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향한 산학협동이 필요하다
정인서/조선대, 광주대 겸임교수
1. 산학협동을 하는 이유
산업계와 학계가 공동의 협력을 통해 서로 발전하자는 취지로 ‘산학협동’ 또는 ‘산학협력’이라는 시스템이 경제단체는 물론 민간단체와 대학, 고교 등에서 많이 운영되고 있다. 2년전에는 국정과제의 후속조치로서 대한상공회의소 내에 산학협력 민관협의기구(http://www.sinsanhak.net)가 설치, 운영되면서 이제는 국가적 과제로 산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처지다.
대체로 ‘산학협동’ 또는 ‘산학협력’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산업계와 학계가 서로 협동을 하여 발전을 이루는 상생의 협력정신을 실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업계는 학계로부터 보다 전문적인 기술연구를 비롯해 마케팅이나 서비스 등 다양한 경영이론과 미래지향적인 접근방법을 제공받고, 학계는 산업계로부터 현장의 작업과정을 통해 이론을 검증하고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효율적이며 서로가 필요한 능력을 제공하고 제공받는가라는 점이다. 산학협력을 통해서 자칫 한쪽이 손해본다는 생각, 또는 덕 본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어느 한쪽만 도움을 받거나 어느 한쪽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옷단추를 잘 꿰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2. 산학협동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아직도 산학협동의 문제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 산학협동 시스템은 우선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우쳐 있다. 물론 기업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신기술개발을 통한 상품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신기술 개발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산학관의 협동이 중요한데, 최근에 특히 ‘산학 = 기업과 대학의 협동’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대학과 벤처의 활성화를 포함해 산학의 밀접한 관계가 국제 경쟁력의 강점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도 “대학은 연구와 교육의 장”이라는 기존의 풍토를 탈피하면서 많이 변하고 있으며 국립대학교에서 산학협동의 전형인 공동연구 건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산학협동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은 기술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 방침, 거품경제 붕괴 이후 기초연구에 소요되는 예산을 축소해야만 했던 기업의 산학협동에 대한 요청, 저출산 추세 속에서 경영의 질이 문제된 대학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몇 가지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산학협동의 문제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째,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산학협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인식하더라도 도움만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경영의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에 있어 경영자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문제다.
둘째, 대학 내의 연구과제들도 정부 등의 지원을 받는 연구과제가 중심을 이루어 기업의 현실적 상품화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의 과제논문, 제출용 논문으로만 남아 기업에서 응용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고 한다.
셋째, 산학협동에 대한 부분이 일부 산학협동 기관이나 대학의 산학협력단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 기업 스스로 산학협동 전담부서나 책임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기술적인 면에만 치우쳐 있다는 사실이다.
3. 산학협동 시스템의 대안
산학협동은 ‘협동’이라는 낱말 그대로 서로의 노력이 요구된다. 즉 상대로부터 무엇을 도움을 받으려하기보다 무엇을 먼저 협조해줄 것인가를 찾아보고 배려해주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러한 산학협동의 문제는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전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산학협동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대학과 연구성과를 공유하면서 학생들에게 원활하게 현장실습 경험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산업계와 학교가 지식과 기술을 상호 공유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의 하나로 기업 내에 산학협력 교육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산학협동 시스템을 통한 학점이수제가 단순히 인턴사원처럼 이용되기 보다는 일정 기간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실무중심의 학과목을 개설하고 현장책임자가 이를 전수해주는 방식이다. 공단이나 대기업의 경우는 이를 집중화할 수 있는 학과목 개설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학교 내에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학교기업(SBE; school-based enterprise) 등 생산경영체제를 도입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는 산업현장에 대한 체험을 시키는 것이 교육적 효과와 목표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학교 스스로가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이 학교기업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광주대학교의 경우 중국통상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중국현지 실습을 지원하고 중국기업들과 수출ㆍ입 및 관광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주식회사 광중을 설립했다. 동강대학도 정보통신 분야의 학교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작업 중이며 교육부의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산학협동은 정말로 중요하고도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과제이다. 산학협동은 향후 더욱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며, 기업의 기술자들 개개인에게도 직간접으로 학교와의 협동이 신기술의 접촉기회를 가지고, 업무방식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4. 산학협동의 종착점은 고객
대학에서 잠자고 있는 히트기술을 상품화함으로써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대학은 논문집에서 잠자고 있는 연구과제들의 실용화에 눈을 떠야 한다.
기업도 자체 연구능력이 없더라도 대학의 연구능력을 활용하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를 가장 먼저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것이 기업이 살 길이라는 인식도 요구된다.
앞으로 산학협동 분야는 기술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그 영역이 확대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이를 제 때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소비자에게 제 때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역시 ‘헛 것’에 불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산학협력은 인력개발, 리더십, 서비스정신, 조직관리는 물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시킬 수 있는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모든 길은 ‘고객’으로 향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고객’을 향한 산학협동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