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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한량
 
 
 
카페 게시글
국궁 활쏘기 스크랩 활 배웁니다.” 잘 쏘는 활, 잘 맞추는 활.
알로하 추천 0 조회 51 10.12.24 11: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활 배웁니다.” 잘 쏘는 활, 잘 맞추는 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 말이 있다.

활을 아주 멋있게 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쏘는 모양은 엉망인데도 잘 맞추는 사람이 있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답은 활을 쏘는 궁체도 멋이 있고 또 맞추기도 잘 하고 싶은 것이 궁사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마음 같지 않아 늘 탈이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다.

하기야 틀린 말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런데 무엇을 하건 맛을 알고 하는 짓이라야 제격이라 생각한다.

활도 쏘는 맛과 멋을 제대로 느낄 때 활이지 맛을 모르면 그건 활이 아닌 것이다.

멋을 알고 맛을 알 때 자기도 만족하고 타인도 만족한다.

 

도둑도 흑도가 있고 백도가 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맞추기만 하면 되는 활을 과연 활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궁체상이라도 있던 시절에는 활의 멋과 맛을 논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그런 멋과 맛이 없어져 버렸다.

모로 가더라도 서울만 가면 되는 식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개량 궁은 그저 아무렇게 라도 당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각궁은 현이 고자에서 바르게 떨어진 다음에라야 비틀어 짜도 되지만

처음부터 짜기 시작하면 뒤집어져 버리기 십상이다.

일정한 법식이 있기에 아무나 선뜻 잡지 못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미세한 차이 같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 미세함 속에 멋과 맛이 한껏 숨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평생에 마음에 드는 활 세 자루만 가질 수 있으면 엄청난 행운아라고 할까?

 

매양 사대에 서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간에

“ 활 배웁니다.”라고 초시례를 올린다.

그런데 무얼 배운다고 하는지가 참 궁금할 때가 많다.

그저 하라니까 하는 건지 아니면 참으로 배울 마음이 있어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활을 잡은 지 한 5, 6년 되었을까 하는 궁사가 내 옆에서 활을 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분명히 자기가 쏜 살이 과녁에 명중을 하였다.

그런데 “ 이게 아니야”라며 혀를 차고 있었다.

무언가 쏘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 분의 활 쏘는 모습은 사실 내 보기에도 제대로가 아니다.

자기류로 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수는 좋아 지방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음을 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잘 쏘는 활이 아니라 잘 맞추는 활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기가 참 잘 쏘는 활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한 가지 장점은 자기도 그걸 느끼고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연궁을 쓴다는 점이다.

힘의 원리를 제대로 쓴다면 훨씬 더 강한 활을 쏠 터인데 늘 연궁을 고집한다.

자기 마음대로 어거할 수 있는 활을 통해 자기류의 활쏘기를 구사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집궁한지 1년도 채 안된 젊은 신사들이 시수가 매우 좋다.

몰기하기를 떡 먹듯 한다.

자연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구사보기를 좀 가볍게 여기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점점 자만에 빠지고 처음 배우던 자세는 슬슬 무너져 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하체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시수가 들쭉날쭉 이다.

잘 쏘는 활을 배우다가 잘 맞추는 활로 돌아 가 버리면서

무엇이 원인인지도 모른 채 고민들이 되는 모양이다.

 

“활 배웁니다.”라는 초시례(初矢禮)는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말은 <잘 쏘는 활>을 지향하겠다는 말일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동축과 부동축에 대한 확실한 자세를 매일 닦아야 한다.

걸치기에서 거궁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자기 소신이 서야 하고

이시에서 발시까지의 과정에서 가져가야 할 기본동작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모든 동작이 이어져 가면서 보기가 좋아야 한다.

스스로 자기를 바라보면서 만족한 마음으로 자기를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

 

<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고 노(老)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활은 자기가 쏘는 대로 살을 날려 보내지 절대로 제멋대로 살을 날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반구제기라 했던가?

어떻게 해야 잘 쏘는 활이 될 것인지 깊은 생각에 잠기는 새벽이다.

 

멋과 맛을 아는 활 쏘임이라야 잘 쏘는 활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흑도 보다야 백도를 지향해야 하겠지?

꿩 잡는 게 매란 말은 답답해서 하는 변명일 터이다. (20070815 和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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