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영웅 개념은 신화 속 영웅들의 다양한 모습만큼 일양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리스 신들이 인간의 조상과 끊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 있는 한, 기본적으로 인간의 조건에서 신적인 욕망 즉 신들처럼 되고 싶은 욕망을 가장 잘 구현한 사람이 영웅이라 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리스의 신들은 초월신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인간 욕망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되 그것의 극대치가 투영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 중 이러한 신들에게서 극대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사(不死;athanatos) 즉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죽지 않는다와 죽는다(thanatos)는 것은 신과 인간과 구별하는 대표적인 징표가 됩니다.
그래서 굳이 단적으로 말한다면 영웅이란 이 불사를 욕망하고 그 욕망을 구현해낸 인간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소멸하는 육체를 갖고 있는 인간에게 불사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욕망은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육체와 영혼으로 나누어 육체는 소멸되어도 영혼은 불멸한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그 믿음 속에서 영혼의 불멸을 욕망하고 그 영혼 불멸의 조건을 현생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육이원론의 개념은 사실 그리스 전통에서 피타고라스 이후 점차 자리를 잡아 가다가 플라톤에 와서 완성된 사상이지 애초부터 그리스인의 정서 속에 있었던 사상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그리스의 전통적인 영웅은 불사를 욕구하되 영혼의 불멸을 욕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영웅은 무엇을 통해서 불사에 상응하는 신적인 욕망을 구현하려 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단적으로 명예 즉 이름을 남기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육신은 소멸되지만 자기의 이름을 후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영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영웅은 늘 므네모쉬네 즉 기억의 신을 가장 가까이 섭깁니다. 자신의 이름이 사람들 머리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느냐 않느냐가 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죠. 요컨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영웅이란 명예를 얻기를 욕망하고(당대에서만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될 명예) 그 명예를 간취한 사람들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명예의 조건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모든 인간이 늘 바라고 있지만 잘 구현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구현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가장 오래도록 그들의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어떠한 적도 물리칠 수 있는 강건한 육체와 힘,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스스로를 보존할 수 있는 지혜와 계략, 죽음 앞에서도 조차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침착함과 의연함, 자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 이웃과 가족의 삶을 지키는 고상한 정신 등 인간 일반에게 두루 받아들여지고 찬양되는 가장 아름답고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해낸 그런 인간이 영웅이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불사를 향해 그리스 영웅들이 열렬한 욕망을 가지고 추구하는 그 명예욕이란 것이 얼마나 그 자신의 집착과 개인적인 정열에 기반해 있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철저히 보편적인 성격을 담보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서양의 전통에서 이른바 고귀한 자들이 추구하는 명예욕의 본질, 즉 노블리스 오브리제의 본질이자 진정한 의미의 영웅의 본질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말에도 있지 않습니까?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우리 함께 명예욕에 빠져보시지 않으렵니까?
여기서는 사정상, 그리스의 영웅개념을 불사 개념을 중심으로 살폈지만 그리스 영웅상의 전모를 이해하려면 이밖에도 신화 속 영웅들의 다양한 측면이 두루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개강좌에서 다룬 헤라클레스만 해도 꼭 한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데가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점은 또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두기로 하고, 아무려나 최근에 [향연편]을 읽으셨다고 하니까, 그곳에서 에로스가 출산해내고자 하는 목적이 불사의 소유임을 밝히는 디오티마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기로 해요.
“당신은 자신들의 덕에 관한 불멸의 기억이 있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알케스티스가 아드메토스를 위해 죽었으리라고, 혹은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뒤따라 죽었으리라고, 혹은 당신들의 코드로스가 자식들의 왕국을 지켜 주기 위해 죽었으리라고 생각합니까? 그럴 리 만무합니다. 오히려 내 생각에 그들은 모두 불멸의 덕과 그런 영광스런 평판을 위해 그런 일들 모두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더 훌륭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그렇게 하지요. 그들은 불멸의 것을 사랑하니까요”(향연편 208d)
이정호 교수님 설명 가운데서...^^
첫댓글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아, 선생님께서 받으셔야 할 인사네요. 암튼 고맙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이나 전기 유명한 고서들의 내용은 죄다 내 가치관으로 차 ㅁ어이없는 짓 투성이다


영화 특히 미국식영화
여자는 항상 걸림돌내지 문제발생의 원인이고 그림의 부속일뿐임이..
그 놈의 명예와 유명하고 싶은 욕심때문에 목숨은 파리보듯하고 여자는 지 노리개내지는 해소용이고..세상천지 지혜와 용기도 지 목숨을 구하고 명예를 위해서 존재할 뿐이다. 영웅이란것은 남보다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세상의 것을 제 손톱끝에 때만큼 여기는 것들의 욕심의 최대값이라고 본다 나는...내가 신화의 영웅이나 유명고서 전기를 안좋아하고 읽다 덮다를 반복하며 진도가 안나가는 이유는 이것이다 욕나와
여자도 '사람'인 이시대에 영화를 그렇게 만드는 미쿡~놈은 나쁜 놈이구요...^^;;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던 고대 그리스 사회, 그저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는 존재밖에 되지 못했던 그 사회를 미쿡과 같이 보심 좀 곤란해요.ㅎㅎ
그 사회의 맥락을 떠나서는 그들의 문화나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니까요. 여자의 역할, 그 사람을 여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거의 '악녀'로 이야기 하거나 '마녀'로 이야기하니까... 그럼 [메데이아]를 읽어보시면 어떨런지^^, 태양신의 손녀로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면서 도왔던 남편의 배신에 그녀가 하는 복수는 맘에 드실라나 모르겠다는...^^;;
백영경 선생님의 [인간과 사회] 강의를 들으면서 참 좋았던 것이, 어떤 이론가를 소개하기 전에 그 사회를 나타내는 영화의 장면을 일부 보여주기도 하고 그 사회의 당시 현실을 먼저 알려주시는거예요. 이론이라는 것이 그저 한낱 지식의 자랑일수도 있지만, 당면한 사회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도 담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셨던 것일수도... 그래서 그가 태어난 곳, 당시 사회를 중요하게 짚어주시더라고요.
앗, 고전을 좀 변호하겠다는 마음이 삼천포로 빠져버리네요.^^;; 하지만, 고전에 나오는 짧은 경구들이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것에 놀랍더라고요...참고 함 읽어보셈...ㅎㅎ
그류~ 가끔 쓸데있는 가치만땅의 말들이 있어서 읽고 있긴혀유~ 그라고 미국영화! 를 비롯한 뭐 모든영화에서 시대상을 간과하고 싸잡아 욕하는건 아님. 단지 그 미국영화에선 참 묘하게 여자를 추켜주고 내세우면서도 겱국은 섹시아이콘을 빌려 상품성이 짙게 베어 나온다는게 짜증나서리..쓰벌 욕나와~~특히 영웅옆에 있는 여자들!!..차라리 오드리 나오는 사랑영화가 심심해도 더 낫다!!
하나같이 잘나빠진 영웅들의 대의 라는것이 누구를 위한 대의이며 그게 왜 대의냐??? 말이지. 누가 땅따먹기 잘해서 통일 시키고 많이 가지는게 대의라고 그랬어! 약간 우월해 보이는 종족으로 통일하고자 못한것들을 죽이고 버리고 무시하는 게 대의냐? 무슨기준으로 우월을 가리는건데~ 씨발넘 영웅의 머릿속은 뭘로 채워진게야~~명목은 여럿을 위해서지만 중심은 저하고픈데로 아녀~~ 아이띠 오늘 참고참고 또 참은 40년 욕이 막 나올라하네..원시인으로 살아도 평화가 좋아~ 이 영웅노릇 하고 싶은 것들아~ 니덜 욕심 성취시켜 영웅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 없거든!!! 후아~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영웅님네들 덕분에 세상은 너무 변했어 그동안~ 아주 험하고 드럽고 세련되다못해 살벌하게~~~ 영웅되려다보니 인간미는 실종되고 기계보다 차가운 짝퉁 신격으로 달음질 치고 있지 마치..치를떠는 북한 영웅 하고 뭐가 다르냐고~ 제기랄~잘난 영웅심리로 사는 1% 때문에 99%의 2%부족한것들이 생고생이야..사는게 참..
그렇죠, 저 좋자고 처자식 고생 모자라 남의 생명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영웅일수도...
그 쓰잘데기 없는 '명예욕'의 노예가 되어서리... 그 이름 기억에 남아서 뭣에 쓰게...ㅎㅎ
너무 여자 관점일까요?? 뭔가 남들 앞에서 폼~잡기 좋아하는 남자들의 항변도 궁금^^;;
역쉬~ 교수님의 설명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 합니다. 지난 출석수업때 강사분께서 신과 영웅, 인간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을 때도 흥미진진했었는데, 몇 줄로 요약하는 말씀이시네요. 그 수업을 들으면서 인간과 명예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