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호랑이를 상대로 한 아짠 시타의 모험
아짠은 제자들에게 자신이 호랑이들을 상대한 모험담을 종종 들려주곤 하였다. 라오스 왕국에 머무를 때 그는 산 가까이에 있는 은둔처에서 지냈는데, 그곳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자주 나타났다. 호랑이는 아짠이 밤에 경행을 하고 있으면 멀리서 그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기를 좋아했다. 호랑이는 어떤 위협적인 몸짓도 보이지 않고 가까이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나 이따금씩 위협의 기운을 느낄 때면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짠은 오랫동안 야생 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서 호랑이에게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느 날 밤, 매우 큰 호랑이가 다른 두타행 스님을 찾아 왔다. 그는 아짠 과 함께 여행 중이었으나, 그와 얼마의 거리를 두고 다른 마을에서 머물고 있던 시타(Sithā)라는 스님이었다. 때는 밤이었고, 그는 경행에 전념하고 있었다. 경행 길은 양쪽 끝에 놓인 초롱불이 비추고 있었다. 호랑이는 경행 길에서 겨우 2미터 떨어진 곳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호랑이가 앉아있는 모습은 마치 집에서 기르는 개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시타와 마주하고서 호랑이는 그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조용히 주시하였다. 할 일 없이 앉아서 보기만 할뿐이었다. 얼마 후, 아짠 시타가 호랑이가 앉아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시선 밖에 뭔가 심상치 않은 물체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그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그 ‘감시견’이 꿈쩍도 않고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생물체라기보다는 오히려 박제된 큰 인형처럼 보였다. 시타 스님은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호랑이도 조금도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
그는 마음 편하게 경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차 그 호랑이에 대해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그곳에 앉아서 단지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며, 차라리 그 시간에 먹이를 찾는 편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귀청을 찌를 듯한 호랑이의 포효소리가 울리며 그 지역 전역에 퍼져 나갔다. 호랑이의 이러한 반응을 보고, 시타 스님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속으로 호랑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그러한 생각을 한 것은 호랑이가 결국에는 먹이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의 뜻이었다고. 그러나 그의 경행을 지켜보는 것이 실상 호랑이에게는 더 편안하고 유쾌한 일이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곳에 앉아서는 경행을 계속하고 있는 아짠 시타를 줄곧 응시하고 있었다. 호랑이는 무감각하게 앉아 있는 감시견처럼 내내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아짠 시타는 시간이 좀 지나자 경행을 멈추고 가까운 휴식처에서 쉬려고 그 길을 떠났다. 그의 휴식처는 부러진 대나무로 높이 쌓아올린 작은 단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염송을 시작하였고, 곧 이어 좌선을 하였으며, 그리고는 잠을 잤다. 그는 새벽 3시에 깨어 경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호랑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호랑이가 언제 어디로 떠났는지 알 수 없었으며 며칠 밤이고 호랑이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는 후에 아짠에게 이 이상한 체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릴 때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했고 머리는 모자를 뒤집어쓴 것처럼 감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 당시에 두려움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마음 깊은 무의식의 한 곳에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자 무심히 경행을 계속했는데, 그 후 여러 날 동안 밤에 호랑이의 간헐적인 울음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여전히 들을 수 있었지만 호랑이가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짠 시타는 호랑이가 으르렁거릴 때도 전적으로 무관심하였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수행에만 전념하였다.
아짠 시타는 아짠 문보다 약간 나이가 많았고 숲에서 두타행을 하는 스님 중에 같은 연배의 동료였다. 그는 오직 은둔하여 지내는 것을 좋아했고, 계행이 바르고 올바른 길(八正道)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스님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태국보다 라오스 왕국의 산지에 거주하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태국에는 아주 잠깐밖에 머물지 않았다.
아짠이 초기에 두타행을 하며 편력할 때는 주로 나콘파놈, 사콜나콘, 우돈타니 등의 읍을 거쳐 미얀마까지 여행하였고 다시 북쪽의 치엥마이의 읍을 거쳐 태국으로 돌아왔다. 그후 계속해서 라오스와 루앙 프라방과 비엔티엔을 거치며 수행했고, 다시 태국으로 향해서 로에이 읍으로 갔다. 그곳에 있는 파푸 동굴에 인접해 있는 반코케 마을에서 우기 결제철을 보냈다. 다음 우기결제철도 그는 프롸방 동굴 근처는 아니었지만 같은 읍에서 보냈다.
이 같은 모든 지역에는 온갖 종류의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산과 숲이 있었다. 이 지역에는 집들이 매우 드문드문 있어서 때로는 그가 하루 온종일 돌아다녀도 마을 하나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토록 사람들이 살지 않는 황량한 지역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야생동물에 둘러싸여 밤을 지새야 하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지곤 했다.
그는 이번에는 방콕으로 내려와서 파쑴반 사원에서 우기 결제철을 보냈다. 카오야이라는 거대한 산맥 지역으로 올라가 사리카 동굴에서 머물렀던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북동지역으로의 여정 중에 제자들과 동행한 잠깐동안을 제외하고는 항상 홀로 다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수행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엄격하고 단호한 가풍을 지녔다. 그에게는 언제나 홀로 다니고 홀로 머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내면의 힘에 대해 확신하게 되자마자, 다른 스님들에 대해 연민을 느끼게 되고 그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때문에 안락한 사리카 동굴을 떠나 북동쪽으로 여정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아짠이 초기에 두타행 수행을 하고 있을 당시, 그가 가르쳤던 스님과 사미승들이 대중을 이루고 있었다. 이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자, 아짠을 자신들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존경해왔던 많은 사람들이 미리 준비를 갖추고 그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