신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조금도 쇠하여지지 않고 많은 도전 정신을 갖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려는 젊은이들 고무시키고 격려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중국인들이 이 시를 사랑하는 까닭이에요. 지금 이렇게 ‘러우’ 하고 있는 게에요. 잘 지었어요, 멋있는 시.”
물길은 조금 멀어졌어도 가장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바라보려했던 시인의 기백이 느껴집니다.
▶ 철우(鐵牛) - 쇠로 만든 소로 당나라 때 만들어짐
당나라 최고의 시절이었던 대원성세의 진취적인 기상은 산서성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육중한 풍채 늠름한 표정의 소들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야! 엄청난 크기의 철우들이 바로 그 유명한 당나라 개원연가를 만든 쇠로 만든 소예요. ‘개원철우(開元鐵牛)’예요. 아! 참 잘 생겼네. 멋있다.”
황하를 건널 때, 배로 만든 다리를 고정하는데 쓰였던 철우입니다.
“이게 네 마리인거죠. 각각 옆에 소를 끄는 사람들이 있고 갑자기 시절을 확 뛰어넘어가지고 대원시절로 돌아온 것 같아요. 이 애(소)들 덕분에 저 쪽 장안에 있던 사람들이 힘들이지 않고 다리를 건너서 하동 지역으로 오갈 수 있었는데... 참, 1,300여 년 전 이야기인데. 이 애들이 그 기구한 세월을 그 시절을 훌쩍 뛰어넘어서 개원성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아요.”
기록에 의하면 당시 일 년 철 생산량의 80%를 이 ‘철우’를 만드는데 썼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네요.
“이 부교가 원나라 때 불타서 없어져요. 그러니까 그 뒤로 이 철우들도 점점 잊혀지고 땅 속에 매몰되어 있다가 최근에 발굴된 겁니다. 땅 속에 쳐 박혀 있다가 최근에 발굴된 거예요. 그러다가 이제 제자리에 올라와서 서서 바라보니까 ‘엥, 강이 없네?’ 상전벽해. 거꾸로 그 넓은 황하가 농경지로 바뀌어버렸어요. 강물이 저쪽으로 후퇴한 거죠. 그래서 애들이 지금 얼빠진 모습으로 있는 거예요. ‘이상하다. 왜 강물소리가 안 들리지?’ 세월의 무상함을 많이 느끼고 있는 중일 겁니다.”
철우들이 지켜보던 태평성대는 언제쯤 다시 올까요?
‘영제’에서 개웡성세에 흠뻑 젖은 저는 그 기상에 이끌러 산서성 북쪽에 위치한 절 ‘현공사’로 향합니다. 차로 700여 km를 달려 중국의 오악 중 하나이니 북악 ‘항산’에 도착했습니다. 요새처럼 솟아난 기암절벽들의 형세가 험악하기로 소문난 산인데요, 이곳에는 깎아지른 절벽 중간에 나비처럼 앉은 신비로운 사찰이 있습니다.
“이 항산에 공중에 메달려 있는 절, 그래서 ‘현공사’라는 절이 있어요. 그런데 기이함을 자랑하는 멋진 절이 있는데, 그것을 보러 왔어요.”
멀리 절벽 한 가운데 기이한 자세로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절이 보입니다. ‘하늘에 메달려 있는 절’ ‘현공사(현空寺)’입니다.
“야! 진짜 대단하네요. 어떻게 저런 절벽 한 가운데에 저런 건물을 지었지? 마치 절벽에다가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아요. 집을 조각해 놓은 것 같아요, 부조형태로. 정말 대단하네요.”
현공사는 서기 491년 북위시대에 도사 국염지가 제자에게 유언을 남겨 완공되었는데요, 역대에 많은 문인들이 현공사에 들러 주옥같은 글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시선 이백에 얽힌 일화가 있어 흥미롭습니다.
현공사의 기엄함에 할 말을 읽은 이백이 ‘장관(壯觀)’이란 두 글자만 벼랑에 남기고 떠납니다.
“아주 또렷하게 아주 힘 있게 잘 썼죠? 아마 이백이 이곳 현공사에 와서는 술을 안 먹은 것 같아요. 술 취했으면 저렇게 쓸 리가 없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뭐냐면, 저기 ‘장’자를 보게 되면 보통 ‘씩씩할 장’자 옆에 점이 없잖아요, 그런데 점이 있다고요. 그래서 많은 중국 사람들이 이곳을 안내하면서 ‘너무 감탄한 나머지 흥분을 금치 못해서 점을 하나 더 찍었다.’ 그렇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게 다 엉터리에요. 본래 붓글씨를 쓰면 ‘흙 토’자를 쓰면서 점을 하나 더 찍게 되어 있어요. 그걸 모르고 ‘여기다 감탄을 했다느니, 더 자신의 탄백을 드러냈다느니...’ 이런 이야기 하는 게 조금 웃기긴 해요.”
말이 필요 없는 장관을 만나러 저도 한번 올라가 봅니다. 3층 구조로 이루어진 이 절에는 총 40여개의 방이 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이 수직 절벽에 절을 지었을까요? 옛 문헌을 찾아보니, 산 정상에서 몸에 밧줄을 묶고 내려와 오목하게 패어있는 곳에 터를 잡고 바위에 기둥을 박아 건축자재를 날랐다고 합니다. 저는 두 발로 서있는 것도 이렇게 아찔한데 정말 대단하네요.
“여기부터 이제 천길 낭떠러지에요. 여기서 난간을 가야되는데... 밑에 있는 사람들 까마득한 것을 보세요.”
2층부터는 본격적으로 나무 계단을 걸어야 합니다. 야~ 고개 들면 허공이요, 발 아래는 낭떠러지로다.
“그러니까 도교에서는 개 짖는 소리 들리지 않는 곳, 닭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사원을 지어야 된다. 그런 요구에 의해서 이 공중에다가 이 절벽 중간에다가 이 사원을 지었다고 하는데 여기 올라와 보니까 ‘현’자가 ‘메달릴 현’자가 아니고 ‘현기증 날 현’자, ‘공’자가 ‘허공 공’자가 아니고 ‘공포스러울 공’자 ‘두려울 공’자로 느껴져요.”
사찰이 절벽에 메달려 있는 높이는 80여m. 원래는 1010m 가까운 높이에 있었는데 오랜 세월 절벽 아래 흐르던 강물의 바닥이 퇴적되어 올라오면서 높이가 줄어든 거라 합니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붙잡고 3층으로 오릅니다.
“여기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이고 저는 지금 오금이 저려서 죽겠습니다. 이 난간이 참 오래돼가지고 이것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네요. 나무들은 전부 균열까지 갔는데. 아이구 아이구 빨리 갑시다. 여기가 ‘삼교전’이네요.”
현공사 맨 꼭대기에는 불교와 도교 유교를 모신 독특한 분위기의 ‘삼교전’이 있었습니다.
“아이고 난 오금이 저려가지고 정말 경거망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고 보니까 이런 절벽에다가 이런 절을 지은 까닭을 알겠네... 정말 신중하라고,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집중해서 수련하라고... 정말, 내 특기가 경거망동인데...”
그런데 무엇보다 현공사를 신비롭게 만든 것은, 이 가느다란 나무 기둥들입니다. 가느다란 나무 기둥들이 엄청난 사찰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으니 말이죠. 사실은 이 기둥들이 없어도 건물들을 지탱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단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둥들을 세웠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이 가느린 기둥들에서 큰 감동을 받는 거죠. 긴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천년 사찰 현공사.
천공사에서 천년의 인내를 엿본 저는 유진(?)시대에 죽림칠현이 머물렀다는 절대 비경의 ‘운대산’를 아갑니다.
▶ 운대산(雲臺山) -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지질공원으로 험준한 산세와 산봉사이의 자욱한 운무로 유명함.
“하남성을 흐르는 황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운대산이 있어요. ‘구름 운’자에다가 ‘무대 대’자를 쓰는 운대산이 있는데, 이 산이 굉장히 멋있데요. 그래서 옛날부터 시인들이 자주 찾았던 곳인데 그 옛날 죽림칠현이, 중원에서 노닐었던 죽림칠현이 이곳에 놀러와서 족적을 남기고 있데요. 얼마나 멋있는지 기대가 됩니다. 와! 정말 돌이 붉네요. 여기가 돌이 붉은 계곡이라 해가지고 ‘홍석협’인데, 엄청 깊은 계곡이에요. 아! 아찔하네.”
옛 시인 도연명이 상상했던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야 이 사이에서도, 이 철간은 단단한 벽 사이에서도 나무 자라고 있는 거 봐요. 아! 정말로 훌륭한 정신이다.”
고 놈 참 기특하죠?
“동굴을 나서면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야~ 정말 깊은 계곡이에요. 야~ 아찔하다.”
켜켜이 싸인 붉은 암석에 부딪혀 흐르는 홍석협의 폭포수가 가을빛에 부서집니다.
“야! 여기 풍경 아주 기가 막힙니다. 이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나도 쏙 들어가 있는 거예요. 내가 곧 풍경이 되는 겁니다.”
위진 남북조시대 때 죽림칠현을 비롯해 많은 은자들이 잠간 이 산에 들렀다 그대로 머물렀다는데요, 그 심정이 이해가 되네요.
“야! 이길 만드느라 고생했겠어요.”
깎아지른 절벽에 이처럼 깎아놓은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발길 닿는 곳곳 맑은 물과 기암괴석, 자연 그대로의 운치가 더해져 황홀경을 이룹니다.
한나라 헌제가 더위를 피해 찾았던 산. 당나라의 야광 손사막이 불로장생 단약을 찾기 위해 온 골짜기를 누볐던 운대산은 이제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이는데요.
“야! 저 절벽은 큰 성채 같네. 허허 아 물소리 그윽하다. 운대산이 참 좋네요.”
이곳은 샘과 폭포가 만나는 ‘담폭협(潭瀑峽)’입니다.
“진짜 폭포가 맞네요. 다섯 걸음 걸으면 하나씩은 걸리네요.”
삼보일천(三步一泉), 오일폭(五步一瀑), 십보일담(十步一潭)이라. 세 걸음 걸으면 샘이 하나 나오고, 다섯 걸음 걸으면 폭포가 나오고, 열 걸음 걸으면 큰 연못이 나온다는 말인데요. 그렇게 풍광에 취해 물길 따라 걷다보니 성처럼 솟은 거대한 절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야! 대단한 벽이네. 우아 어마어마한 절벽이 탁 틀어막고 있어요. 더 이상 갈 수 없어요. 정말 거대한 벽이다. 우리가 저 밑에서부터 물길 따라 올라왔잖아요. 마지막에 오니까 이 거대한 벽이 탁 틀어막네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이럴 땐 만사작파하고 그냥 주저 않아가지고 하늘을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나 보고 있는 거예요. 옛날 왕유의 시 중에 이런 표현이 있어요.
물길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가
앉아서 구름이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네
-‘왕유’의 <종남별업(終南別業)> 中”
맑은 연못 위로 구름 한 점 피어오릅니다. 그 옛날 왕유가 올려다본 구름을 이 연못은 기억하고 있을까요? 기암절벽 아래 굽이굽이 흐르는 ‘천폭협(泉瀑峽)’의 맑은 계곡물을 보고 있자니 속세의 때가 다 씻겨내려 가는 기분입니다. 자연이 빗은 이 거대한 걸작을 한갓 카메라로 부족한 말재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높이 314m.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운대 천폭의 물줄기가 하얗게 빛납니다. 마치 이백의 시처럼 말이죠.
“날아 떨어지는 삼천 척의 폭포여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하구나
-‘이백’의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中
이백이 이제 장대한 폭포, 큰 폭포를 보고서 이렇게 읊었어요. ‘날아 떨어지는 물이 삼천척이나 되는데, 그것이 마치 저 은하수가 더 높은 구천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금 이 운대 천폭이 갈수기가 되어가지고 수량이 이렇게 줄어서 그렇지만, 이게 7, 8월이 되면 은하수가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겠어요. 정말 대단하네. 저 까마득한 높이를 보세요. 이게 300m가 넘는다고 그랬죠? 정말 장대한 폭포네요.”
속세의 시련도, 긴 여정으로 쌓였던 피로도 다 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길을 나섭니다. 대륙의 장엄한 풍광 속에서 주옥같은 시를 발견할 수 있었던 이번의 여정은 위대한 시가 탄생한 데는 이 세상의 기백을 가득 담았던 위대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인을 빗어낸 것은 위대한 자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