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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련은 '전일본 민주의료기관연합회'의 줄임말로, 의료생협을 포함하여 개인 소유가 아닌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 의료기관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무차별 평등 의료'의 원칙에 동의하여 소속된 의료기관이 1784개소, 가입된 직원이 7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직으로 일본 전역에 퍼져있습니다. |
토미다 이사님이 가와치노 의료생협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첫 날은 본격적인 의료생협 방문에 앞서 오사카지역 동포사회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연수단의 통역을 맡아 주신 분과의 인연으로, 재일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코리아NGO의 김광민 사무국장님이 우리를 안내해주셨다. 오사카 내 우리 동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건국학교와 역사가 깊은 코리아타운을 둘러보고 김광민 사무국장님의 감동적인 인생사를 들었다.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 우리 안의 차별에 대한 생각 등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을 듯한 하루였다. 첫날 저녁부터 교류회가 시작되었다. 오사카 민의련 관계자들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근처로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간단한 영상과 함께 오사카 민의련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 일본 음식은 양이 적다라는 선입견이 무색하게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대접받았다.
둘째 날 의료생협 가와치노를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연수단 일정으로 이어졌다. 1971년에 설립된 가와치노 의료생협은 현재 49,410세대의 조합원, 13억엔 이상의 출자금, 총28개의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느티나무는 현재 500세대, 1억원, 1개의 사업소를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 우리가 방문한 사업소는 1) 후레아이 센터 야오 2) 하나조노 생협 진료소 3) 히가시오사카 생협 병원 이었다. 일단 큰 규모에 기가 죽었다고 할까, 눈 앞에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또한 설립 당시부터 의료기관을 지키는 헌신적인 의료인과 조합 사무국의 활동가들을 보며 우리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처음 방문한 야오 센터의 클리닉을 맡고있는 신경내과 선생님은 처음 보는 우리에게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를 꺼내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하셨다.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헌신하며, 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원장님의 모습에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하나조노 생협 진료소에서는 조합원들이 우리를 직접 맞아주며 환영회를 가졌다. 히가시오사카 생협 병원은 바로 옆에서 신축공사 중이었는데 새 병원을 건립하면서 더 많은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며 조합원을 늘려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셋째 날은 동인회에서 운영하는 미미하라 종합병원에서 팀의료를 견학하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되었다. 의료생협 병원에서 하는 팀의료 컨퍼런스라 조금 다른 모습을 기대했는데 이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동인회는 1953년에 빈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모여, 1958년에 만들어진 의료법인재단으로 현재 미미하라 종합 병원과 지역 병원들, 노인 보건 시설, 치과 진료소, 재택 의료, 방문 간호 스테이션, 케어 플랜 센터, 도우미 스테이션 등을 갖춘 의료·복지의 종합체이다. 3만명의 조직 서포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도모노카이라고 부른다. 구조 상 의료생협은 아니지만 민의련 소속 의료기관이며, 지역 주민이 주인인 병원으로 경영되고 있다. 오후에 이어진 동인회 소속 노인보건시설 곳곳에서 환자이면서 주인인 지역주민들의 세심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노년을 맞이하게 될까? 느티나무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동인회 이사장님의 동인회 역사에 대한 강의는 감동 그 자체였다. 슬픈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닌데 계속 코끝이 찡해지고 울컥해지는 건 강의하시는 분의 진심이 전달되어서였을 것이다. 어제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미미하라 병원도 기나긴 역사속에 시련이 있었고, 이를 극복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셋째 날 오전 고령자 주택 견학을 끝으로 연수단 공식 일정이 마감되었다.
처음에는 엄청난 규모에 기가 죽었고, 느티나무도 얼른 이런 멋진 사업소를 갖고 싶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강의를 들으면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일은 많은 사람들의 한걸음 한걸음이 모아져 다져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와치노나 동인회의 기나긴 역사속에 단단한 주민의 힘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텨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지금은 느티나무 창립총회를 앞두고 조합원이 빨리 모이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점, 그 멀리가 10년 20년이 아닌 50년 60년이라는 점을 이번 연수단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번 연수는 머리로 이해하는 연수가 아니었다. 국적도, 세대도, 성별도 초월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그런 연수였다. 동인회 토모노카이(친우회) 설명 도중 토모노카이 관계자도, 연수단 참가자도, 심지어 통역까지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
이번 연수를 마치면서 또 하나의 수확은 우리 나라 내에서도 같은 길을 가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교류의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부천 지역에서 우리처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 분들, 본인이 일하는 병원을 지역주민의 병원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방법을 찾는 분들, 개인 의원을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는 한의사분들, 또 그런 의료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앞으로 같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 줄 든든한 동지들을 만나게 된 것이 어쩌면 이번 연수단의 가장 큰 수확인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우리도 기대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캔디님^^
캔디는 극비사항인데...만천하에 공개를...ㅋㅋ