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시간에 배인환 회원이 별세하였다. 장례일정과 추석 연휴가 일치하여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실로암사람들 회원과 직원들 덕분이다. 이번에는 즐거운집 식구들과 함께 장례 절차를 진행하게 되어서 서로 힘이 되었다.
사실 즐거운집과 실로암사람들은 형제 기관이다. 그 시작도 그렇고 지금까지 함께해온 사람들도 모두 소중한 동역자들이다. 배인환 집사님은 2000년에 즐거운집에서 생활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이후 실로암사람들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실로암문학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고 배인환 집사님은 1955년 전북 익산에서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커서는 양말 장사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 몸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수술을 했다가 의료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중증장애인으로 살았던 25년은 도전과 열정의 삶을 이어갔다. 수없는 어려움을 믿음으로 견디어 이겨냈다.
사실 장례식 전에는 배인환 집사님 가족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다. 병원 치료로 긴급하게 연락해야 할 때 여러 번 애를 태웠다. 발인예배를 마치고 화장장으로 가는 길에서 누님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동안 너무 후회가 돼요. 여러분들께 죄송하고요." 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주무시며 가족으로 살아온 날들에 돌아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영락공원 추모관에 안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가족 두 분을 터미널에 모셔다 드렸다. "배 집사님도 가족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실 거예요." 무엇보다 하늘의 소망을 갖고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장례식을 마치고 몸은 피곤하지만 고인과 함께했던 추억이 눈 등에 내려앉아 기찻길처럼 이어진다. 안녕, 인환이 형! (2020.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