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김호석님의 작품세계와 작품들

[無我]

198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1987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재학시절인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아파트>로 장려상을 수상한 이후 80년대 '수묵운동'에 참여하여 자기발전을 거듭한 후 현재까지 10회의 개인전과 150여회의 그룹전을 가진바 있는 우리 화단의 중견작가이다.
"늘 현장에서 현실과 함께 하여 모두가 공감할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작가는 인물화 분야에 이룩한 성과로 우리 미술계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197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크게 수묵운동시기와 역사화, 농촌풍경화, 역사적 인물화, 서민 인물화, 가족화, 성철스님화, 선화, 군중화, 동물화 등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에서도 98년 10월 선보인 성철스님의 다비식을 묘사한 <그날의 화엄>은 고려시대 불화나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등과 같은 옛 전통회화의 서술적 표현양식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단순히 큰스님의 운구행렬과 다비식 과정을 담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시대의 정신성과 삶의 모습을 담은 한 편의 대서사시로 평가되어 국내외 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끈질긴 탐구의 길

심 광 현(미술평론가)


한국화의 고민과 숙제

80년대 미술의 두드러진 다양성과 역동성의 동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이 예술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지배문화와 민중문화 사이의 갈등과 긴장관계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커다란 전통의 또 다른 축은 전통과 현대, 한국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서구적인 것, 중국적인 것 등)의 긴장관계라고 할 수 있으며, 장르적 구분 속에서 애당초 이런 문제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는 한국화가들은 서양화를 하는 작가들에 비해 한 가지 짐을 더 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만큼 문제를 해결해 가는 속도나 그 성과가 상대적으로 뚜렷이 드러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화를 하는 대다수의 작가들은 이러한 문제상황을 총체적으로 끌어안고 고민해 왔다기보다는 오히려 분리된 상태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가령 '한국의 미의식'의 추구라든가, '한국성의 모색'이라는 단지 '전통의 계승이라는 문제 축의 문제이지, 미술의 사회적 기능의 확대라든가 민중 연대의 심화라는 현재적인 문제 축과는 무관한 것으로 취급되어 왔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문제 축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80년대 총 결성되었던 <두렁>과 같은 소집단의 활동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움직임의 뚜렷한 족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은 80년대 중후반의 긴박한 정치상황을 경화하면서 그것들에 내재한 문제 제기의 전체적인 범위가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그것이 지닌 중요성이 광범위하게 인지되고 실천되기보다는 오히려 단편적이고 자연적인 문제로 축소되거나 상이한 방법적 문제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노력이 더욱 심화되거나 충분한 성과를 드러내지 못한 채 일정한 유보상태에 처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80년대를 풍미했던 민화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 역시 <두렁>과 같은 작업에 내재한 복합적인 문제의식을 전후좌우로 피해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들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에서 그러나 여전히 위에서 언급했던 것 같은 복합적인 문제 축을 끌어안고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전통과 현대의 긴장관계를 탐구했던 움직임들을 별도로 찾아 볼 수 있다.

가령 80년대 후반 민족미술운동 내에서 형성되었던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탐구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민족미술협의회 내의 회화1분과(한국화)내의 젊은 작가들과 광주의 김경주 같은 이들의 작업은 민화나, 민중목판화, 풍속화의 전통보다는 수묵화와 채색화 등의 전통에 새롭게 반하여 이를 현대적으로, 민중적으로 계승하는 일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의 작업은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커다란 맥락에서 바라보자면 김호석의 작업 역시 이와 같은 후자의 발전 방향과 궤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그는 80년대 민족민중미술운동이라는 집단적 흐름 속에서 성장한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시작된 수묵운동이라는 조형적 흐름으로부터 자양분을 얻어내고 젊은 나이에도 일찍부터 화단 내에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자리잡아 80년대 후반에 들어서 나름대로 역사적이 내용을 주제화하는 작업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차라리 그는 두 개의 상이한 집단적 흐름의 '사이'에 위치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그가 위치한 '사이'라고 하는 것이 단적으로(흔히 오해되듯이) 양적이 의미에서의 물리적인 중간지점이나 정치적인 중립지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대부분의 지식인 작가들에게 있어서 80년대의 격렬했던 정치상황으로부터 발생 가능했던 예술적, 정신적 공백과 관련되어 그것을 매꿔 줄 어떤 균형점과도 같은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호석은 전적으로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그 균형점에 도달하고자 노력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들어 자기대로의 방식으로 도달해 가고 있는 그 균형점은 민족민중미술운동이 지향했던 바와 내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균형점이란 본질적으로 어떤 안정된 고정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하는 과정 속에서 그때그때 형성되는 긴장관계의 질적 중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적절한 균형점이란 따지고 보면 그 운동을 구성하는 역동적 인자들의 무게와 속도, 그 중층 결정의 강도와 그를 감내하는 투철한 작가의식에 의해 가변적인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일 것이다.

수묵으로부터 열린 민중회화

지난 10여 년 간 그의 작업방향은 기법과 주제상으로 보아 다음과 같이 세분할 수 있다. 1) 발묵법에 기초한 현대적 도시풍경, 2) 굵은 필선과 발묵이 어우러진 정물들, 3) 굵은 필선과 발묵이 어우러진 인물 초상, 4) 묵과 세필에 기초한 역사화 연작, 5) 전통적 세필 초상화법에 기초한 우리 시대 인물의 초상화, 6) 군상을 배경으로 한 세필 인물화, 7)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한 일하는 사람들 그림, 8) 발묵법에 기초한 농촌 풍경화, 또는 자연풍, 9) 현재 진행중인 정치상황을 그린 그림 중에서 1)과 2)가 초기 작품들의 주된 흐름이라면 3)부터 8)까지는 88년이래 최근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작업방향인데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의 기법과 주제가 세분화되고, 광역화되어 가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후반기 작업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여러 특징들은 그것이 단지 기법과 주제의 세분화, 광역화에 있다기보다도 전기작업과의 어떤 질적인 단절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발묵법을 기본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거칠고 굵은 필선으로부터 가는 세필로의 기법의 변화, 도시풍경이나 정물들로부터 우리의 파란만장했던 근대사와 우리 시대 민중적 삶의 구체적인 모습들로 초점이 변화하고 있는 양상들은, 그를 이전의 추상적인 수묵운동으로부터 분명히 단절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단절이 어떤 집단적 흐름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작가의식을 더욱 투철하게 다져나가면서 조형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끈질긴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는 80년대 후반에 들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런 점에 특히 유의했던 유홍준, 이태호 씨와 같은 평론가들은 탁월한 기법을 갖추었음에도 그에 자족치 않고 겸허한 자세로 발로 뛰어다니며 숨겨진 전통과 지역의 풍물을 연구하면서 역사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한 그의 착실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고, 많은 이들도 김호석의 이런 자세를 하나의 견실한 모범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변화과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유홍준, 이태호 씨도 지적한 바와 같이 잘 숙달된 자신의 조형적 기법에도 새로 눈뜨게 된 역사적 주제를 나열식으로 짜맞춘 듯한 어정쩡한 상태가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항거>연작, <관중의식>, <떨어진 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흘리기를 기조로 한 발묵법이 지닌 조형적인 매력인 셈이다.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역사적 소재들은 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흘림의 단순한 대비 사이에서 빛 바랜 창호지에 비쳐진 어렴풋한 그림자처럼 얼룩져 있다. 얼핏 보면 이런 얼룩짐으로 인해 사실적 묘사가 가지는 도식화, 소재주의적 설명의 단조로움이 극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다루어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내용적 천착이 중지되고 주제 자체가 먹물의 농담에 의해 흐려져 버리고 있다.

좀더 뚜렷한 제목을 가진<항일투쟁사-정신대> <항일의 맥-우국지사의 후예들> <조선여인의 증언>과 같은 작품들에서도 좀더 구체적인 어떤 사실들이 그려지고 있긴 하나, 세필과 발묵의 새로운 겹쳐짐이라는 조형적 발전 이외에 사실들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나 그 사실들을 감싸고도는 어떤 역사적 맥락도 읽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제의 부재가 뚜렷이 감지된다.

이런 점은 아직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충분히 영글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이 점은 그 자신도 솔직하게 수긍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전통적 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역사화라는 과제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무작정 그의 부족함을 나무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서양화적 형식을 이용하여 중요한 성과를 산출했던 80년대 미술운동의 역사화적인 산물들에서도 아직은 충분히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의 최근 작업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인물들을 그려나가는 초상화와 평범한 풍경 그림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조선시대 세필 초상화법에 대한 충실한 연구로부터 태어난<고부에서 만난 농부-역사의 후예>라든가 <미나리꽝 주인> 같은 작품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던 이 부분의 전통을 훌륭히 재현해 낸 그림들로서 한 인물의 삶을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간명한 선과 구도로, 그러나 얼굴의 주름살 하나 하나까지 매우 충실하게 떠내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마지막 농부의 얼굴 3>과 같은 그림에서는 거칠고 호방한 풍으로 굵은 선과 수묵필법을 이용한 중국 현대 수묵화풍의 초상화법(이는 88년 <항거-도산 안창호>부터 시작되어 <마지막 농부 1, 2>로 이어짐)과 조선시대의 세필 초상화법의 간명하되 극사실적인 묘사가 함께 어우러져 생기를 더하고 있어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현대적 초상화법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인다고 생각된다.

또한 그의 장기 중의 하나였던 연한 농담을 주조로 하는 발묵법으로 그려진 새로운 풍경화들 역시 이전의 다소 추상적이 발묵의 흘림 맛이나 날카로운 선들의 기하학적 구성에 물들어 있어, 깊이를 결여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아파트 연작이나 동네 풍경 드로잉과는 달리 세부묘사와 발묵, 여백 처리가 적절히 녹아들어 온기와 내실을 함께 곁들여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원근법적 조감의 닫혀진 각도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은은한 발묵과 여백 처리에 의해 부감법적인 개방성을 느끼게 해 주는 <연풍고을>은 진경산수의 전통을 준법 중심으로만 계승하려던 종래의 시도들이 갖는 답답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나아가 <씨레질>이나 <밭 매는 사람들><신영동 박씨 아저씨>에서는 발묵에 의한 공간의 깊이를 곁들이면서도 단순 명쾌한 조선시대 풍속화의 활기를 재구성해내는 듯한 경쾌함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한다. 초상화와 풍경화에서 엿보이는 이와 같은 새로운 결합(또는 종합)의 가능성은 그가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기법적, 형식적 탐구의 자연스러운 발로인 동시에, 전통적 미학과 삶의 핵심을 포착하기 시작한 그의 개성적인 통찰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능성들 모두가 충분히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단시대의 쫄병>이라든가 <농부아저씨 김씨의 한숨> <실향민 여씨 아저씨> <마지막 농부의 얼굴 4> <지곡서당 청명 선생님>과 같은 하나의 주제가 되는 중심 인물과 군상 또는 풍경을 배경으로 결합한 그림에서는 기법과 주제, 소재와 화면 구성이 어색하게 따로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화면 속에 결합하는 식으로 시점의 몽타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이 그림들에서 역사화쪽에서 부족했던 주제의식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으나, 오히려 단순한 평면적 결합에 그치는 조형적 실패를 초래하고 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결합을 의식하고 그가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것은 주제 자체를 화면의 모든 요소들 속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삶의 현장 그 자체 속에 일하고 있는 민초들의 생활 단면을 화면 내에 바짝 클로즈업시킴으로써 발묵에 기초한 풍경과 세필 초상화에 의한 인물묘사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키려는 <새참>이나 <나물캐는 아주머니>와 같은 작품들이다

여기서는 유홍준 씨가 주목한 바와 같이 "작가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의 손길이 서려"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그리는 사람과 소재가 되는 대상과의 정서적 일치가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일하는 농부'의 삶 그 자체가 그림의 주제와 형식, 기법의 모든 측면에 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그림을 보게 되면 그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가 그림의 재미를 느낌은 물론 민중적 삶에 대한 애정과 함께 그와 같이 삶이 지나는 당당한 깊이를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의 그림이 일정한 애정과 온기를 느끼게 하긴 하나 아직은 그와 같은 당당함과 깊이가 충분치 못함도 사실이다.

<나물캐는 아주머니>나 <새참>에서는 당당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연민이나 애처로움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이는 그의 발묵법이나 산이 차분하기는 하되 김홍도나 겸재의 그것에서 느껴지는 힘과 역동성, 해학성을 충분히 지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은 역시 그의 최근작인 <인왕산 풍경>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이다. 초기 그림인 <아현동 풍경>에다 인왕산을 덧붙여 놓은 것처럼 흐릿하게 얼룩진 그 그림에서 <인왕제색도>의 웅장하고도 활기있는 신선함은 조금도 엿볼 수 없는 것은 다만 구도와 필선 또는 준법의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초상화, 역사화의 성과와 한계
김호석의 그림에서는 아직도 전통과 현대, 미와 정치,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또는 전통적인 것)의 긴장관계가 내적으로 풍부하게 중층적인 균형을 이룬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이런 긴장 관계의 질적 중심으로 작용하게 될 민중성의 확보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그것들은 아직도 그림의 주제와 소재, 화면구성과 피선, 발묵과 여백의 여러 층위에 걸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때로는 내용의 층위에서 때로는 형식의 층위에서 과잉 또는 과소 결정됨으로써 자신의 의도나 관객의 기대를 엇나가 버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이와 같은 한계들은 그 자신만의 한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지난 수십년 간 우리 현대회화가 역사적으로 봉착해 왔던 구조적 한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오히려 김호석의 강점은 그와 같은 한계를 회피하기보다는 그와 머리를 맞부딪치면서 이를 돌파하려는 끈질긴 노력들이 여타의 다른 화가들에 비해 더욱 돋보이는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숨겨져 왔던 문제들을 전면으로 노정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한때 형식의 차원에서 직면했던 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들을 돌파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점차 현실 자체에 내재한 복합적인 모순과정과 맞부딪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내용과 형식의 진정한 변증법의 순간들을 일별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 땅의 전 민중을 분노의 와중으로 몰아갔던 지난 5월의 '타살정국'을 경과하면서 그는 정말 새롭게 자신의 회화적 삶과 역사적 삶이 격렬하게 맞물리는 순간을 체험했던 것 같다. 그와 같은 체험의 산물이었던 <강경대 열사의 장례식>은 비록 위에서 언급했던 도식적 몽타지의 한계로 충분한 회화적 설득력을 지닐 수 없었지만(이 점 때문에 작년 가을 개인전에서 이 작품은 출품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작품을 그리는 경험을 통해 그는 자신에게 부족했던 바를 서서히 인식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는 개인전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이킨 후에 이제 보다 가까운 역사인 6·25와 4·19로부터 최근에 이르는 과정을 역사화 연작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다시 구상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91년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된 새로운 방식의 우리 시대의 인물과 풍경작업을 구체화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상기한 바와 같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끈질긴 탐구적 노력을 통해서 그동안 단절되었던 전통과 현대를 새롭게 잇는 거대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80년대에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한국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중의식/1988/66 x 64/수묵담채/개인소장

신생아/1986/100 x 130/수묵/작가소장

항일투쟁사_정신대/1990/180 x 180/수묵/개인소장

조선여인의 증언Ⅱ/1990/182 x 182/수묵채색/국립현대미술관소장

무장투쟁기/1990/183 x 183/수묵/개인소장

황국신민화 시대/1990/183 x 190/수묵/개인소장

항일의 맥/1990/170 x 110/
수묵채색/가나화랑소장

우리시대의 초상/1990/95x65/수묵채색
/개인소장

고부에서 만난 노인/1990/140 x 98/수묵채색
/개인소장

지곡서당 청명 선생님/1991/139 x 86/수묵채색
/개인소장

연풍고을/1991/70 x 91/수묵/작가소장

농부아저씨 김씨의 한숨/1991/
182 x 91/수묵채색/개인소장

나물캐는 아주머니/1991/84 x 92/수묵채색/개인소장

마지막 농부의 얼굴/1991/128 x 83
/수묵채색/가나화랑소장

공간소외/1980/122 x 245/수묵채색/작가소장

구원/1980/100 x 230/수묵채색/작가소장

촉정/1980/115 x 230/수묵채색/작가소장

낮과 밤 사이에서/1981/110 x 230/수묵채색/작가소장

악!/1982_1983/143 x 104/수묵/작가소장

굴비/1985/105 x 150/수묵/작가소장

도시무도/1986/96 x 120/수묵채색/작가소장

아현동/1986/96 x 120/수묵채색/개인소장

[청난당]

감상 잘 하였습니다

[娟堂]

작품과 함께 작품세계를 감사한 마음으로 엿보고 갑니다.

[붓순이]

잘 읽었습니다.

[an sun]

감사합니다......

[吳군]

잘 보았습니다.

[방묘순]

가슴 뭉클한작품 입니다. 나의주변에 일어나는 모든일들 을 주제로...그러기에 더욱가슴에 다가오는것같군요...

[이선비1]

감상 잘 하였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