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까꿍이 등
김유진
손주들 남매를 돌보며 시장 골목 난장에서
칠순이 넘도록 달려온 할머니
어둠이 내릴 때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할머니를 반기는 손주들 웃음소리,
무거운 등짐 어깨가 날아갈 듯 가볍다
“이젠 좀 쉬세요. 할머니! 힘드신데!”
손주들의 권유에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
언제부턴가 장마당 발길을 끊었다
놀이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긴 할머니,
대문 앞 골목길에 들어설 때면
새벽에 달려나가 어둠에 돌아오던
장마당 추억이 새롭다
가로등도 없던 캄캄한 골목길
그 골목이 지겨울 때도 있었다
놀이마당에서 돌아와
골목길 들어설 때면
무선 센서 등이 “까꿍!”
할머니의 발길을 놀래준다
언제부턴가 손주들이 마련한 이벤트였다
할머니는 넋을 잃었다가
손주들의 품에 안겨 한숨을 돌린다
손주들의 소망이
놀이마당으로 할머니 발걸음을 돌려놓았다
대문 앞 골목에 들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까꿍이 등”
손주들의 “할머니!” 부르는 소리가
할머니 뒷등을 두드려 준다.
동안 童顔,
-초등학교 졸업사진
김유진
초등학교 60년 동창회에
동안의 동창들이 모였다
유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졸업사진 영상을 저장해 갔다
할머니와 동행한 여섯 살 손녀는
사진 속에서 할머니를 찾아냈다
손녀는 할머니를 빼닮았다
중학생 외손녀의 사진을 내놓은 친구
손녀의 얼굴이 졸업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친구들은 열네 살 동심으로 돌아가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동심의 추억에 빠졌다
※ 김유진 : 황해도 출생, 방송통신대 중문과 졸업,
2010 ‘자유문예’ 시등단. 춘천문협 회원, ‘문채’ 시동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