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이야기다. 원작이 몰리에르의 ‘귀족수업’이니 최소 300년 전 사람들의 열망을 담고 있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7세기이며 공간은 파리다. 이런 이야기 틀이 지금 우리시대에 어떤 의미를 남을 수 있을까?
특히 극단 ‘예린’은 원작에 충실한 고전적 틀의 극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예린은 2007년 ‘리어왕’을 연극 무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고전에서 늘 존재 이유를 찾는다. 극단의 꿈도 세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무대에서 소화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 ‘귀족수업’은 20∼21일 씨디아트홀 (전대사거리)에서 오후 4시, 7시 공연된다. 연출은 극단 ‘예린’의 대표 윤여송 씨가 맡았고, 김동원 임민경 소병주 정다경 조유하 신기록 씨 등이 출연한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결코 지금의 시대와 떨어져 있지 않다. 원작자 몰리에르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뼈 있는 정의를 남겼다. “웃으면서 풍속을 고친다.” 그러니까 그가 살았던 시대가 안고 있던 병리적 현상을 웃음으로 진단해내고, 인물들을 통해 날카롭게 비판해 세상이 바른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이끌었던 것이다.
‘귀족수업’ 역시 다르지 않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어리석고 허영심 많은 서민 ‘주르댕’이 사람들에게 속아 넘어 가는 모습을 해학과 풍자의 기법으로 그린다. 주인공 주르댕은 파리 한 복판에서 장사를 통해 돈을 모은 막대한 재력가다. 다만 한 가지 콤플렉스는 신분이 낮다는 것. 그의 평생은 소원은 귀족이 되는 것이다.
그는 귀족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은 건다. 음악선생과 무용선생, 검술선생, 철학선생을 가정교사로 두고 귀족이 되기 위한 수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에게 귀족수업을 지켜주는 선생들은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가르친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돈일뿐이다. 신분에 대한 집착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주르댕의 욕구는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신분과 계급은 여전히 구분돼 있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저 위쪽을 향해 매일 달려간다. 명품의 욕구 역시 신분과 다르지 않고, 대학 간판도 신분의 다른 이름이다. 심지어 예술의 취향을 강조하는 어법 속에도 신분을 구분짓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있다. ‘귀족수업’은 그렇게 한 인간의 허영심이 만들어낼 수 있는 우스꽝스러움의 끝이 어디인가를 웃음의 장치로 보여준다.
윤여송 대표는 “몰리에르가 창시한 ‘발레 희극’ 장르에 속하는 ‘귀족수업’은 신분상승을 위한 인간의 허영심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이 가진 무용과 음악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바보연극의 형태를 차용, 음악과 조명을 최대한 절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