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가꾸기
-황톳길
-응답
밭 가꾸기
-잡초
신두업
잠시라도 방심하면
막무가내로 끼어드는 잡초의 성정
독기 서린 가시로 무장한 엉겅퀴
무단침입 일삼는 바래기 뿌리
아무나 기어올라 휘감고 숨통 조이는 *가상커리
어렸을 적 잡초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게
마음 밭까지 살뜰히 보살피신 부모님
시건방진 사춘기 때 스승님 가르침에 딴지 걸다
잡초에 휩싸여 곤혹 당한 적도 있었지
수시로 살펴도 어느결에 들어와
삽시간에 주인행세 하는 잡초 기질
동작 굼뜨고 게을러지는 요즘
비책으로 명심보감 잠언서 머리맡에 두었다
*잡초이름(전라도 방언)
황톳길
신두업
안산 자락 황톳길
맨발 행렬이 구민 체육대회 방불하다
몸무게 묵묵히 감내하며 눅진해진 발
붉은 흙이 발바닥 어루만지니
꿈틀꿈틀 유년의 기억 더듬는다
책보자기 허리에 질끈 매고
황톳길 오가던 여남은 살 계집애
뒤축 닳고 구멍 난 고무신
발가락도 늘 붉은 흙투성이였지
장마철 썰매장보다 미끄럽던 황토고개길
넉장거리, 엉덩방아는 다반사였지
덕분에 희수 넘도록 강녕한 것인가!
황토 볼 황토 족탕 들락거리며
고향 땅 내음에 흠뻑 취한 황톳길
응답
신두업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종일 종종걸음
어스름 귀갓길은 영락없는 파김치
한 사흘 푹-자고 쉬어 보기를…
늘 기도 했었네
늘그막에 이루어진 그 기도
지금은 석 달 열흘 실컷 자고 쉬어도
깨우거나 나무라는 이 없는데
고즈넉한 끼니때
채울 수 없는 빈자리
늘 부족하고 힘들었던 그때
그래도 함께라서 좋았었네
성명:신두업 호 嶺雲
등단: 2004.문학세계
현재: 사)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사) 한국문협회원, 강서지부 명예회장,
강서지부 15-16대 지부장 역임,
시집: 『바다가 있는 산』『 끈 풀린 주머니』『 이름값』 공저 다수
수상: 강서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2022년 위대한 한국인 문학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